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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황연호
제 목 DJ를 지지하면 `환자'가 되는 나라
황연호(전남 순천시 매곡동)



호남에 대한 모략. 중상. 멸시. 냉대

저는 DJ맨이었습니다. 또한 `환자'이기도 하였지요. 무슨 말이냐고요? 적어도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래 영남정권이 이어지던 내내 DJ는 사상적으로 빨갱이었고, 거짓말 잘 하는 대통령병에 걸린 환자였고, 아울러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또한 같은 취급을 받는 환자였다는 말입니다. 달리 말하면 DJ를 지지하는 사람들(그 중에서도 특히 호남 사람들) 대부분이 똑같은 선상에 놓인 환자 취급을 당하였다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그러한 그들(여기서 그들이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의 진단에 따른 처방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하다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지요. 전라도 사람들은 거의 다 빨갱이라느니, 거짓말쟁이며, 배신하기를 밥 먹듯 하고, 악바리 같고, 상종할 사람들이 못 된다느니……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그야말로 그것은 치료를 위한 처방이 아닌, 온갖 모략과 중상으로 이어지는 멸시와 냉대였습니다(물론 그들 전부가 다 그러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인가 문득, 혜성과 같이 나타난 한 사람이 그간 DJ를 비롯한 호남 사람들에게 내려진 그러한 진단이 잘못된 편견과 아집에서 나온 오진이며, 오히려 그러한 진단을 내린 그들이 되레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라는 것을 일깨웠습니다. 그야말로 광야에서 의로운 이 홀로 있어 외치는 메시아처럼, 그간 잘못 짚은 환부를 제대로 짚고서 그것도 공개적으로 감히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영역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신 분이 있었지요. 그 분이 누구신지는 교수님께서 잘 아시겠지요.

교수님, 그러니 제가 어찌 교수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제가 오늘 펜을 든 이유도 그러한 것에서 연유한 것입니다. 이 나라 언론들의 비겁함이며, 소위 지식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의 양다리 걸치는 식의 교묘한 말장난이며, 시대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선문답 같은 말이나 뱉어 놓는 고매한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며, 그 외 정치인들까지, 더 들먹여서 뭐하겠습니까.

 

일부 영남인의 `적반하장'

87년 대선이 끝나고 나서였습니다. 이런 말씀드리면 저 몰매 맞아 죽을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그 당시 노태우씨가 당선된 것을 보고 우리 민족에게서 희망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매스컴과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야권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결과로 그리 된 것이라며 그 책임을 김대중씨와 김영삼씨에게 전가하며(특히 김대중씨에게 가혹하다 싶게 편파적으로 책임을 전가했었지요)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하였었지요.

그리고 그 이후 호남 사람들은 더욱 더 많은 멸시와 모독을 당하고 살았습니다만, 도대체 왜 그것이 호남 사람들의 잘못이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호남 사람들이야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김대중씨 찍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으며, 또한 그들이 예상했던 것 아니었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영남 사람들은 어떻게 하였습니까. 김대중씨 찍어 주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호남 사람들은 바라지도 않았고요. 어째 노태우씨의 표가 더 많이 나왔냐는 것입니다. 김영삼씨가 누굽니까. 적어도 그 당시만 해도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해 23일간의 단식을 해 가며 투쟁해 온 분이 아니었느냐 말입니다. 그러면 영남 사람들은 당연히 김영삼씨에게 몰표를 주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겁니다. 그런데 철권통치를 일삼아온 박정희, 전두환의 후신인 그런 군부독재자의 후계자에게 표를 몰아 준 사람들이 바로 영남 사람들이었으면서도 왜 그 책임을 유독 김대중씨에게 전가하려 들었느냐 하는 겁니다.

제가 바로 앞에서 희망을 잃어 버렸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김대중씨가 대통령 되는 것이 정 싫으면 그간 민주화를 위해 싸워 온 김영삼씨에게라도 표를 밀어 그 사람이 당선되게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제 주장인 것입니다. 그래 놓고선 왜 몰표 준 것 갖고서 호남 사람들을 독종이니, 상종 못 할 놈들이니 하고 욕을 하는 것이냐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사실 싹쓸이라 하지만 그게 어디 영남하고 비교가 되는 것입니까. 우선 대구·경북의 인구만 해도 호남 전체의 인구와 맞먹는 숫자인데, 하물며 거기에 부산, 경남까지 합치면 아무리 호남에서 싹쓸이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결국 영남의 절반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호남 단합'의 이유를 정녕 아는가?

