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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이동유
제 목 『인물과 사상} 13권을 읽고
『인물과 사상} 13권을 읽고

이동유 │대구시 남구 대명 2동│


처음으로 강준만 교수님의 글을 접한 20대 후반의 독자입니다. {인물과 사상} 13권을 무척 잘 읽었습니다. 사실 약간은 감동받았다는 표현이 적절하겠습니다. 90년대 들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논객의 한 사람으로서 교수님의 이름을 익히 들은 지 오래지만 그간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아 일독할 기회가 없다가 우연히 기회가 닿아 최근호를 보게 되었습니다. 명성 그대로 참으로 대단한 필력이십니다. 무엇보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실명 비판으로 직격탄을 날리시는 전투적 자세에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쉽게 읽히는 책은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리영희 선생님께 드리는 고언 인상 깊었습니다. 또다시 누가 이렇게 뚜벅뚜벅 걸어나와 실천하는 지식인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그 분에게 끝까지 이 사회의 길잡이가 되어 달라고 호소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강단 좌파에 대한 냉정한 비판도 제 마음을 뺏는 글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한때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저로서는 강단 좌파의 무기력함과 이론 편향에 대해서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외침은 있으나 메아리는 들리지 않는 진공상태, 그것은 마땅히 깨져야 합니다. {인물과 사상}의 글들이 계기가 되어 그들이 좀더 적극적인 논쟁의 장에서 실천적 지식인의 책임 있는 면모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도 그 시집을 몇 권 갖고 있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 님에 대한 글, ‘조금 때가 묻기를’ 바라는 애정어린 충고도 그의 순진무구함에 보탬이 되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합니다. 더불어 김학준, 김기식, 최일남, 이동하 등에 대한 글도 다시 읽을 만한 것들이었습니다.

이상의 글들을 읽으면서 떠오른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웃으실지 모르지만 작년 연말까지 한국 영화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주유소 습격사건}의 한 장면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무대포라는 좀 무식하고 거친 인물이 있는데, 그의 내면은 외양과 달리 순진하고 깨끗하게 그려집니다. 무대포는 일 대 다수로 싸움을 벌일 때 그 중에 한 놈만 골라 끝까지 팹니다. 이 수법은 생각보다 효과적인데 영화에서도 그는 톡톡히 그 득을 보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조선일보} 하나를 타킷으로 삼아 끝까지 패버리겠다는, 그래서 결국 그 신문의 제자리를 찾아 주겠다는 선생님의 전략, 정말 탁월하십니다. 허나 현실은 영화와 달라서 그리 녹녹하게 승패를 가릴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잘 나가는 {조선일보}라니 그 또한 보통의 공력으로는 깨기 힘든 상대인 듯합니다. 하지만 한국 민주화의 한 굴곡점으로 {조선일보}를 지적하신 지극히 타당한 그 판단에 적극 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계란에 바위가 어떻게 작살날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집니다.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서글픈 백수인 저는 오늘 아침에도 신문 열람대에서 {조선일보}(2000년 3월 10일자)를 펼쳐 봅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밀기로 방침을 세운 듯한 이 신문의 사설에는 여야 대결을 해야할 때에 적전 분열을 일으키는 분란세력들(민국당·자민련)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군요. 욕먹어도 싸지요. 그 다음엔 ‘낙선운동 감상법’으로 여전히 잘 나가는 김대중 주필의 글과 나란히 소설가 심상대 씨의 ‘쥐식인’론이 눈에 띕니다. 몇 장 건너뛰어 문화면, 서울사회과학연구소(서사연)의 핵심 멤버인 이진경 씨가 자신의 신간을 소개하고 있군요. 어쩜 이리도 톱니바퀴가 잘 물려 돌아가는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역시 {조선일보}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군요.

물론 교수님과 {인물과 사상}이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보다 지금 더욱 어깨가 무거워지셨으리라 여겨집니다. 허나 거침없이 헤쳐온 그간의 노력에 묵묵히 지지를 보내는 저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다시 한번 결기를 가다듬어 끝까지 한 놈만 패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조선일보}가 제자리를 찾는 그 날까지 관심과 애정, 그리고 비판으로 {인물과 사상}을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4&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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