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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정영진
제 목 장애인을 위한 5대 실천 방안
정영진(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라고 생각되는 더운 여름날, 학교를 파하고 친구와 나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재잘거리면서 집으로 향하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습니다.지금도 그러하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한 번 즐거움에 빠지면 좀처럼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방 15미터쯤에서 고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형이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절뚝거리며 걸어가고 있지 않겠습니까?나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 형의 걷는 모습을 흉내냈습니다.

대여섯 발자국 옮겼을까.그 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습니다.눈이 마주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본능적으로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였음이 분명합니다.

"너 이리 와 봐"

옆에 있던 친구는 의리 없이 왔던 길로 도망가고, 나는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천천히 걸어서 그 형 앞에 섰습니다. 다만, 뺨을 10여차례 정도, 아니 더 된 것 같습니다. 지나가던 어떤 아주머니가 그만 때리라고 말린 점으로 미루어 20대 가까이 맞은 것 같습니다.

"가라"는 말이 들려온 후 나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울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겼습니다. 그 후 저도 감기의 후유증으로 왼쪽 청력이 거의 상실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여럿이 길을 걷는 경우, 식당에서 여럿이 식사를 할 때, 고속버스를 타고 먼길을 갈 때에는 항상 맨 왼쪽에 위치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흔히 정상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신체나 정신에 특이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은 나와 전혀 별개의 공간에 살고 있는 불가촉의 천민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물론, 의식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이 세상에 장애 없는 완벽한 인간이 있습니까. 사지가 전혀 손상됨이 없는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요. 단언하건대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유목생활을 하는 몽고인들은 시력이 4.0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런 몽고인들이 보면 시력 1.0인 사람도 시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입니다. 정신장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자신의 정신에는 아무런 흠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장애의 위험 앞에 아무런 대책 없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인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교통사고 한 번 안 당할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끝으로 우리가 장애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장애인 시설(불우이웃시설, 산업근로자재해시설 등을 포함하여 땅값 떨어지는 시설 일체)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 적극 이를 지지·환영합시다.

둘째, 지하철 내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가 특별히 만들어져 있습니다.(보도블록이 울퉁불퉁 솟아있음) 그 보도는 시각에 특이성이 있는 분들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므로 피해 가는 습관을 들입시다.(차도에는 차만 다닙시다)

셋째, TV뉴스 시청시 화면 오른쪽 하단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가 조그맣게 상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특히 장애인의 날에는 생색내기용으로) 현재 시청하고 계시는 대부분의 TV뉴스에는 수화화면이 없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방송국에 전화합시다.

넷째,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사고를 일으켜 매스컴에 보도되었을 때 "저런 놈들을 왜 풀어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저 사람을 위한 적절한 치료시설은 마련되어 있는가, 치료 후 사회적응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합시다. 생각만으로도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섯째, 일년 사시사철 눈길 한번 주지 않다가 장애인의 날만 되면 으레 성공한 장애인들만 들춰내는 매스컴이 있습니다. 자기가 보고 있는 신문, TV, 라디오, 기타 언론매체가 장애인에 대하여 얼마만큼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항상 지켜봅시다. 성공한 장애인보다는 학대받고 있는 장애인이 훨씬 많습니다.

끝으로, 전철 타고 있을 때 노래를 부르면서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시각장애인이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500원씩 보탭시다.(1,000원도 가능함) 혹시 내가 더 영세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있습니까.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2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33

2002/06/26 (14:23:30)    IP Address : 147.46.1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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