물론 이러한 단순 숫자상의 나열은 문제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일면도 있겠습니다마는, 모든 언론들이며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앞장서 나서서 싹쓸이 현상은 지역감정을 더욱 부추기고, 심화시키는 현상이라고만 떠들어 댄 건 해도 너무했던 것 아닙니까?

더욱이 박 정권 이후 일, 이년도 아니고 몇 십 년을 그쪽에서 모든 것을 독점하고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런 비양심적인 작태를 계속 되풀이해 온 그들에게 도대체 우리 호남인들이 맞설 무기라곤 단합된 힘밖에 더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래 놓고선 요즈음 호남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그 동안 일언반구도 자성하는 소리가 없던 기득권 세력들의 그 몸부림이란 참으로 가관스러운 작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성하는 소리는커녕 초원복집 사건이니 북풍 공작이니 해서 지역감정을 조장해 온 그들이 되레 정치 공작이니, 야당 탄압이니 하고 떠벌리고 있으니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 아니겠습니까.

92년 대선 당시에도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호남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었느냐 하면 김대중씨가 설령 대통령이 못 된다 할지라도 그래도 정주영씨보다는 같은 민주화의 역경을 헤쳐 나온 김영삼씨가 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그리고 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았었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김영삼씨는 30년 민주화 동지라는 김대중씨를 하루아침에 빨갱이로 몰면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지요. 그러나 그는 어떠했습니까. 정권을 잡자마자 DJ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저는 그때 또 한 번 우리 민족성에 대해 회의를 품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 적어도 두 사람은 같은 민주화를 위해 함께 싸워 온 사람들이 아니었느냐 이겁니다. 만약 김영삼 정권하에서 경상도, 전라도를 떠나 같이 손잡고 그간 군사정권하에서 갖은 잘못을 저질러 온 수구세력들에 맞서 싸워 나갔더라면, 오늘날의 정치 상황이며, 경제며,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진일보하지 않았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희망을 잃어 가던 차에 교수님의 글을 접한 것이었지요.

 

박정희 부활! 전두환 부활?

이번 대선에서도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호남 사람들은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선거는 좀 낫다. 설령 DJ가 안 된다 할지라도 비영남 후보이자 나름대로 소신과 청렴함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 온 그 사람이 여당의 후보가 되었으니 어쨌든 앞으로는 지역감정도 엷어질 것이고, 우리 나라의 정치 상황도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라고, 아니면 정치라는 생물 자체가 그렇게 돼먹은 것인지 이건 전혀 딴판이었지요. 기존의 사람들을 뺨치는 기득권 세력들의 몸부림이란 정말 볼 만하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는 조금씩 우리 민족에 대한 희망을 가졌습니다.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니까 희망을 가진 것이냐고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적어도 제 자식에게 어렵더라도 참고 살다 보면 이렇듯 희망스러운 날들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혹, 누군가 무엇이 희망이고 무엇이 불행이냐고 물어온다면 저는 그 사람에게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온전히 희망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군사정권의 하수인에 의해 동경에서 납치된 김대중씨가 바닷물에 빠지기 직전에 구출되어 살아나는 장면이 연속극에 의해 방영되던 시점에, 그러한 철권의 정치를 휘둘러 대던 압제자의 딸이 다시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나오는 이 현실, 그러한 아이러니가 제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데 어찌 온전한 희망을 갖게 되겠습니까.

하긴 희망이 온전하게 이루어져 버린다면 어디 그게 희망이겠습니까 마는……. 정치도 생물이라서 그럴까요. 백주대로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장갑차와 총대로 진압하고 이 나라에 철권통치를 휘두른 전두환씨가 다시금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안 되리라는 보장을 어느 기준에다 두고 확신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적어도 반만년 한 핏줄을 이어받은 단일 민족이라는 자부심이 민주적인 가치관 하나 제대로 통일시키지 못한 채, 오늘도 교묘히 기득권의 세력만 대변하며 그저 반민주적, 반통일적 펜대를 내갈기는 그러한 사이비 언론이 아직도 우리 나라 최고의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으로 버티는 이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과연 우리 민족은 우수한 자질의 민족인가라는, 정말 몰매 맞을지도 모르는 생각을 해 본다는 겁니다.

