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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미국독자
제 목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깨우칠까?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깨우칠까? 가능할까?

미국독자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어느 잡지사가 새로 여성 월간지를 창간하며 그 잡지의 성격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실제 구독층을 대상으로 면밀히 사전 설문조사를 했다. 이제까지 숱하게 보아온 여성지들과는 다른, 그러니까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쫓고 화제 인물의 스캔들이나 캐는 그런 잡지가 아니라 정말로 읽어서 교양이 될 만한 내용을 많이 담았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주류를 이루었다. 만약 그렇게만 만든다면 지금 보고 있는 다른 잡지들을 다 제쳐놓고 그 잡지를 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그런 잡지를 만들었는데 몇 달도 못 가 폐간하고 말았다. 문제는 그런 설문조사를 할 때 나타나는 우리의 이중성을 너무도 몰랐던 것이다. 설문조사에 대한 정답 따로, 실제 사서 읽는 잡지 따로 하는 식으로 우리는 설문조사도 바른생활 시험보듯 한다는 것을.
최근 각 정당의 공천 과정과 그 파문에 대한 각종 설문조사를 보노라면 어떤 설문조사에서도 지역감정에 따라 특정 후보를 지지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 인물을 보고 표를 던질 거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런 질문의 정답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정답대로라면 우리는 이미 지역감정을 청산하고도 남았다.

그런데도 최근 총선과 관련하여 다시 불거져 나오는 것이 지역감정이고 지역정서이다. 총선시민연대가 발표한 낙천 대상자에 대한 설문 또한 그렇다. 대답은 ‘절대로 공천하지 말라’이다. 그럼에도 공천할 경우 절대로 찍지 않겠다는 응답이 또 절대 다수다. 그러나 나중에 그들의 절대 다수가 당선될 거라는 것도 우리는 미리 알고 있다. 설문조사엔 정답대로 말했지만 실제로 투표할 때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그 정답이 아니라 그 정답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 들어오는, 그러면서도 이것은 절대 지역감정 때문이거나 지역정서 때문이 아니다 하는 교묘한 구실까지 붙여댈 줄 아는 우리의 이중성을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인이 부패하고 어떤 정치인이 무능한 지도 다 안다. 누가 자질이 없고 누가 격이 떨어지는 지도 안다. 그런 그들에 대한 설문 또한 정답은 “바꿔, 바꿔, 다 바꿔”하고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일부를 낙천시킨 이당 저당의 최근 공천 파문은 왜 생긴 것일까. 먼저 말한 잡지사 사장이 그 설문조사를 순진하게 믿어 문을 닫은 것이라면 각 당의 공천 실세들은 그 정답을 너무도 영악하게 자기들에게만 유리하게 적용시키다가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한 엉뚱한 파문을 만든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 후유증이 “바꾼 사람들도 바꿔”하는 수준이라면 그런 정치판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이 나라 국민 노릇하기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파문 안에 또 어김없이 그 문제에 대한 우리의 또다른 이중성이 그 파문의 핵심처럼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일이다.

설문조사엔 정답처럼 “바꿔, 바꿔, 다 바꿔”라고 했지만, 막상 바뀐 얼굴이 공천자로 나타나자 “그렇다고 누가 우리 지역 사람을 정말로 바꾸라고 했어?”하고 조금 전의 정답과는 또 전혀 다른 감정들이 지역정서라는 이름으로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니까 설문조사에선 아무리 “바꿔”라고 했다 하더라도 내 지역 인물이거나 내 지역 세력이 공천권을 쥔 다른 세력에 의해 밀려났을 때 왠지 내가 그런 대접을 받고 우리 지역이 그런 대접을 받는 것 같은, 그러나 결코 그걸 지역감정이나 지역정서 때문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은 그 속일 수 없는 우리의 이중성이 그 파문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인들의 이중성도 제대로 알아야겠지만, 그것을 파악하고 반응할 때 나타나는 우리 스스로의 이중성도 이 기회에 되돌아볼 일이다. 바로 그 우리 안의 나부터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늘 정답으로만 그것을 바꾸다가 말게 될 것이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5&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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