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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유재성
제 목 국방군사연구소장의 '폭행', '인권 유린'
국방군사연구소장의 '폭행', '인권 유린'

유재성∥국방군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


국방군사연구소는 1964년 8월 대통령령 제1904호에 의하여 발족된 전사편찬위원회를 모태로 우리 나라 국방·군사사의 연구·편찬을 위해 조직된 국내 유일의 연구기관이다. 국방군사연구소는 지난 30여 년 간 한국의 역대전쟁사, 한국전쟁, 국방사 등에 폭넓은 연구업적을 쌓아 한국군사사(韓國軍事史) 연구에 관한 독자적 위상을 인정받아왔다.

서구의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자국의 군사적 전통을 발굴해내고 안보·국방과 관련한 역사적 안목의 필요성이라는 현실적 요청에 따라 본 연구소와 같은 성격의 군사사 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소는 대부분 국가적인 지원하에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연구진을 구성하고 있으며 연구 성과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이와 같은 외국의 사례로 볼 때 한국에서 국방군사연구소의 위상과 역할이 가지는 중요성은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전임 박순찬 소장의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행태

그러한 국방군사연구소가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IMF 사태 이후인 1998년 말 구조조정 과정에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연구소 안팎의 여러 문제로 연구소 운영은 심각한 왜곡·파행성을 노정해왔으며, 지금까지 쌓아온 연구소의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하여 연구원들은 왜곡된 구조조정과 전임 박순찬 소장(예비역 소장, 육사 21기)의 파행적 연구소 운영, 그리고 경리비리 등의 시정을 건의하였으나 박 전(前) 소장은 이를 번번이 묵살함으로써 연구소 사태가 극단까지 치닫도록 방조하였다. 더욱이 박 전 소장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온갖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를 자행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특히 당시 경리담당자의 경리비리 사실이 수차에 걸쳐 발각되었고 출판물 인쇄비와 관련된 대규모 부정의혹이 제기되어 퇴직한 전직 연구원이 이 문제를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초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소장은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비호하기에 급급하여 직원들의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연구원들이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수차례 시정해 줄 것을 건의하고 호소하였으나, 소귀에 경 읽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9년말 기획예산위원회로부터 제2차 구조조정의 압박이 가해졌다. 이에 연구소의 존폐조차 불확실해지자 연구원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99년말 소장에게 연구소의 정상적 운영을 호소하는 건의서를 제출하였고, 이것이 묵살되자 금년 초에는 연구소장과 국방부장관에게 올리기 위한 연구소의 비리척결, 문제점 개선 등 개혁에 관한 내용의 <건의서>를 작성하고 서명까지 하였다가 최종적으로 보류하였다.

그러나 건의서는 확인되지 않은 경로를 통해 국방부로 전달되었다.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한 국방부는 박 전 소장의 사직서를 수리하였으나, 조기퇴직 형태로 처리하여 6개월 분의 봉급을 얹어주었으며, 박 전 소장 본인은 금년 12월까지 책정되어 있는 업무추진비를 사직 직전에 모두 사용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저질렀다.

또한 국방부에서는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는데, 감사 당시부터 박 전 소장과 그 측근들을 옹호하는 감사관들의 편파적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고, 감사결과 통보서는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우선 1999년 12월 31일, 연구소 규정 어디에도 없는 자의적 독단으로 소장은 자신의 육사동기인 N연구위원을 책임연구원으로 ‘특별승격’시키는 인사를 단행하였다. 물론 ‘특별승격’은 연구소 규정 어디에도 없는 소장의 자의적인 결단이었다. 그러나 감사 결과는 여기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감사 과정에서 감사관은 ‘특별승격’이 규정에는 없지만, 소장이 독단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변하며 소장의 불법적 행태를 옹호하였다. 반대로 그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건의서>를 작성하고 서명한 행위에 대해 면직될 수도 있음을 강조하며 연구원들을 협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 이미 99년도의 감사 결과 자신의 봉급을 부당하게 과다 지급해왔고, 인쇄비를 부당하게 과다 책정하여 발주한 행위가 발각되어 중징계를 받은 전임 경리담당자 및 경리여직원이 자신들의 봉급을 부당하게 수령한 비리를 <건의서>에 상세히 명시하여 두었으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 점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조차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반면, 그 동안 소장의 오류를 지적하고 소장의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 직언해온 전임 기획운영부장과 전임자와 달리 원칙적인 경리운영을 고집하여 소장의 비위를 맞추지 못한 현임 경리담당자장의 업무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생트집을 잡다시피 하여 중징계 할 것을 요구하였다.

