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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오동명
제 목 언론인들의 정계진출은 법에 의해서라도 무조건 막아야 한다
오 동 명 │전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



‘개XX…’
언론 관련 문건의 작성자가 {중앙일보} 문일현 기자로 밝혀지자 나도 모르게 절로 튀어나온 소리다. 기자라는 직업을 정치인으로 가는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나, 기자 출신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이런 욕이 거리낌없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여기서 단언하건대, 언론사 사주나 간부 및 기자 등 언론 종사자들의 정계 진출은 현직에서 물러나 5년 이상 지난 뒤에나 가능하도록 하는 정치개혁법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정계 진출은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겠지만, 신문이나 방송의 언론 종사자들은 그 특수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기자라는 자리를 자기 입신의 자리로 삼고 해당 언론사를 이의 이용도구 정도로 여겨, 여론과 나아가서는 국가적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뿌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정치개혁법의 개정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실감케 해주고 있다. 정계진출의 유예기간이 1년에서 3년까지는 너무 짧다. 5년 정도는 지나야 기존 언론사에서 행사했던 영향력이 조금이나마 둔화될 수 있다고 본다. 권언유착은 정경유착보다도 더 나라의 장래를 망쳐버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문일현 기자는 나보다는 나이가 한두 살인가 어리지만 {중앙일보}에서는 나의 1년 선배이다. 문 기자는 한마디로 말해 욕심이 많다. 모든 기자들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 등소평의 사망 소식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이 보도로 그해 한국기자상과 {중앙일보}의 중앙인상을 받았다)도 그의 부지런함과 기자 근성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일을 해보면 그 부지런함이 정치적으로나 또는 적어도 신문사에서 그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를 망치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염려까지 들게도 한다.

{중앙일보}의 홍석현 사장을 중국의 장쩌민 국가주석과 만나게 한 것도 문일현 기자, 바로 그였다. 나도 그 일로 해서 중국의 인민대회장까지 들어가 장쩌민을 한 발치 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만난 {신화사 통신}의 외신부 기자와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베이징 주재 일본 특파원들마저도 수없이 시도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한 일을 문 기자가 해냈다. 대단하다”는 소리를 그로부터 직접 들었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중앙일보}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 일 하나로도 문일현씨는 홍석현 사장이 {중앙일보}에 관계하는 한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라고들 부러워했었다. 장쩌민 주석과의 만남은 홍 사장의 개인적 욕심과 문일현씨의 그것이 서로 잘 일치된 것으로써 {중앙일보}에서 보면 쾌거였다. 나는 그 일을 보면서 문 기자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의 욕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번의 언론 관련 문건 또한 그 같은 욕심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이었을 게다. 그가 베이징에서 잠깐 귀국해 회사에 왔을 때, 그는 현직에 있을 때와는 달리 공부만 하려니 중국에서도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 놨었다. 중국에서의 대접이 특파원으로 있을 때와 대학원생으로 있을 때가 현저히 다르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남·북한과 중국, 이 세 나라 모두에 관한 한 전문가가 세계에는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에, 통일을 대비해 자기가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의 포부를 듣고는, 나이로 보면 나보다 한두 살 어리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에 나는 부러워하기까지 했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면서 회사측에서의 청와대 출입 권유도 마다하고 중국으로 유학 갔다면서요?” 이런 내 물음에 그는, “그게 뭐 중요해”하며 웃음으로 대답했었다. 그런 그가 지금 국가 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돌이켜보건대 잠깐 잠깐의 만남에서 그는 기자로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눈에 많이 띄던 기자였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그의 욕심이 문제였다. 욕심도 순수하다면야 전혀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지만, 그의 ‘언론 관련 문건’ 작성은 그렇게만 볼 성질의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앙일보}는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정략적 보고서 문건으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적이 있질 않은가. 당시 베이징 특파원이었지만 정치부 기자 출신인 그가 이를 몰랐을 리도 없고 …… 못된 짓이 될 줄을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하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 나라에 지금 가장 절실한 건 언론 개혁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그래서 국민회의 부총재에게 문건을 만들어 보냈다”고 했다. 그의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려고 해도 이건 기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질 않는다. 왜 정치인에게 전달했는가? 목적이 순수해 보이지 않는 건 바로 이점이다. 그의 정치적 욕심이었을까? 국민 대다수가 그렇게 보고 있다. ‘일개 기자가 그런 짓거리를 해대니’하며 시민단체나 국민들이 언론 전체를 싸잡아 욕하고 있다. 아마 국민들은 몇몇 기자들이 언론을 자기 입신의 장쯤으로 여기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기분일 게다. 언론 개혁의 절실한 시대적 요구를 기자라는 직업인으로서의 본분도 잊은 채 정책입안자인 양 그렇듯 구체적으로 문건을 작성한 것도 그렇고 더욱이 정치인에게 그것을 전달했다는 건 아무리 선의로 이해해 주려해도 그렇게 되질 않는다. 기자들은 기회가 많질 않은가. 시사잡지이든 신문사든, {기자협회보}나 {미디어 오늘} 등의 지면을 통해 자기 뜻을 펴 보일 수 있질 않은가. 세상에 내놓고 할 수 없었다면 그것으로 그쳤어야지 왜 숨어하듯 했냔 말이다.

