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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선의종
제 목 이한씨의 <스스로 드러낸 무지>에 대한 반론
선 의 종 │서울 강서구 가양2동│



이한씨의 오해 혹은 왜곡

내 글은 전병오님에 대한 반론으로서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법조인 선발 문제를 거론하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사법 개혁의 무게는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말하는 유사 로스쿨제도 도입 여부에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의 사법서비스 향상에 있으며 이를 위하여 여러 관점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한씨의 반론은 글 내용 전반에 관한 반론이 아니라 반박을 위한 반론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런 과정에서 글을 오해하거나 비약하는 과오뿐만 아니라 작위적인 왜곡 또한 저질렀다. 우선 이한씨는 내가 엉터리 경제상식으로 법조계를 감싼다고 지적했다. 엉터리 경제상식으로 내가 문제의 본질을 호도했다는 부분부터 살펴보자.

내가 법조계를 법률서비스의 1차 수요자라고 지칭한 점에 대해 “재화시장과 노동시장은 분리해서 분석하고 사고하는 것이 정석이며 그 둘을 섞어서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법조계는 법률서비스라는 재화를 국민에게 제공하지만 개별 법조인 또한 법원이나 검찰청, 법률사무소에 취직하여 실질적으로 자신의 법률지식(서비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위 법률기관 역시 재화(법률서비스)의 수요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실질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기능적 측면에서의 법률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술한 것이다. 그렇다면 법조계를 1차수요자라 하고 국민을 최종적 수요자라고 지칭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다음으로 ‘무작정 법조인을 늘리는 것이 법률서비스 향상에 무조건 긍정적일 수 없다’라는 나의 주장에 대해 법조인의 엉터리 경제학의 핵심이라며 비판했는데 나 역시 ‘무작정' 법조인을 늘리는 것 자체의 문제점만 지적했을 뿐이지 자유 경쟁으로 인한 질적 향상을 부인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더욱이 무한 경쟁으로 법률서비스가 향상되는 차원과 선발 인원의 증대로 인적구성원 자체의 원천적 자질이 하락되는 차원은 구별되어야 하므로 경쟁으로 인한 질적 향상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또한 이한씨는 완전자유시장의 폐해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도 엉터리 경제상식의 혼란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을 했다. 그러나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기능적으로 노동시장과 재화시장은 같은 맥락이며 나 역시 내 나름의 사법 개혁을 논의한다고 한 대목이하는 주로 최종적인 수요자인 국민의 법률서비스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술한 것이기에 이한씨의 지적을 이해하긴 어렵다.

극빈자가 독점적 재화시장에서 더 소외되기 쉽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선 법조계 자체가 독점적 제한 시장이라고 단정적으로 매도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또한 극빈자를 구조하는 법률 시장은 이미 완전자유시장이 아니며 나는 전병오님이 법률 시장의 완전자유화를 주장하는 것 같아 이를 반박하기 위하여 기술하였던 것이다.

모든 직역(`職`域`)에 진입장벽이 없어야 한다?

다음으로 나머지 부분에 대해 검토해 보자.
우선 이한씨는 법조계가 능력 있는 자를 싸게 수요하려 하지 않으므로 그들의 시각은 봉건시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컴퓨터 기술자와 기술자 자격시험제도를 예로 들었다. 이는 법조계를 하나의 산업으로 가정하여 인력수급을 경제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긴데, 법조계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경제논리로만 문제를 단순화해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이는 또한 모든 직역(`職`域`)에 진입장벽이 없어야 한다는 얘긴데, 예를 들면 의료 분야는 어떠한가. 이한씨가 월간 {인물과사상} 9월호 <대한민국 법조계는 반체제 집단인가?>라는 글에서 펼친 논리대로라면, 인위적인 제한을 없애기 위해 의사 시험도 없애야 할 것이며(6년이나 공부해서 의대를 나왔는데도 시험성적이 일률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의사를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의사자격도 일반인 모두(또는 의학을 어지간히 아는 사람)에게 주어 자율경쟁의 경제논리에 맡겨야 될 것인데, 그렇다면 능력 이하의 의사로부터 희생되는 국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유시장의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말 것인가.

