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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신선우
제 목 미국 멤피스시의 법정 풍경
미국 멤피스시의 법정 풍경

신선우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제가 거주하는 이곳은 미 중남부에 위치한 테네시주의 멤피스라는 크지 않은 도시입니다. 이 곳은 우리에게 ‘록큰롤의 황제’라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으로 더 알려져 있지요. 제가 처음 이곳에서 느꼈던 광막하고 낯설던 환경과 경험들도 차츰 익숙해지고 이제는 난생 처음 마주치는 사람에게도 간단한 눈인사 정도는 나눌 줄 알게 되었을 때, 최근 저는 조금 색다른 경험을 이곳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제 아내가 저희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일을 보러 시내 나갔다가, 주차장이 아닌 곳에, 좀더 정확히는 주차표시 라인이 없던 곳에 주차를 했다가 주차위반 딱지를 받았습니다. 학생신분인 저희에게 100달러라는 벌금은 적은 돈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이곳저곳 어떤 방법이 없나 수소문하였고, 마침내 미국인 친구에게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적 사정이야 어떻든, 정작 우리가 법을 어긴 건 분명한 사실이었기에, 결과를 반신반의하며 이곳의 법원이나 구경할 겸 이의신청을 하러 법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법원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무척 추운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법원입구에서부터 바깥 도로까지 길다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법정 안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잠깐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갔더니, 웬걸! 그곳은 담배연기가 자욱했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지저분한 화장실은 이곳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순간, 저는 제가 조국에서 경험하였던 우리의 법정의 모습과(화장실 포함) 미국의(멤피스시) 법정을 비교해 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 조국의 법원이 훨씬 권위도 있고 그 모습들도 더욱 정돈된 모습이 아니었나, 자못 자랑스럽게까지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조금 각도를 돌려서 사용자(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곳의 법정은 그만큼 문턱이 낮아 출입이 빈번하고, 그만큼 그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빈도가 많음을 반증하는 그러한 ‘지저분함’이 아니겠느냐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니, 그 ‘불결함’도 좀 달리 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되었습니다.

한때 저도 한국에 있을 때 여러 번 ‘교통위반딱지’를 받았고, 받을 때마다 경찰에게 뇌물을 주고 벌금 액수를 덜든지, 그도 안 되면 재수 탓으로 돌려 체념하고 결국 벌금을 물고 말았던 걸 부끄럽지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법을 위반했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벌(구류든 벌금형이든)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당위론에 시비를 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규 위반 등의 벌금형의 경우는 특히 교통지옥에 비유되곤 하는 한국의 교통 상황과 도로 여건 등을 감안한다면 좀 사정을 달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특히 일상적인 삶을 차량운전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한국의 도로와 교통 상황에서 100% 완벽한 교과서적인 운전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늘 위반의 소지가 너무 다분하다는 거지요. 그렇다고 교통법규를 아예 무시하자는 얘긴 아닙니다. 법규 위반시 법 적용의 유연성을 발휘하자는 것이지요.

우리는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경우에도 법의 형평성을 주장하곤 합니다만, 그러나 그러한 형평성도 일반인의 지위·신분·사회경제적 능력을 고려하는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수천억의 재산을 가진 재벌의 10만 원과 일반 서민의 10만 원은 그 돈의 경제적 가치의 질감이 같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가진 자 힘있는 자 보다는, 없는 자 약자 보호에 더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해 법 절차 등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희는 법정에서 위반 당시의 부득이한 정황을 자세히 설명하였고, 그 주장 덕분에 벌금형을 면제받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다시금 이 사회의 또다른 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법원을 마치 동네 시장 드나들 듯 자주 애용(?)하는 이들을 보고, 새삼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경구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 우리가 처하게 되는 ‘불청결함’도 온당한 근거를 갖춘 것이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미덕(?)이라는 것도 이 조그만 경험으로부터 배우게 되었습니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4&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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