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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이성은
제 목 박수빈의 <신경숙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읽고>에 대한 생각
이 성 은 │미국, 조지아주│



저는 5학년과 7학년인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적지 않은 16년을 살아오는 동안에 내 조국 한국을 꼭 한번밖에는 방문하지 못했고, Internet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전까지는 한국의 신문이나 책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한국말을 듣고,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나라 말조차 자유롭게 표현이 되지 않을 때가 있어서 속상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문장 배열이나 낱말 선택이 어정쩡해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한국에 계시는 집안 어른께서 {인물과 사상}을 매달 보내주셔서 얼마 전부터 읽고 있습니다. 집안 어른과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여러 누군가의 수고가 있기에 이 멀리서도 {인물과 사상}을 대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박수빈 어린이의 <신경숙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읽고>를 읽는 동안 수빈이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또 우리 자녀-내 아이뿐 아니라-들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고 염려하는 어른이요 한 여성으로서 느낀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정리하면서 수빈이가 인물과사상사에 그 글을 보낸 것이 수빈이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가족 혹은 주변 어른들이 보내도록 한 것이었을까? 그리고 인물과사상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박수빈의 글을 실었을까 알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그 생각과 문장 정리가 아빠나 선생님, 또는 아무의 도움도 없이 수빈이 혼자만의 것일 거라고 믿으면서) 수빈이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다른 사람에게 잘 알리는 것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내 아들이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표현하도록 더 많은 수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말로도.

어린 나이에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선보인 수빈이가 앞으로 정말 좋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한 배려를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이 작가님을 칭찬하시는 분들은 나보다 못하다는 뜻? 아닐 것이다. 어른들인데 그 정도 모르겠는가. 헉, 그럼 어떻게 상을 무려 여섯 개나 탔지?”(심사하신 분들에 대해), “그렇다면 진짜 작가님은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헌신적이고 자기 자신을 아껴 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진짜 그렇다면 공주병이 따로 없다”(작가에 대해), “이런 소설을 베스트 셀러라고 하며 읽는 사람들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독자들에 대해)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표현들은 수빈이가 어른이라 해도 서평에 적합한 말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경숙 작가나, 그 글을 드러내어 상을 준 분들과 그 글을 읽는 사람 모두를 무시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수빈이의 생각과 주장이 있듯이 신경숙 작가의 생각과 주장이 있습니다. 상을 준 분들과 그 글을 읽는 사람 모두의 생각과 의견, 느낌이 있습니다. 수빈이와 같지 않아도 작가나-신경숙 작가가 아니더라도-상을 준 분들, 그 글을 읽고 좋아해 주는 독자들의 고유 권한은 인정해야 합니다.

무엇이 수빈이로 하여금 이러한 비판을 할 수 있도록 했을까? 그것은 “나는 남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것은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내 생각을 마음껏 얘기했으니까. 그것으로 만족한다”라고 하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나 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이었다고 봅니다.

아쉬운 것은 그 분들이 어떤 근거 하에서 상을 여섯 개나 주었는지를 수빈이가 볼 수 있었더라면! 또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글을 읽게 하는지를 미래의 박수빈 베스트셀러 작가께서 먼저 파악하였더라면! 좋을 뻔했습니다.

수빈이는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주인공을 특별히 여기고 잘 해준다. 작가님은 그런 대우를 받고 싶은 것일까?”라며 인물들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수빈이 말대로 “아무리 소설이라 해도 사람이 좋은 사람만 만날 수는 없는 것 입니다만 잘 해준다는 기준도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수빈이도 주변의 사람들이 잘 해주면 좋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주병?

“남자에게 지면 안 된다”고 가르치신 아빠의 말씀을 항상 머리 속에 되새기고 또 새기는 수빈이를 저는 염려합니다. 수빈이가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을 마치고, 직장과 가정 속에서나 이웃과의 사귐 속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남자들을 경쟁 상대로 보게 되면 남자들의(남자든 여자든,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서입니다. 체육대회 때 수빈이 옆에 선 아이가 남자아이면 절대로 지지 않도록 힘을 다해 달려서 이기고, 여자아이면?

제가 아들만 둘을 둔 엄마라서가 아닙니다. 결혼하기 전이나 아들을 10년이 넘게 키우고 있는 지금도 생각은 같습니다. 사람을 남자와 여자, 아들과 딸, 남편과 아내 …… 라고 구분해서 말할 때 누가 더 우월한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남자와 여자는 분명히 다릅니다. 남자는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특권이 주어졌고, 여자는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특권이 주어져 있습니다. 절대로 똑같을 수 없는 기능이랄까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은 어쩔 수 없이 경쟁하며 삽니다만 이기는 것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이길 수 있어도 지기도 함으로 다른 사람을 세워주고, 존중해 줄 때도 있습니다.

끝으로, 수빈이나 앞으로 사회·경제·정치 등 모든 분야를 책임져야 할 지금의 어린이, 젊은이들에게 부탁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각기 그들만의 모습과 달란트가 주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하며, 함께 세워 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8&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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