동시에 <건의서>에 서명한 연구원들을 징계하도록 지시하였다. 특히 전임 기획운영부장과 현임 경리과장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와 생트집은 군인공제회에 인쇄사업발주상의 특혜를 주라는 국방부 고위층의 압력과 박 전 소장의 강요에 굴복하지 않은 사실상 ‘괘씸죄’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은 것이었다.

기득권 지키기에만 집착하는 국방부

국방부에서는 이러한 부당한 감사 결과 처분도 모자라서 문제점의 시정을 건의한 연구원들을 몰아내기 위한 각종 조치를 강구하기 시작했다. 즉 국방부장관의 일방적 지시로 연구소의 모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 이사회를 개최하여 연구소를 해체한 다음, 국방부 직할기관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원 신분도 별정군무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의 기저에는 연구소의 발전적 개선이나 개혁과는 배치되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 요체는 연구소의 발전을 위해 이러저러한 건의를 하는 성가신 전문연구원을 몽땅 몰아내고, 그 자리에 전문성은 전혀 없더라도 ‘충성심 강한’ 현역 및 예비역 군인으로 충당하려는 데 있다. 현정부에서 가장 반개혁적 조치로 여기는 낙하산식 인사, 모부처에서 퇴직한 인사로 채워진 경로당 기관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독재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불법적인 처사로서 현정부의 개혁 조치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이와 같은 국방부의 방안은 본 연구소가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제고하여 국방·군사문제에 대한 역사적 모델과 교훈을 도출하여 국가정책에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장이나 상급기관 고위층의 취향에 따라 그 법적 지위와 기능을 자의적으로 변개하여 오히려 사회 변화의 추세에 역행하도록 만드는 퇴행적인 행태에 다름 아니다.

더욱 중대한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기구 및 사회전반 개혁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최근 무기도입과 관련된 군수비리, 성추문 사건이 터짐으로써 사회적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성하여 거듭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적반하장식 반개혁적 작태를 공공연히 자행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을 무디게 하고 국민의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국방부의 행태는 사회의 변화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집착하는 수구적이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조지연 예비역 소장의 폭언과 육탄 돌격

한편 국방부는 자신들의 방안을 강행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력(`?`)’이 돋보인다는 평판을 받고 있는 조지연 예비역 소장(육사 24기)을 금년 5월 1일부로 소장에 임명하였다. 신임 조지연 소장은 불타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인지 넘치는 충성심의 발로인지 알 수 없으나 ‘골치 아픈’ 연구소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지극히 단세포적 발상을 가지고 연구소에 마치 점령군인 양 부임해왔다.

조지연 소장은 연구소 직원들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과잉의욕이 앞선 탓인지, 취임식 이후 연구원들과 단 한 차례의 접촉도 없다가 5월 8일 사실상 연구소 직원들과 상견례라 할 수 있는 첫 조회 석상에서 전직원을 상대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언을 거침없이 행하였다. 이때의 욕설은 연구소의 역대 소장과 연구원·관리원을 비롯한 전직원과 그간의 연구성과물을 특정 동물과 배설물로 매도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에 대부분의 직원들, 특히 여직원들은 모멸감에 치를 떨며 밤잠을 설쳤다고 할 정도였다.

신임소장의 행태가 5월 9일 회의에서도 계속되자 직원 중 가장 원로이며 최상위직급인 유재성 책임연구위원이 정중히 발언을 신청하여 욕설과 폭언을 자제해 줄 것을 건의하려 하였다. 유 책임연구위원의 발언이 시작된 지 채 10초도 지나기 전에 조 소장은 대뜸 욕설과 함께 유리컵을 유재성 책임연구위원에게 집어던져 박살내고는 육탄 돌격하여 유 책임연구위원의 넥타이를 움켜쥐고 폭언·폭행을 가하였다(상해진단 2주).

당시 연구소 여직원들은 돌발상황에서 비명과 울음을 터뜨렸으며, 임신 8개월인 한 여자 연구원은 이때의 충격으로 쇼크를 받아 약 10여일 간 출근도 못하였고 현재까지도 매일 병원에서 치료와 검사를 반복해서 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유재성 책임연구위원은 서울지방검찰청에 조 소장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며, 5월 31일 서울지검에 출두하여 고소인 조사를 받은 상태다.

