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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강준만
제 목 [명지대신문]과의 인터뷰
(이것은 지난 5월 7일 [명지대 신문] 김대준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입니다. 질문을 주신 김 기자께 감사드립니다.)

1.교수님은 `지식권력을 교체하자'라고 주장하십니다.그렇다면 현재의 `지식권력'은 어떠한 형태를 취하기에 교체의 대상이 됩니까?

현재의 `지식권력'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성은 기생성(寄生性)이라고 생각합니다.`홀로 서기'에 실패했거니와 그럴 뜻도 없다는 것입니다.권력과 금력에 너무 밀착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게다가 응징과 보상의 문화도 존재하지 않습니다.정치권력은 크게 부족하나마 과거의 죄악과 과오에 대해 응징을 당해 왔습니다만,지식권력이 응징을 당한 걸 본 적이 있습니까? 이제 우리는 지식권력이 면책특권을 누리는 영원한 권력으로 군림할 수 없게끔 실명 비판을 통해 구체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2.현재의 `지식권력'을 교체하면,이후 권력을 잡을 `지식'은 다시금 현재의 `지식권력'과 마찬가지의 양태가 되지 않겠습니까?

지식권력 교체는 정권교체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그건 한꺼번에 물갈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승자 독식주의'가 통용되지도 않습니다.저는 그걸 일종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한 과정의 핵심은 지식인이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을 지는 풍토'의 정착에 있습니다.그러므로 새롭게 교체된 일부 지식권력이 과거의 양태를 반복한다 해도 교체 자체가 책임을 묻는 풍토에 근거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봅니다.정권교체를 위해선 5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지식인 개개인에게 책임을 따져 묻는 건 하루 아침에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3.`지식권력'의 교체보다는 현 사회의 `지식행위'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필요하지 않습니까?예를 들자면,`지식행위'는 끊임없이 현장을 중심으로 보충적 위치에 처해져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즉,`지식행위'의 권력 교체가 아닌,`지식권력'을 빼앗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데,이에 대한 교수님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지식권력'을 `엘리트 지식인' 중심으로,그리고 권력을 지배의 관점에서,너무 좁게 해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민생 현장의 활동도 결국 지식에 근거하는 것 아닐까요? 그것 역시 지식권력이라는 게 제가 사용하는 `지식권력'의 의미입니다.즉,제가 말하는 교체는 부분적으로 매우 다양한 관점과 입지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교수님의 자주 행하시는 `자유로운 논쟁'을 대단히 관심 깊게 읽고 있습니다.현 한국 사회에서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논쟁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봅니다.하지만 그러한 논쟁이 현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교수님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저를 그렇게까지 과대평가해 주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물론 질문의 뜻은 저 혼자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느냐고 묻는 건 아니리라 믿습니다만,좀 재미있게 답변을 드리자면,제가 큰 성공을 거두면 그건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믿습니다.제가 큰 성공을 거둔다는 건 결코 저 혼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많은 사람들이 제 뜻에 동참하여 실천을 한다면 그건 엄청난 힘이 될 수 있습니다.반면 제가 큰 실패를 하고 변질까지 된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겠습니까? 한 지식 사기꾼의 해프닝에 불과한 게 아닐까요? 전 그래서 반드시 크게 성공해야겠습니다.지나친 강박관념 갖지 마라구요? 그게 아닙니다.제 작업은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설사 제가 다 옳지는 않더라도 제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현 상태가 이대로 지속돼서는 안되며 그럴 수도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앙을 저는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5.논쟁 중 교수님의 입장을 살펴 보면,너무 현실 정치에 입각하시는 주장(특히 손호철 교수님과의 논쟁을 살펴 보면)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지식인이라면 거대한 이상 속에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테지만,교수님은 너무 현실적인 주장만 되풀이 하시는 것 아닐까요? 교수님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정말 구미가 당기는 질문이군요.죄송합니다만,제가 깨부수고자 하는 신화가 바로 김 기자께서 지적해주신 지식인관입니다.저는 현실 정치에 입각하는 주장이나 현실적인 주장만 하는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제 책들에 무수한 증거들이 있습니다.너무 이상적인 주장이 얼마나 난무하는지 아십니까?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식당에 가선 밥을 먹고 운동장에 가선 운동을 하자는 겁니다.즉,이상이 놀아야 할 장소와 현실이 놀아야 할 장소를 잘 구별해서 놀아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현실은 궁극적으로 이상의 지배를 받아야지요.그러나 그 지배에도 시간적 괴리가 존재하는 겁니다.한국 정치를 선진국 민주주의라는 이상의 잣대로 두들겨패면 어쩌자는 겁니까? 한국 대학생들을 역사적 상황을 제거한 채 세계에서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하는 나라의 대학생과 비교해 몰매를 주면 그런 몰매에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이상의 남용과 오용'은 지고지선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세력을 똑같은 것으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에 현실과 아무런 연계를 갖지 못한 채 계속 추악한 현실을 확대재생산하는 효과를 가져올 뿐입니다.저는 이상에서 벗어난 추악한 현실에 대해서도 현실의 잣대로 누가 더 나쁘고 덜 나쁜지 그걸 가려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그런데 그런 작업은 오해받기 십상이고 속된 말로 폼을 잡기도 어렵습니다.그냥 모두 싸잡아 두들겨패야 이상을 소중히 하는 대학생들로부터도 인기를 얻지요.저는 그런 위선적인 지적 풍토에 이의 제기를 한 겁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차원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에겐 반미감정을 가질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우리는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그러나 한국에 놀러온 미국 관광객에겐 철저한 친절과 서어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모순이 있습니까?

