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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장형석
제 목 [대자보] 조갑제의 어린양 이승만?
대자보(http://www.jabo.co.kr) 25호에서 퍼온 글입니다.



어린양 이승만?

장형석 편집부국장(edit2@jabo.co.kr)

박정희 예찬으로 유명한 '월간조선의 조갑제 편집장이 이번에는 이승만 예찬에 나섰다. 그의 논리를 비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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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은 항상 가치 중립적인 자세로 사물에 접근해야 한다. 처음부터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사물과 사회현상에 접근하면 그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하여 자칫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인들의 연구 결과는 종종 자신의 신념과는 반대되는 경우가 많다. 유신론자이면서도 과학적으로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결론을 내놓게 되는 물리학자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지식을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해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선조들은  곡학아세(曲學阿世)라고 불렀고 최근에는 지적인 매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곡학아세는 지식인의 가장 부끄러운 행동이지만 적어도 곡학아세를 일삼는 자가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에는 드러내놓고 말하기 힘들다. 지금 한국에서는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온통 곡학아세하는 자들만 모여있는 조선일보가 판매 부수 1위라는 사실을 들어 자신들이 마치 한국 지식인들을 대표하는 신문인양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 부수 1위는 그 신문이나 잡지의 대표성을 인정하는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간단히 비교해보자. 르몽드와 플레이보이 어느 쪽이 판매 부수가 많고 어느 쪽이 정론지로 알려져 있는가. 판매 부수를 들먹이며 스스로를 정론지라고 거들먹거리는 조선일보의 행태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해악이다. 이 해악은 이제 끝을 맺어야 한다.

조선일보는 96년 무렵부터 이승만, 박정희 살리기를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승만과 나라 만들기"라는 기획전에서부터 최근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기획연재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과거의 독재자를 미화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을 것을 전국민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 지적 매춘부 집단들이 만들어내는 휴지 뭉치 월간조선 12월호에는 조갑제 편집장(이후 보도종사원장으로 호칭)의 "「역사의 십자가를 지신 어린 洋」李承晩 할아버지,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칼럼이 실렸다. 여기서 조갑제 보도종사원장은 곡학아세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추종자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곡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선 조 보도종사원장은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 박정희를 근대화 대통령이라고 나눠 부르면서 박정희가 작성하고 정일권이 읽었던 이승만 조사(弔辭)를 인용해 이승만을 "조국 헌정 사상에 최후의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어린양"이라고 칭하고 있다. 계속해서 조 보도종사원장은 인터넷 월간조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실시한 20세기 한국의 대표 인물 1위에 박정희가 뽑혔는데 이승만은 1%도 안 되는 득표율에 그쳤다고 섭섭함을 표현하고 있다.

그간 조선일보는 무슨 건수만 생기면 박정희를 그것과 연관시켜 왔다.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자 발 빠르게 인간복제가 가능하다면 누구를 복제시키고 싶느냐는 설문 조사를 실시해서 박정희를 1위에 당선시켜 놓았다. 조선일보를 펼치면 항상 박정희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 독자들이 무슨 조사를 하든 박정희를 1위로 꼽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조선일보에서 그간 김일성살리기를 추진했다면 모든 인기 투표 1위는 김일성이 차지했을 것이다. 조갑제 보도종사원장은 이제 그 순위에 이승만을 포함시키고 싶은 것일까?

종사원장은 이승만이 김구 지지자들과 김일성 지지자들로부터 남북 분단의
책임자란 협공을 너무 오랫동안 당해왔다고 주장한다. 자칫 김구 지지자와
김일성 지지자가 한통속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진술이다. 거기에 더 나아가 어느 잡지의 여론조사에서 이승만이 김일성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을 들먹이며 "인간 생명을 말살한 숫자를 기준으로 하면 히틀러, 스탈린과 함께 20세기의 3대 악마적 독재자로 불려야 마땅할 김일성을 그렇게 평가하는 사람들을 과연 지식인이라고 불러야 할지 절망감을 느꼈습니다."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조갑제 보도종사원장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다. 인간 생명을 말살한 숫자를 기준으로 하면 히틀러, 스탈린, 김일성과 함께 20세기의 4대 악마적 독재자로 불려야 마땅할 이승만을 어린양이라고 훌륭하게 평가하는 사람을 과연 지식인이라고 불러야 할지 절망감을 느꼈다. 지적 매춘부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만 매춘부들의 인격을 그렇게까지 무시해도 되나 싶어 차마 쓰지 못한다.