나는 권언유착을 일삼는 기자나 그렇게 해서 정치계에 발들여놓은 기자 출신의 정치인들에게 욕을 해대고 싶은 심정을 쉽사리 누그러뜨릴 수가 없다. 정치가 혼란한 것은 이런 자들의 농간이 가장 큰 이유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님을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은 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정치인들 또한 이런 방법으로 기자들과 공생 또는 기생하려는 게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YS가 오래전부터 쓸만한 정치부 초년 기자들을 키워왔다는 소위 ‘YS 장학생’이 이의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1992년 사진기자로 국회 출입을 할 당시, “용돈 떨어졌지?”하며 안주머니에서 세어보지도 않고 사진기자가 보고 있는 앞에서 정치부 기자에게 수표를 건네는 정치인(당시 내가 자주 목격한 그런 정치인은 강삼재 의원이었다)과 아무 거리낌없이 이런 돈을 받는 기자들, 더 심한 경우는 한 의원에게 “사진기자에게 차비 줘야지”하며 알뜰한 배려(?)까지 일삼으며 의원의 주머니를 터는 기자들도 정말 많이 보았다. 이 문건의 제보자인 평화방송 이도준 기자가 정형근 의원으로부터 천만 원을 받았다는-무이자로 꿔줬든 정보 제공 대가로 받았든-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그는 현재 국회 출입 기자도 아니다. 이른바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 평화방송 기자가 이 정도였으니 다른 힘 꽤나 쓴다는 신문이나 방송의 정치부 기자들은 어쩌겠는가 하는 의심의 소리가 항간에 퍼지고 있는 것도 전혀 근거 없는 추측만은 아니다. 이러한 권언유착이 돈의 관계로까지 질퍽하게 엮어지고 있는 사실이 이제라도 세상에 드러난 건 정말 천만다행이다.

참으로 언론인의 정계 진출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권언유착의 결과는 정경유착의 폐해보다도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언론학자나 뜻 깊은 언론인들이 지적하리라 믿는다.

나는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문일현 기자에 대한 중앙일보의 보도태도가 어떨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실직하고 한번도 읽어보려 하지 않던 신문을 세 가지 정도 거리에서 사 보았다. 앞에서 문일현 기자를 어떤 이유로도 편들고 싶지 않다는 내 뜻은 이미 밝혔다. 그러나 신문의, 특히 {중앙일보}의 문일현 기자에 대한 보도 태도를 짚어봄으로써 한 신문사가 얼마나 아전인수격으로 언론을 사유물화 하고 있는가를 여기서 지적하고 싶다. 중앙일보사가 수습 기자들을 1주일간 현장 실습을 보내고 있는 시민단체들마저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의 탈세혐의 구속과 이에 부적절하게 대응하는 {중앙일보}측에 대해 계속 충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 지면이 사유물화 되고 있던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신문을 사들기 전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하는, 그래서 나를 예언자로 만들고 마는 기사가 {중앙일보}에 여럿 띄었다. 내가 잘났다는 말이 아니라, 그들 수준 정도로 생각하면 신문이 어떻게 제작될 것인가를 뻔히 알아차릴 수 있다는 말이다.