 

충격적인, 가슴 아픈 이야기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은 바로 교수님이었습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에 이번에도 김대중씨가 낙선했더라면 교수님은 물론이거니와 호남 사람들 대부분이 영원히 빨갱이 지지자로 낙인찍힐 뻔하였으니 이게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합니다.

심각한 이야기 하나 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대선 전 DJ가 여론조사에서 한창 1위를 달리고 있던 9월경에 저희 직원이 직무교육차 교육원에 갔었는데 거기에는 각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다 모였습니다. 그 중에 더러는 타지에서 생활하는 호남 사람들도 있었지요. 그런데 휴식시간에 우연히 호남 사람들끼리 몇이 모였는데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이런 소리를 하더랍니다.

"누구든 절대로 좋아하는 내색하지 말어라, 이번에는 김대중씨가 될 것 같냐고 물으면 안 된다고 해라, 선거 이야기가 나오면 잘 모른다고 하여라"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충고를 하더란 것입니다. 그래서 그 직원의 이야기인즉슨 타지에 살아도 호남 사람들은 마음이 다 이심전심이더라고 하면서 농담 반 섞어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사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때의 감정을 어찌 타지 사람들이 이해하겠습니까. 40년 가까이 도둑놈으로, 빨갱이로, 사기꾼으로, 상종 못 할 놈들로 몰려 오며 억눌려 살아 온 이들 피해자들에게 너희들이 똑바로 하면 그렇겠느냐고 반문하는, 그들 기득권 세력들이 어찌 이해하겠느냐는 겁니다.

어쩌면 김대중 정권 탄생의 의미는 40년만에 이루어 낸 여야 정권의 교체라는 의미보다 바로 이런 호남 사람들의 억눌린 감정을 풀었다는, 그야말로 집단적 정신적 질환을 치유한 것에 더 큰 의의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J 정권을 바라보는 두 종류의 눈빛

혹자는 더러 그러한 이야기를 합니다. 호남 사람들만 푸대접받고 살았냐고, 무대접 받은 지역도 있다고요. 저는 그들에게 묻습니다. 과연 호남 사람들처럼 치열하게 압박받으며, 싸워 본 적이 있느냐고요. 물론 이러한 제 이야기에 반론도 만만치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가장 심하게 핍박받으며 억눌려 지내 온 지역은 호남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소위 민주화의 소용돌이 속에 호남은 언제나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고 감히 단언해도 틀린 말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영남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습니까. 정말 이마빡에 피흘리며 쎄빠지게 싸운 사람들은 누구였는데. 교수님 이것이 또 다른 오만으로 비칠 수도 있을까요. 글쎄요,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불러다 고문하고, 감옥에 보내는 그들이 국가를 더 사랑하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들에 맞서 피흘린 사람들이 더 국가를 사랑한 것이었는지는 각자 판단의 몫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러다 고문하고 감옥에 보낸 그들 기득권 세력 주위에서 호남은 늘 소외되어 왔고, 피해자로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함석헌옹께서 군사독재 시절에 하신 말씀이 있었지요. 정부 밉다고 나라까지 미워해서야 되겠느냐고요.

이제 국민의 정부라는 소위 호남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너희들 얼마나 잘 하는가 두고 보자는 식의 부릅뜬 눈들을 보면 또 한 번 기가 질립니다. 그야말로 오늘날의 상황이 어떻게 해서 왔는가 하는 진단은 없이 누구든 조금만 잘못해 봐라는 식의 그 눈빛들이란 정말이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누구 말처럼 저도 졸지에 여당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교수님께서 늘 주장하시는 것처럼 더욱 가차없는 비판의 눈으로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덜 부패하지 않은 정권은 그만큼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위해 더 많은 투쟁을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그것이 곧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산물이어야겠지요. 그러자면 우리 호남 사람들 스스로가 준엄한 감시자가 되어야겠지요.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당선되었을 때의 기쁨보다도 이제 앞으로 짊어지고 살 막중한 책임감을 먼저 피력하는 그들의 인터뷰 내용들이 저는 그 반증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name&desc=desc&no=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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