침묵을 강요하는 부당한 조치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조지연 소장 이하 연구소 지도부는 서명자에 대한 징계작업에 착수하였다. 더욱 웃지 못할 일은 징계위원회를 전체 20명의 연구원 중 서명을 한 연구원 16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연구원으로 구성한 것이다.

징계위원회 구성은 다음과 같다. 나종삼 책임연구위원(징계위원회 위원장, 육사 21기로 박순찬 전 소장과 동기로 1999년 12월 31일 박 소장이 단행한 규정에도 없는 특별승격조치에 따라 연구원에서 책임연구위원으로 승격), 조복현 연구위원(징계위원, 육사 24기, 조소장과 동기, 99년 6월 표절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지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상태임), 김행복 연구위원(징계위원, 육사 25기, 역시 99년 6월 표절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지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상태임. 또한 서명건의서의 내용에 적극적인 동조의사를 표명하고 추후에 이를 번복함), 박영현 연구위원(징계위원, 삼사출신, 예비역 소령, 역시 서명건의서의 내용에 적극적인 동조의사를 표명하고 추후에 이를 번복함).

따라서 이 징계위원회는 적법성조차 의심되는 한 편의 소극(笑劇)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이들은 마치 피의자를 심문하듯 집요하게 ‘주동자’를 색출하기 위해 광분하였다.

징계대상자들의 ‘행위’의 경중에 따라서 징계수준을 결정해야 함(국방부감사처분요구서)에도 불구하고 그와는 무관하게 징계위원들의 사적인 감정과 자의적 판단에 따라 마구잡이로 징계수준을 결정하였다. 그 결과 서명자 중 가장 하위직급에 속하며 서명 과정에서 뚜렷한 역할이 드러나지 않은 B연구원·Y연구원이 정직 1개월, S선임연구원·S연구원이 감봉 2개월, L선임연구원·A연구원이 감봉 1개월의 중징계로 결정이 났다. 도리어 지도층에 속하는 대다수 상위직급 연구원들은 근신이나 견책 정도의 경징계에 그쳤다.

동일 사안에 대하여 동일한 행위를 한 16명의 연구원을 징계하면서 오히려 책임이 막중하다 할 수 있는 상위직급자(특히 부장급)는 경징계에 그치고 연령이나 책임 면에서 가장 낮은 직급의 연구원을 주동자로 모는 이 비상식적인 작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는가?

중징계 받은 연구원들은 최하위 직급이지만, 박사학위를 가진 민간인 출신이고(정직 2명 모두 박사이나 최하위연구원, 감봉 4명 중 3명은 박사 1명은 박사수료, 최하위연구원 2명, 차하위 연구원 2명), 고위직급 연구원들은 고졸 등 학력 면에서 취약하지만 군 출신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징계위원회의 결과는 민간인 출신의 박사급 연구원들에게 흠집을 내어 연구소 해체 과정에서 퇴출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징계 자체도 법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국방연구원 정관 제17조 <임원 및 직원의 지위>에 따르면 “임원 및 직원의 복무에 관하여서는 국가공무원법 제7장 <복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다. 공무원법 제7장에는 “공무원은 노동운동 기타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되어 있다.

공무원이 아닌 연구소 임직원에게 공무원과 동일하게 노동운동 등의 행위를 금지시킨 정관은 그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또 소장을 포함하여 연구소 구성원이 자행한 직무상의 불합리성과 오류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시정을 호소·건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그에 따라 연구소 전체가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건의서를 작성하고 거기에 서명한 행위가 그 자체로는 집단행위로 볼 수 있을지라도 거기에 대해 중징계를 비롯하여 무더기 처벌하는 것은 기관장이 기관 운영상 여하한 비리나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거기에 대해 침묵할 것을 강요하는 부당한 조치로 판단된다.

요약하자면 연구소 문제가 표면으로 불거지게 된 이번 폭행 사건의 밑바닥에는 연구소를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전문연구원을 몰아내고, 예비역 군인 등 비전문가를 낙하산식으로 대거 임용하여 ‘예비역의 밥그릇’으로 만들려는 국방부의 반개혁적 발상이 깔려 있다. 따라서 본 폭행사건을 계기로 국방부는 연구소를 해체하려는 반개혁적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다른 정부출연연구소에 준하는 전문 연구인력과 연구 체계를 갖춘 군사사연구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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