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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죄선일보 > 월간 인물과사상이 파헤친 죄선일보 - 1998년4월호~2000년9월호


이 름 최강국
제 목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에 대한 몇 가지 지적
최 강 국 │ggchoi@yahoo.com│



고은광순님의 글과 시를 관심 있게 읽어왔는데 이번 {딴지일보}에 올리신 <추석연휴에 벌어지는 불륜, 불륜들>이라는 제하의 글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UN협약 얘기가 나오니까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저는 한국에서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국제법으로 석사학위 (Master of Laws`)를 취득하고 계속 공부 중인 유학생입니다. 뭐 제 소개를 한 것은 제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사실 돈도 못 벌고 뭐 자랑할 것도 없어요) 이하에서 제가 얘기하는 것들이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는 걸, 뭐랄까 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아울러 이 글을 쓰는 것은 고은광순님의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절대 아니고(`저는 님의 글에 크게 공감합니다`) 전공자로서 좀더 정확한 사실을 설명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힙니다(`그래요, 사실 입이 간지러워요`).

이 글에서는 한국이 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16조 1항 (`사`)호를 유보했는지, 그리고 과연 그것 때문에 정말 국제 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제 견해를 설명해 볼까 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그런 협약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들었을 것이며 동시에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아니 부계성만 쓰는 게 국제 사회에서 왕따라니? 미국 같은 나라는 얘들은 물론 여자가 시집가면 남편성을 따라가기까지 하는데 이게 뭔 소리여? 뭔가 잘못 안 거 아닐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차근차근 따져보지요.

우선 이 U.N.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그래도 원제가 한번은 나와야겠지요. 이하에서 영어는 가급적 자제하겠습니다.`)은 1979년 채택되었고 “본 협약은 국제연합 사무총장에게 20번째의 비준서 또는 가입서가 기탁된 날로부터 30일 후에 발효한다”는 동 조약 제27조 1항에 따라 1981년 발효되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1984년 12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비준서를 기탁하였고, 가입 당시 유보선언을 통해 “협약 제9조와 제16조 제1항 중 (다`), (`라`), (바), (`사`)호”에 대하여 유보하면서 동 협약을 비준하였습니다.(`여기서 유보란 어떤 다자간 조약이나 협약에 가입하면서 그 일부분에 대해서는 적용을 받지 않기로 선언해두는 것입니다. 국제법의 특성상 조약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탄력적인 운영 방식인데, 다만 그 조약의 근본 정신을 나타낸 조항에 대한 유보는 무효라고 보는 것이 국제사법재판소와 미국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제9조는 국적법상 남녀차별 금지, 제16조는 가족법상 남녀차별 금지를 규정한 조항인데, 그 후 한국이 가족법을 개정함에 따라 제16조 제1항 중 (다), (라), (바)호에 대한 유보를 1991년 3월 15일 철회하였고, 국적법이 개정됨에 따라 1999년 8월 제9조에 대한 유보를 철회하였습니다. 결국 16조 1항 (사)호만이 유보된 채 남아있는 것입니다. 문제가 된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Article 16
1. States Parties shall take all appropriate measures to eliminate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in all matters relating to marriage and family relations and in particular shall ensure, on a basis of equality of men and women: ……
(g) The same personal rights as husband and wife, including the right to choose a family name, a profession and an occupation.

16조
1. 당사국은 혼인과 가족 관계에 있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특히 남녀 평등의 기초 위에 다음을 보장하여야 한다. ……
(사) 성(`姓`) 및 직업을 선택할 권리 등 부부로서의 동등한 개인적 권리.

조문만으로는 자기의 姓을 말할 뿐 자녀의 성을 말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만, 해석상 자녀의 성도 말하고 있음에는 이견이 없습니다(`왜 이런 식으로 쓰여졌냐 하면 ‘한 가족 한 성’이라는 서양식 사고 때문입니다`).

