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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전진식
제 목 한 일본인의 교묘한 과거 합리화
한 일본인의 교묘한 과거 합리화

전진식 │충남 논산시 두마면│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작은 일에 도움을 준 보답으로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라는 책을 빌려주며 읽어보길 권했다. 이 책은 우리 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로비스트 생활을 하며 26년간 한국에 살고 있다는 이케하라 마모루의 ‘한국, 한국인 비판’을 담은 글이다.

가끔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접하였고 읽어보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상업적 냄새가 짙어 구입할 맘은 없던 차에 기회가 생겨 읽게 되었는데, 특별히 쟁점화되거나 많이 팔린 것 같진 않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한국, 한국인 비판’의 내용으로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도 많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혼네’와 ‘다테마에’ 사이>라는 소제목의 글을 읽으면 이 책을 쓴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한국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십중팔구 일본이다”라고 시작하는 이 글은 “물론 나는 일본의 한국 통치를 정당화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며 일제시대 조선 식민통치에 대해 반성하는 척한다. 그러나 몇 줄 후에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 앉히고 생각할 문제가 있다”며 “역사적으로 한국에 가장 큰 피해를 끼치고 고통을 준 나라가 과연 일본인가?”라며 일제시대 식민통치에 대한 합리화를 위해 7백여 년 전의 원나라를 끌어들인다. “고려 사람들은 그런 잔인무도한 몽골군을 맞아 무려 100년 가까운 세월동안 …… 문제는 100년동안 한반도가 거의 초토화 되었다는 사실이다”라며 시간적 비교를 통해 일본의 36년은 원나라의 100년에 비해 새 발의 피에 불과함을 은근히 강조한다.

종군 위안부 문제도 원을 끌어들이며 자신들의 한국 여성에 대한 유린은 별거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케하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요즈음에도 종군 위안부 문제가 나올 때마다 많은 사람이 거품 물고 일본을 비난한다. 그러나 혹시 ‘호수만복(胡水滿腹)’이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몽골 침략 당시 그들에게 몹쓸 짓을 당한 여인이 무척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임금이 커다란 연못을 파고 그 물에 몸을 씻으면 모든 더러움이 사라진다고 선언하여 많은 여인이 새 삶을 살도록 도와 주었다. 오죽하면 그랬겠는가?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볍다는 말에 이어 이번엔 아예 일제 통치에 대한 긍정적 효과 역설과 노골적 합리화로 이어진다.

단적인 예로 건축 현장이나 심지어 지식 산업의 본산이라는 출판계에는 아직도 일본의 전문 용어가 상당수 남아 있다. 이것은 일본의 한국어 말살 정책을 논하기 이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일본 기술이 한국 땅에 이식되었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드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이 닦아 놓은 철길로 지금까지 기차가 다니고 있고, 일본이 세워 놓은 한강 다리로 사람들이 나다니고 있다. 물론 일본이 한국의 물자를 더 효율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다리를 놓고 도로를 닦은 짓까지 부정할 수는 없지만 동기야 어떻든 그 시설물들은 여전히 한국의 재산으로 남아있다.

또한 현재의 반일감정은 36년간의 수탈에 의한 것이 아닌 단지 열등의식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 부분을 들어보자.

역사적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미워하고 싫어하기보다는 일본이 한국보다 잘살기 때문에 배가 아픈 것은 아닐까.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일제는 침략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대륙 침공의 교두보로, 그리고 필요한 인력과 물자의 무제한 공급지로 삼음으로써 철저하게 전쟁의 제물로 전락시켰다. 강제 식량 공출, 지하자원과 문화재 약탈, 수백 만 명의 노동력 강탈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 총알받이로 만드는가 하면 노리개로 삼기도 했다.

수탈을 위한 철도, 도로, 다리, 건물 등은 수탈해간 것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도 안 된다. 또한 일제시대의 용어들이 지금 사용되고 있는 것은 식민시대의 잔재일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남북이 분단된 것도 그 씨앗을 일본이 만들지 않았나.
이케하라는 여러 부분에 걸쳐 온갖 궤변과 망발을 일삼았지만 지면관계상 인용을 생략하고 가장 최근의 상황에 대한 망발을 들어보자.

일본이 진심으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해도 한국 국민의 감정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이미 일본 천황이 몇 번이나 과거사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여전히 한국 사람들은 일본의 ‘혼네(속마음)’가 아니라 ‘다테마에(겉치레)’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진심으로 사과했다면서 몇 해 전 수상이라는 사람이 과거 행태에 대한 합리화와 잘못 없음을 이야기 하나? 아직도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않고 최근에는 북한을 핑계삼아 무장을 강화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 일본 내에서 과거 군국주의를 지향하는 세력들이 득세하고 있고, 실제로 일본이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반성과 사과’와는 거리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음모는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다. 나는 이케하라가 ‘한국, 한국인 비판’ 운운하며 질서, 교육, 환경 등등을 거론한 것은 ‘한국에 대한 조언’이라는 포장을 하고 책 전체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내용의 책이 과거청산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버젓이 유력일간지의 출판법인을 통해 출판되는 것이나 유명 정치인과 방송인이 추천의 글을 쓴 것, 비판의 글도 없고(하긴 비판하면 책이 더 잘 팔린다던데), 이케하라가 ‘맞아죽’지 않은 것(‘때려죽이자’는 것은 아니지만)이 신기할 따름이다.

시대가 변했고 여러 모로 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데 너무 구태의연한 반일감정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5&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23

2002/06/28 (00:58:16)    IP Address : 211.195.12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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