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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선의종
제 목 법조인을 위한 변명
선 의 종(서울 강서구 가양2동)


요즘 가장 많이 욕을 먹는 집단을 꼽으라면 아마 법조계도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는 그만큼 법조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런데 법조인을 비판하는 말들을 듣다보면 법조인과 비법조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 이는 법조라는 집단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나 일반인의 오해와 무지라는 것도 따지자면 법조인의 소극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법조인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직역이나 업무를 홍보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총체적인 위기에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는 전병오님(<사법개혁에 찬물 끼얹은 대법원장>, 월간 「인물과사상」,1999년 7월호)의 당위는 누구라도 거스를 수 없으나(특히 사법부의 독립방안을 기술한 부분은 교과서적이긴 하나 앞으로 법개정을 할 때 정치인들이 반드시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아래와 같은 잘못된 논의에 근거해 사법개혁에 관한 논의의 실마리를 풀어나갔기에 글 전체의 설득력이 반감됐다. 특히 윤관 대법원장에 대해 직무유기성 질책을 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지나치게 인신비판으로 흘렀다고 본다. 또 전병오님의 대책안이라는 것은 너무 원론에 그쳐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아래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1차 수요자인 법조계가 자신의 업무자를 주체적으로 선발해야

먼저 새교육공동체위원회에서 법조인 양성제도를 논의하는 것은 한 마디로 월권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새교육논의와 법조인 양성논의는 분명히 그 대상과 목적 등이 다른 별개의 범주에 속한다. 그럼에도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법학교육문제라는 이유로 법조인 양성에까지 논의를 확장하는 과오를 범했다. 이는 아마도 로스쿨제도가 100년이상 다듬어져 온 미국의 독특한 법조인 양성 및 법학교육제도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유사 로스쿨 제도를 받아들이려는 일념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백보양보해 법학교육제도 개선논의과정에서 법조인 양성제도와의 유기적 상호관련을 강조해 법조인 양성까지 논의대상으로 삼고자 했다면 적어도 법조계와 함께 연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의 순리라고 본다. 물론 최종적인 수요자인 국민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1차적인 수요자인 법조계가 자신의 업무자를 주체적으로 선발하지 못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법조인 양성에 대해 일방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시중에 법조계에 대한 각박한 민심을 등에 업고 뭔가를 해보려 한다는 의혹마저 불러 일으킨다.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가?

다음으로 사법제도 개선논의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법제도 개선은 사법제도를 운영할 개체를 양성하는 것에서부터 재판절차 운영방식까지 포함하는 등 광범위하다. 또한 법 운영은 국가공동체의 합의에 관한 문제이므로 이의 변화는 개인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도 있을 만큼 정신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사법제도의 변경은 그 여파가 국민 개개인 모두에게 여과없이 미친다는 점에서 그만큼 어렵고 신중하게 다뤄야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법조인 양성제도 논의만 해도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자는 근본적인 제도개선논의를 권한 없는 위원회에서 오랜 연구도 없이 주장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소득 없는 논란을 부추기는 정말 무책임한 행위라고 본다. 서구제도를 단순 모방한다는 비판을 듣기에 충분하다.

전병오님은 먼저 대책안도 없는 비판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했다. 그리고 사법제도문제를 제기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법조인은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또 그때마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구차하며 의도가 불순하다고도 하셨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존의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데는 매우 신중해야 하며 또한 쉽지도 않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사법부를 비롯해 법조계의 제도개선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돼 타당하지 않다. 법조계는 재판제도를 개선하고 국선변호인제도를 넓히며 법률구조도 확충하는 등 나름대로 꾸준히 제도개선을 해오고 있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법조인양성제도의 차선책이라는 전제에서 차선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의 법조인 양성제도인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제도차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물론 사법시험제도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들은 제도수정만으로도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고 본다.

법조영역을 자유시장에 내맡겨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사법개혁을 말해보겠다. 시급히 논의가 마무리돼야 할 부분이 법조인 양성문제라고 생각되는데 현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할 정도로 현 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법조인수라고 본다. 국민의 불만도 대부분 높은 변호사 수임료에 있다고 여겨진다. 현재 변호사의 수가 제한적이어서 공급이 달리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싼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변호사 수를 무작정 늘린다고 해서 더 싼 값으로 이전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올들어 500명에 가까운 사법연수원 수료자가 배출되자 도우미 변호사나 소액사건 전담 변호사와 같은 비교적 값싼 법률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나 소장만 써주는 등의 좁은 법위에서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물론 기존 법무사의 업무를 더 나은 전문가인 변호사가 해준다는 의미에서 법률서비스가 향상됐다고 볼 여지는 크다). 따라서 무작정 법조인을 늘려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 법률서비스 향상에 무조건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단순한 발상이다. 질적 고려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위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법조영역을 자유시장에 내맡겨서는 안된다. 완전자유시장의 폐해(극빈자의 법률구조문제 등) 뿐만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운영은 국민에게 영향이 직접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문영역인 법조의 질적 하락과 이와 연루되기 쉬운 법조 범죄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회 전반의 법률비용을 증가시켜 오히려 사회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한편 구조적인 이유를 감안하지 않고 변호사 비용 인하를 주장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법조인들을 값싸게 부려 먹을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마련하지 않은 값싼 서비스요구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결국 올바른 법률서비스 수요에 당사자인 법조인에 대한 고려나 법조유사직역 종사자에 대한 고려를 감안해 그 수를 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사법개혁은 국민이 법원이나 사법제도를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상의 애로점을 제거하는 제도적 보안에 중점을 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동네마다 법원을 설치한다든지 소가를 좀더 낮추는 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올들어 500명 가까운 연수원 수료자가 배출됐고 700명에 이를 때까지 해마다 100명씩 수료자가 늘어나 국민이 갈수록 값싼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조인을, 변호사를 대하는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나아질 것임을 확신한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1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02

2002/06/28 (09:59:03)    IP Address : 147.46.1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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