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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김형수
제 목 <미국 멤피스시의 법정 풍경>을 읽고
<미국 멤피스시의 법정 풍경>을 읽고

김형수 │yp245@hanmail.net│


터무니없는 오해, 전족과 MS사 반독점금지 규제 판결

중국에는 전족풍습이 있었다. 전근대적이고 야만스런 풍습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왜 전족이라는 풍습이 있었는지를 모르고 비판하는 것은 오류를 부른다. 전족은 발로 가야할 영양분을 몸으로 돌아오게 해서 소위 양귀비식의 글래머러스한 여인을 만들기 위한 풍습이었다. 결국 중국의 전족풍습은 서양의 하이힐 신는 것과 목적에 있어서는 동일한 것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모르면 중국의 10억 인구는 졸지에 여자의 비정상적일 정도로 작은 발에서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도착자들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하이힐이란 것 역시 대단한 패션 감각이라기보다는 졸렬한 여성의 성의 대상화 방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단순한 인상 비평이 아닌 정확한 내막을 알아야 터무니없는 오해를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일간지의 칼럼에서도 빚어진다. 얼마 전 미국의 MS사의 반독점금지 규제 판결에 대한 조금은 황당한 글을 {중앙일보}에서 읽을 수 있었다. 즉, MS가 미국에 엄청난 국부를 가져다주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미국은 불리한 평결을 내릴 정도로 사법제도가 공평하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배우자는 것이 요지였다. 주장만으로는 문제가 없다. 우리도 공평무사한 사법체계를 세우자는 데 ……. 그러나 그러한 결론을 끌어낸 사례에 문제가 있다.

즉 MS사에 대한 규제는 미국 대 다른 국가의 재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만약 기소자가 다른 국가들이었다면 미국은 정말 공평하구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다름 아닌 미국 내의 다른 브라우저 제조사인 NETSCAPE였다는 점이다. 결국 자국 국민끼리의 문제에 대한 판결이므로 결코 이것을 미국 국부창조자임에도 불리한 판결을 내린 용기 있는(?) 판결로 과대 미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칼럼이 우리에게 터무니없는 오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 시점에서 NETSCAPE사에게 MS사가 현재 세계적으로 큰 이익을 내니 당신이 양보하시오 했다면 미국은 파시스트 국가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진 않으므로 파시스트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가 아닌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함에도 미국의 사법제도는 아주 공정하다는 오해를 준다(미국은 패권국이 아니다라는 식의). 단지 우리 역시 MS의 운영체제를 사용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MS의 피해자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을까? 간단한 가정 …… 한글과컴퓨터사와 MS사 사이의 재판이 벌어진다면?