우선, 언론 관련 문건의 작성자가 {중앙일보} 기자라는 사실을 1면 톱 머릿기사 제목으로 모든 신문이 받고 있지만, {중앙일보}는 문건을 이종찬씨에게 전달했다는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를 1면 톱 머릿기사 제목으로 뽑고 있다. 제목만 보면 정말 객관적 보도로 착각할 만큼, 한나라당 한 의원의 주장이라고는 볼 수 없게끔 교묘하게 국민을 혼란시키는 편향된 편집을 하고 있다. 또 1면에 눈에 띄는 머릿기사가 <정형근 의원, 신변 보호 요청>이다. 타 신문에서는 사회면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기사를 1면에 크게 다루고 있다. 또, <문일현 기자는 누구인가>라는 박스기사에선, 문 기자가 DJ 전문가임을 밝힘으로써 현 정부와의 관련을 암시하고 있다. 전라도 출신임을 타 신문과 달리 기사의 앞에 다루고, 또 이를 1면에서도 재차 밝히고 있다. 역시라고 생각했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신문사 중 2위 신문답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일현 기자는 누구인가>라는 박스기사가 나갔듯이, 이를 폭로한 ‘정형근 의원은 누구인가’도 함께 실었다면 더 객관성이 있었을 텐데 싶다. 문 기자에 대해 악의적 기사를 게재한 것처럼, 정형근 의원이 의원 이전에 행한 안기부에서의 조작, 날조의 정치적 행각도 밝혔어야 공정하지 않았겠냐는 말이다.

별개의 사건이지만 한 가지를 들면, 작년엔가 {중앙일보} 사옥 지하 4층 계단에서 교열부의 한 기자가 목을 메 자살한 적이 있었다. 그는 죽기 전 편집국장의 자리에 앉아 무언가 불만의 소리를 했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한다. 당시는 교열부가 계약직으로 거의 바뀌는 등 업무 환경이 굉장히 열악해지고 있을 즈음이었다. 그런데,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해 떠도는 소리는 ‘빚을 많이 지고, 그래서 약혼자와 헤어지고’ 이런 식의 죽은 자를 또 한번 죽이는 말뿐이었다.

사진부와 교열부 자리는 편집국에서도 서로 끝과 끝에 위치해 있다. 밤늦게 숙직하고 있다보면 그는 사진부까지 와서 필요 없이 켜진 형광등과 컴퓨터를 끄고 가는 애사심을 행동으로 보이는 몇 안 되는 기자였다. 죽은 사람에 대해 그것도 불의의 객이 된 한 사람에 대해 이런 식으로 몰아도 되는 것인가 생각하던 중, 건물 경비 직원들마저 ‘빚을 많이 지고, 그래서 약혼자와 헤어지고’ 이런 말을 하고 다녔다. 이를 두고 한 후배는 개인 문제로만 부각시키려는 회사 차원의 비열한 대처 방식이라고까지 분석했다. 문일현 씨에 대한 박스기사에서 ‘DJ 전문가’이니 ‘전라도 출신’이니 하고 부각시키는 것도 이번 사건을 개인 문제로 처리하려는 의도라고 나는 믿지만, {중앙일보} 기사에서 보이듯 ‘∼희생양 삼은 듯’ ‘∼가능성’ 등의 추측 기사에 대해 역겹게 여기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내 추측에 대해서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주길 바랄 뿐이다.

{중앙일보}는 또한 ‘언론 문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라며 한나라당의 주장과 일치되는 사설을 싣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문일현 기자에 대한 표기 문제이다. 휴직 상태이지만 엄연히 {중앙일보} 직원(기자)임에도 문 기자에 대해 타 신문들이 ‘기자’로 호칭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앙일보}는 ‘문씨’로 표기하고 있다. {중앙일보}에서는 IMF 이후 한때 휴직 사원을 받는다는 공고가 붙었었다. 그곳에는 휴직 기간 동안 의료보험의 혜택과 {중앙일보} 직원으로서의 신분을 보장한다는 약속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는 걸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를 더 잘 알고 있을 {중앙일보}측이 1면 기사 첫 부분에 휴직을 강조하면서 계속 ‘문일현씨’로 써 나가고 있다. 이건 야비하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가 홍석현 전 사장 구속 사건을 계기로 지면을 사유물화해 가면서 언론의 정도를 훌쩍 벗어나 옹졸하기 그지없는 집단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보이더니, 또다시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독자를 호도하고 있는 데엔 격분의 심정마저 든다.