조갑제 보도종사원장의 무공이 얼마나 높은지 모르나 그는 걸핏하면 문무겸전을 주장한다. 이 칼럼에서도 "군사와 예술에는 무식한 유생 같은 창백한 지식인들은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 정신적 불구의 사람들이 이승만 같은 거인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에 있어선 하등 놀랄 일도, 신경 쓸 일도 아닙니다." 라며 이승만을 낮게 평가하는 지식인들을 노골적으로 비웃고 있다. 글쎄, 스스로의 무공에 자신이 있는 듯 하지만 그의 무술 실력이 지적 능력만큼 형편없는 수준이라면 앞으로 가급적 이런 언술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진정한 고수는 스스로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미화하려 해도 이승만의 집권 과정에서 저질러진 온갖 민족적 범죄의 미화는 조갑제보도종사원장 역시 버거움을 느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그는 그야말로 신필의 경지에 이른 곡필 실력을 자랑한다.

"…이승만이 주도한 국민국가로서의 대한민국 건국,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국가의 건설과 해체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엄청난 유혈사태를 보면 될 것입니다. 동티모르 사태, 러시아와 체첸 사이의 전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쟁투, 구유고 연방의 내전 같은 일들은 모두가 한 민족국가가 탄생하고 해체되는 과정에서 치러지는 통과의례인 것입니다.…민족국가는 축포나 축가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포연과 학살의 피범벅 속에서 피어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해방 직후부터 이승만 정권이 붕괴될 때까지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개중에는 물론 공산당원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그들이 먼저 폭동을 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과 무관하게 싹슬이 토벌과정에서 희생된 양민들이었다. 제주도 4.3 항쟁 때 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들이 모두 공산당원이었던가? 노근리처럼 미군에게 학살되었던 마을의 주민들은 과연 모두 공산당원들이었던가? 일곱 살짜리 꼬마를 당원으로 받아들일 만큼 공산당은 인력이 모자랐던가?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서 단지 공산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인생을 종결시킬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 이러한 지옥불로도 모자랄 이승만의 범죄를 조갑제 보도종사원장은 "통과의례"라는 한 마디로 얼버무린다.

조갑제씨가 몇 년 일찍 태어나 그 시절에 학살당했다면 피를 토하면서도 "이건 통과의례야!"라고 외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전 세계가 21세기 정보화 시대로 달려나가는데 유독 조갑제 보도종사원장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으려 하고 있다.

심지어 그의 이 메일 주소는 mongol@chosun.com이다. 도대체 징기스칸 때로 돌아가서 어쩌자는 건가? 곡필로도 신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조갑제 보도종사원장은 확실하게 이번 월간조선에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곡필의 끝은 처절한 몰락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다. 끝으로 조 보도종사원장은 "…그때까지 이 나라의 호국신이 되셔서 민족의 다난한 앞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맺고 있다.

그가 호국신이 되는 나라는 끝없는 내분과 권력투쟁으로 피범벅이 되는 나라일 수밖에 없다. 그 종말을 우리는 4.19로 확인하지 않았는가.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hoisun_mor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

2002/06/24 (15:27:38)    IP Address : 168.154.161.75

36  [뉴민주]조선일보의 김대중 주필(현재 고문)에 관하여 밝힌 기사 5편 보스코프스키 2006/12/15 3971
35  [딴지일보 / 시론] 좃선, 아직도 멀었다 열리자 2006/08/30 4004
34  [조선일보를 아십니까] 왜 하필 조선일보 인가? 김민웅 2002/06/24 7151
33  [민언련] 조선일보가 독재자를 옹호한 까닭 신문모니터 2002/06/24 5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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