법조 영역 또한 직접 사람을 다루는 의료 영역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따라서 이한씨가 9월호에서 법조계의 시각으로는 세상의 모든 직업의 수급을 정부가 조절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 것의 부당성이 명백해졌다. 나아가 사법시험제도에서 절대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부분의 맹점은 절대평가의 기준을 높여버리면 오히려 상대평가제보다도 더 고약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단적인 예로 현 사시 2차 시험의 합격 기준을 인원수가 아니라 평균 60점 이상자로 한다면 합격자가 한 해 10명이나 될 수 있을까? 또한 법조인 양성을 운전면허나 한글 사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매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사법시험은 변호사 자격시험이 아니고(연수원까지 수료해야 변호 자격이 주어진다) 사법시험령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판·검사 및 변호사·군법무관을 선발하기 위한 선발시험이며, 법조인 양성 문제의 특수성을 감안하여(공무원 임용) 선발주체가 선발대상을 주체적으로 선발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나의 주장이었다. 설령 한 해 수백 명의 법조인이 변호사로 진출하는 현실과, 사법시험을 합격하면 대부분 연수원을 나와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므로 사법시험의 변호사 자격시험 성격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법조인 선발을 일반 자격증제도 논의(본질적으로는 일반 산업경제 논의)와 같은 무게로 비교한다는 것은 다른 요소를 무시한 지극히 단순한 발상이 아닌가 한다.

글을 전체로서 읽고 상대방의 의견을 선해(`善`解`)해 달라

다음으로 “변호사수를 무작정 늘린다고 해서 더 싼값으로 이전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으나 다시 “올들어 500명 가까운 연수원 수료자가 배출됐고 700명에 이를 때까지 해마다 100명씩 수료자가 늘어나 국민이 갈수록 값싼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술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내가 엉터리 경제학의 창시자이자 모순논리학의 대가가 되어 있었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전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긴 어렵지만 수적 증가에 따라 이전에는 생각키 어려웠던, 예컨대 법무사의 영역을 어느 정도 더 나은 전문가인 변호사들이 다루게 된 것이나 개인고문변호사제의 도입 등과 같은 부분적인 법률서비스 이긴 하지만(따라서 질적으로 낮은, 다만 다양화된) 값싼 법률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국민이 갈수록 값싼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부연설명을 좀더 숙고하였더라면 내 견해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었다.).

또한 이한씨는 자유시장의 폐해를 다루는 대목에서 법조계가 현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대하여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개별적으로 인권변호사들이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 법조계가 노동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왈가왈부할 위치에 있지 않으므로 이를 두고 힐난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경제의 전반적인 문제점들까지 지적해야만 발언권이 주어진다는 얘긴가? 또한 현재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시비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본다.  

“법조인들을 값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마련하지 않는 값싼 서비스 요구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라는 나의 지적에 대한 이한씨의 반박에 대해서는 성급함과 아울러 글의 심한 왜곡을 지적할 수 있겠다. 나는 결코 법조인 수의 증가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사법제도의 구조적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법률서비스 향상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사회 역량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해 소가(`訴`價`)가 비싸고 법원이 드문 현실에서 선진국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요구한다고 이에 마냥 호응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한씨는 작위적으로, 내 글을 인용한 뒤 다음 문장에 비교하라는 문구를 달고 “배관공 늘려봤자 소용없다”는 꾸며진 기술을 함으로써 명백히 내 글의 의도를 왜곡하며 망가뜨려 놓았다. 이러한 행위는 글을 공개적으로 쓰는 이의 기본적인 자세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며 더구나 자연인의 글에 대한 직접적인 반론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는 법적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제발 글을 전체로서 읽고 비판할 것이지 일부분을 따로 떼어내서 마음대로 난도질하지 말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구질구질하게 진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한씨의 반론의 문제점을 정리하자면 우선 내 글을 자연인이 쓴 것으로 읽지 않고 법조대변자의 공식적인 입장인 듯 법조계 자체를 질책했다는 점이다(나처럼 생각지 않는 법조인도 무수히 많다). 이한씨는 글의 취지를 좀더 숙고하여 진의를 파악했어야 했으며 여러 제약이 있으므로 이왕이면 상대방의 의견을 선해(`善`解`)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글쓰는데 있어 좀더 예의를 갖췄어야 했다. 네 쪽짜리 단문으로 인간 자체를 규명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9&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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