그럼 미국에서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 성 따르는 건 뭔가요? 저도 참고문헌 찾을 때 여자 교수들 last name이 바뀌어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왜들 그렇게 이혼들을 많이 하는지`). 그런데 미국에서 여자가 남편 성을 따르는 건 선택사항입니다. 즉 자기 성을 그냥 유지하고 싶으면 법적으로 자기 맘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럼 자녀에게 엄마 성을 주는 것은? 역시 부부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럼 우리 나라에선 자녀에게 엄마 성을 주는 게 맘대로 되나요? 제가 민법전 검색이 안돼서 정확한 조문을 댈 수는 없습니다만, 부부가 합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남편이 실종·사망하거나 부(`父`)가 누구인지 불분명할 때에만 모계 성을 따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母`)가 일가창립을 하는 경우에만 가능하게 한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동 조항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부계성 쓰기, 국제 사회의 눈총을 받다?

다음 두 번째 문제. 과연 그것 때문에 한국이 정말 국제 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국제법에 있어 조약 또는 협약의 유보라는 것은 너무나도 일반적인 것입니다. 국제법은 국내법처럼 정형화된 규범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국제법을 처음 배울 때 ‘국제법은 법이냐?’ 같은 한물 간 논쟁을 몇 시간씩 배우겠습니까?

예컨대 유명한 New Haven School이 국제법의 본질은 social decision이다라고 하는 것이나 IR(International Relations) 쪽에서 Regime theory, liberalism, institutionalism, realism 따위가 생겨나는 것 역시 이런 속성 때문입니다(자세한 걸 설명하려면 저 한 달은 이 글을 써야 할겁니다). 따라서 이런 협약에 대한 유보가 국제 사회의 표준적 약속을 위반한 반문명적인 무엇이 되는 건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따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에 대해 프랑스도 문제가 된 16조 1항 (사)호에 대해 “The Government of the French Republic enters a reservation concerning the right to choose a family name mentioned in article 16, paragraph 1 (`g`), of the Convention.”라고 하여 5조 (`b`), 16조 (`d`), 14조와 함께 분명히 유보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도 9조, 11조(`2`), 15조, 16조 1항 (`f`) 에 대해 유보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나라들이 특히 16조와 9조에 대해 유보를 선언하고 있습니다.(`저 이거 뒤지느라 눈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뭔 나라들이 그리 많은지.`)

그럼 마지막으로 동 16조 1항 (`사`)호가 동 협약의 본질적인 내용이라 그 유보가 무효일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그렇게 보시고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무리한 해석입니다. 모계성을 쓰는 게 과연 그렇게 본질적인 것일까요? 예컨대 16조 1항 (`가`)호의 혼인을 할 권리라면 분명히 본질적이지만.

그리고 제가 아는 한 부계성만 쓰는 게 국제 사회에서 왕따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흐름이 새로 도래한 것도 아닙니다. 동 협약이 1979년에 채택되었을 때 16조 1항 (`사`)호는 지금 문구 그대로였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인권 문제, 노동 문제만 가지고도 너무나 많은 얘깃거리가 널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별히 한국이 부계성을 쓰는 데 대해 시비를 걸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제 소견입니다만 이런 姓이란 개념에 대한 집착 자체가 오히려 전략상 여성차별 철폐에 장애가 될 소지가 많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제가 경제학을 배울 때 예컨대 여성 취업률 제고와 취업여성 처우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 중 전략적으로 취업률 제고를 먼저 추진하고 일정 정도가 되었을 때 처우 개선을 주장해야 효과적이지 처음부터 처우 개선을 주장하면 두 가지를 다 잃게 된다는 이론을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한국 땅에서 아직은 더 본질적인 문제들만으로도 바쁘지 않을까 합니다. 예컨대 고은광순님처럼 성을 쓴다면 김이철수와 최윤영희가 만나서 낳은 아이는 김이최윤똘똘이 돼야 하는데 너무 불편하잖아요?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insa&page=9&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48

2002/06/28 (21:49:33)    IP Address : 147.46.1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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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누가 이 나라를 재난에서 구할까? 배온희 2002/06/28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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