그런데 그간 한국 지식인들의 전반적인 정치 평론은 장소와 차원을 구분하지 않은 채 정치학 원론을 강의하는 강의실에서 해야 할 이야기를 현실 정치에 적용시켜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그리고 그게 먹혀 들어갔어요.그게 우리 나라의 주류 정치 평론이었거든요.그들의 이야기가 이상적이라 더 고상하게 보이고 현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천박하게 보입니까?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에 때아닌 이상론을 들먹이는 것이 실제론 얼마나 현실적인 처세술인지 아십니까? 지식사회학이라는 게 있습니다.저는 `정치평론의 사회학'을 이야기한 겁니다.좀 심하게 이야기하자면,우리 나라 언론과 지식인의 대다수는 정치권 자체를 적으로 삼아 밥벌이를 하는 집단입니다.늘 개혁은 외치지만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일부러 만들지 않는 가운데 씨알이 먹히지도 않을 교과서적인 이야기만 늘어 놓음으로써 현실의 개선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겁니다.현실이 바뀌지 않아야 계속 자기 역할을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6.교수님은 [인물과 사상]을 통해 `저널룩'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가시면서 새로운 `지식 행위'의 모습을 보이고 계십니다.그렇다면 [인물과 사상]을 중심으로 진행하시는 저술 행위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지식인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어디까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저는 감히 지식인의 대안을 제시할 생각은 없습니다.그건 제 능력밖의 일입니다.제가 하고자 하는 건 매우 소박한 일입니다.전 `이건 아니다'는 것만 지적하는 역할만 맡고자 할 뿐입니다.가서는 안될 길로 가는 걸 막는 것이 곧 대안 제시는 아닐 것입니다.그러나 좀 건방을 떨 수도 있겠습니다.저는 적어도 현 상황에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보다는 저의 그런 역할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대안 제시엔 갈등이 발생하지 않습니다.즉,대안 제시는 극복해야 할 장애는 외면한 채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수많은 대안들이 내려 앉을 땅을 찾지 못한 채 허공에 떠돌아 다니는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그게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우리는 `대안'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비판'보다는 `대안'이 훨씬 더 고급스럽게 보이지요? 더 생산적인 것 같고 더 고급 지성을 필요로 하는 것 같고,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까? 전 대안은 따로 떨어진 별개의 고형체로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그런 만능의 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요.그건 하나의 질서일 것입니다.수많은 대안들이 상부상조하는 평화 공존 체제,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닐까요?

 

7.교수님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시고 언론에 대해 공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어떠한 이유하에 이런 길을 선택하셨는지요?언론이 현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한 대안이라고보시는지요?

제가 늘 멋적어하는,곤혹스러운 질문을 또 주시는군요.전 순전히 기회주의적으로 언론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아니 언론학을 전공하게 된 건 뒤늦게 발견한 제 적성때문이겠습니다만,제가 공부를 직업으로 택하게 된 건 교수라고 하는 직업이 꽤 괜찮은 직업 같다는 현실적인 잇속을 따져서 이루어진 겁니다.저는 대단히 이기적인 인간입니다만,철저한 직업 윤리를 자부할 수 있는,그런 정도는 도덕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즉,제가 언론학 교수가 되었으면 언론학의 존재 근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지요.가요 주점 주인은 법을 지키면서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어비스를 제공하는 게 애국하는 게 아닐까요? 저 역시 그런 정도의 애국은 하고 싶다는 겁니다.그런데 우리 나라 언론 보십시오.이건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독재 권력입니다.그걸 어떻게 그냥 내버려두고서 제가 직업 윤리를 준수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언론이 현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한 대안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문제 의식은 한국 사회의 진보를 염원한다는 사람들이 언론과 뜨겁게 유착이 돼 있다는 사실입니다.언론을 성역시하면서 한국 사회의 진보를 원한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제가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조선일보]에 글을 써선 안된다고 이야기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때문입니다.왜 언론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사회 진보와 관련하여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일까요? 그게 바로 제가 이름붙인 이른바 `파편화 및 적자생존의 이론'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우리 사회 전체의 진보를 원하는 동시에 자신의 진보에 관심이 많습니다.두가지 목표가 상충될 경우 후자가 우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즉,그들은 그렇게 파편화되어 있고 파편화된 채로 생존하기 위해 강력한 권력 집단인 언론과의 유화책을 모색하는 겁니다.이걸 이대로 두고선 우리 사회의 진보는 매우 어렵습니다.그래서 전 언론이 현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한 필요 조건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8.결론적으로 현 시기 한국 사회의 지식인은 어떠해야 합니까?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대안을 중심으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식인의 생명은 논쟁과 토론입니다.논쟁과 토론을 경멸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그럴려면 아예 공적 영역에 기웃거리질 말아야지요.상아탑에 푹 파묻혀 있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치열한 논쟁과 토론에 의해 저 생각의 전부는 아닐 망정 일정 부분 부정을 당하고 격파당하는 기쁨(?)을 누리길 원합니다.그게 진정한 배움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감사합니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2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37

2002/06/26 (14:18:38)    IP Address : 147.46.1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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