신선우 님의 오버

지난 4월호 신선우 님의 <미국 멤피스시의 법정 풍경>이라는 글 역시 이러한 터무니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이렇게 자판을 두드린다. 신선우 님의 주장, 즉 법의 문턱 낮추기, 관용 등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 수는 없다. 다만 그러한 주장을 이끌어 낸 사례가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먼저 신선우 님은 미국 법원 화장실의 기대 밖(?)의 불결함에 대한 양가감정(ambivalence)을 표시하고 있다. 즉 우리 법원 화장실이 훨씬 깨끗하다는 뿌듯함과 우리 법원이 권위적이라는 반증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신선우 님은 서초동 대법원과 멤피스 지방법원을 비교하신 것은 아닌지 …`…. 대한민국의 지방법원 아니, 수도권 위성도시의 법원만 해도 그리 화장실이 깨끗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멤피스라는 곳은 신선우 님의 말씀대로 엘비스 프레슬리가 트럭을 몰던, 한국으로 말하면 강원도 산골정도가 아닐는지 ……. 그 곳의 화장실이 당연히 깨끗했을 것을 기대한 것은 우리 뇌리에 알게 모르게 각인된 할리우드 영화 속의 이미지가 작동했던 것은 아닐는지 ……. 즉, 신선우 님의 미국 일개 소도시의 화장실에서 느낀 감상치고는 너무 오버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딱지 문제, 우연스럽게도 나 역시 1995년도에 미국의 오클라호마시티라는 곳에 어학연수를 간 경험이 있어 신선우 님과 동일한 경험이 있다. 당시 나는 새벽 2시경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좌회전하여 교차로에 들어서려고 했다. 그런데 미국은 땅덩이가 큰 관계로 도로폭도 한국보다 넓은 듯했다. 충분히 나서서 좌회전했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그만 덜 나가 역주행차선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당혹한 순간을 맞이했다. 내 앞에서는 건너오려는 자동차가 마주보고 있었고 때마침 내 좌측에는 경찰차가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사고를 피하기 위해 나는 신호가 정지된 틈을 타서 얼른 좌회전을 했고 경찰차를 보았으므로 얌전히 정차하고 경찰을 기다렸다. 경찰은 바로 중앙선에서 U턴하여 나에게 왔다. 나는 사정을 설명했고 곱게 딱지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딱지가 무려 4장이었다. ① 역주행 차선주행 ② 신호위반(정면의 차를 피하기 위해서 내가 차를 돌린 것) ③ 안전벨트 미착용 ④ 번호판 미부착(당시 내 차는 새차였고 미국은 새차에 임시번호판이 종이로 되어있어 뒤 유리창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이게 되어있는데 급히 좌회전을 하는 바람에 떨어져 버렸다).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벌금이 300불을 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①번 항목의 딱지는 내 잘못이므로 감수할 수 있으나 나머지 3장은 좀 억울했다. 불가항력적으로 더 큰 사고를 모면키 위한 연속된 상황이었으므로.

나 역시 신선우 님처럼 법원에 가서 이의신청을 했고 4장 중 2장을 감면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나 역시 느낀 점이 많았다. 한국에서도 가보지 못한 법정출두 경험에서 미국 역시 경범죄는 판사들이 재판한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처럼 배심원을 기대하고 감동적 변론을 준비했던(?) 나는 몇 마디 하지도 않고 그냥 2장 감면으로 끝났다.

정확한 정보에 의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제 미국과 한국의 사법제도를 비교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첫째, 한국은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가? 할 수 있다. 우리도 딱지가 억울하면 법정출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둘째, 미국인은 법정출두를 기꺼이 하고 우리는 문턱이 높게 느껴져서 안 하는가? 이것이 중요한데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만약 미국 법원 문턱이 낮다면 재판일정이 시민입장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법원 역시 이의신청을 하면 일방적으로 재판일정이 통고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의신청, 재판일 받기 등의 그 절차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내 기억이다. 수차례 왔다갔다 해야했으므로.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오전 9시에서 6시까지 일하는 일반적인 샐러리맨이 법정에 출두할 수 있을까? 한국이나 미국이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돈 10만 원이 작은 돈이어서가 아니라 그보다 회사 일이 더 크기 때문일 뿐이다. 결국 그 날 법정에서 보았던 미국인들 역시 가정주부들이라든가 아니면 정말 벌금 100불이 너무도 부담되는 일용노동자들로서 할부청구 등을 위한 사람들이었다. 나 역시 당시 유학생이라는 상대적으로 시간활용이 자유스런 신분이었기에 재판에 갈 수 있었던 것이지 지금처럼 회사원이라면 300불이 작은 부담은 아니었더라도 더 큰 것에 얽매여 결국 그냥 납부하고 말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신선우 님의 주장, 약자보호를 위한 법적 간소화에 전혀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적극 찬성하며 지지한다. 다만 그 예로서 미국은 이러이러한데 우리는 왜 안 그러는가 라는 예가 잘못되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오해를 부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이다. 지구 인구의 20%를 성도착자로 만드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정확한 정보에 의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3&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0

2002/06/27 (23:57:45)    IP Address : 211.195.12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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