이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과 관련하여, 문일현 기자의 ‘언론 관련 문건’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중앙일보} 10월 28일자 7면 <중앙일보에 바란다>(독자위원회 10월 회의)에 실린 기사 중 본인의 글이 있는데, 여러 독자들의 질문이나 바람에 대한 중앙일보측 대답을 여기에 옮겨 본다.

중앙일보 : 오동명 기자 사건도 있었지만, 토론 결과 의견을 모았다면
중앙일보 : 기본적으로 조직인은 그것을 따르는 게 옳다고 본다.

이에 대해 내가 대답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중앙일보}에서의 토론 분위기를 또다시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저 이 글 하나만을 보더라도 집단 이기주의적 옹졸함을 자인하는 문구가 그대로 보인다. 조직인? 조직인은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가 틀리지 않다고 억지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그 조직이 어떻게 {중앙일보}에만 국한될 수 있는가. 그 조직은 80% 이상이 {중앙일보}의 대응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기자 세계일 수 있고, 시민단체를 포함한 상당수 국민들이 믿고 있는 바의 국민의 단위 속에서의 조직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더욱이 조직인이라 하여 어긋난 행동까지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없이 신문지면에 해대는 비상식에, 집단 이기주의의 옹졸하고 치졸한 모습을 또 한번 보게 되어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그리고 오피니언란의 <독자의 바람>은 왜 계속 싣고 있는지 그 저의를 모르겠다. {중앙일보} 사태에 대해 공정하고 냉정한 보도를 요구한다는 독자의 바람이 게재된 그 날자에도 버젓이 독자의 요구와는 상반된 신문을 제작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끝으로 다시 강조하건대, 이번 기회가 언론인들의 권언야합에 의한 정계 진출을 막는 계기가 되어 구체적이고도 실현 가능한 법 제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계속 신문을 사유물화 하는 작태 또한 이번 기회에 제도적·법적 장치에 의해서라도 억제 또는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이런 통제는 한쪽에서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해도 해야 한다. 정당한 통제와 언론 탄압은 구별돼야 한다.

덧붙이자면, 주제 넘는 소리일 수 있지만, 언론 문건 사건을 당리당략 또는 상대방 치부 건드리기로 악용하기 위해 폭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정형근 의원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들어 검찰 출두 불가를 주장한다면, 그의 행동은 국민들에게 의심만 더 키울 뿐이다. 소위 세풍 사건의 서상목 한나라당 의원처럼. 다름 아닌 대법관을 지낸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한나라당이 나라를 혼란하게 하고도 법 집행의 절차마저 방해하거나 피한다면 법관 출신인 이회창씨는 이것 하나로도 국민에게 욕을 먹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정형근 의원부터가 검사 출신이질 않은가. 다른 용의자에 대해서 법 절차나 집행의 정당성을 주장해왔을 법조인들이 이를 무시한다면 국민 어느 누가 법의 소중함과 필요성에 신의를 갖게 될 것인가. 이런 의미 하나로도 지금의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무책임을 넘어 뻔뻔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제한법의 개정으로 이런 류의 뻔뻔함을 수치심으로 바꿔줘야 한다. 국민의 힘으로. 국민을 뭘로 아는가. 이회창씨는 더군다나 걸핏하면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민주주의 학습생이기도 하질 않는가. 한참 그걸 배우고 습득하고 있는 그에게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간원한다. 이러한 법의 제정은 당사자인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떠넘기기보다는 시민단체들이 하루빨리 만들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늦었지만, 정치권과 언론에 대해 국민이 이러한 압력을 행사할 때가 되었다.

이번 ‘언론 관련 문건’ 사건을 대하면서 한때 기자였던 사람으로서, 또 기자들의 행태에 대해 더 염증을 느끼고 그곳을 박차고 나온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창피할 따름이다. 기자였음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때가 이 세상에 언제쯤이나 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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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편집부의글 편집부 2002/06/28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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