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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장형석
제 목 [대자보] 갑제야! 기마민족하고 인터넷하고 무슨 상관인데?

기마 민족과 인터넷의 상관관계

장형석 편집부국장 (edit2@jabo.co.kr)

한국에서 인터넷, PC게임방, 휴대폰의 폭발적인 보급이 기마민족의 습성에 기인한다는 [월간조선], 1월호의 기사를 보고 마음껏 웃어 제꼈다. 다같이 한번 웃어보자. 하하하.


타이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간의 평균수명도 늘어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1940년대 이후 미국에서의 타이어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했고 미국인의 평균수명도 194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근거로 타이어 생산량이 증가하면 인간의 평균수명도 증가한다는 이론을 내세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그런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인간의 수명이 증가하는 요인은 의학의 발달과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에 있는 것이지 타이어 생산량 증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프를 대비하며 두 그래프가 같은 형태의 곡선을 그린다는 이유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논리학적으로 일반화 오류의 법칙이라 한다.


두 사실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변수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하나의 가설을 세우기 위하여 끊임없이 데이타를 수집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월간조선 1월호에는 그런 점에서 가장 명확히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신년특집 기획 기사가 실렸다. '軍馬 대신 인터넷으로 무섭게 機動하는 野性의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그것인데 글쓴이는 월간조선 기자가 아니라 팍스넷이라는 인터넷 증권정보업체의 사장인 박창기씨이다.

즉 프로패셔널한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용을 베풀 수는 있지만 독자들에게 잘못된 이론을 소개하게 한 책임은 월간조선 편집장 조갑제가 지어야 한다. 박창기씨는 그 기사에서 한국이 미국 다음 가는 인터넷 강국이라 말한다.

한국의 인터넷 실력은 세계 2위이다. 일반인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얼마 전부터 인터넷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두 인정하는 바다. 알렉사(Alexa)라고 하는 세계 인터넷 순위평가 회사의 통계에 따르면 접속 통신량 기준으로 한국 야후가 세계 11위이다. 이는 미국의 아마존과 라이코스보다 앞선다. 하늘사랑이1백위, MBC가 1백46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1백76위로 나온다. 1천등 안에 17개 업체가 들어 있다.


알렉사의 자료수집 방법에 문제가 있어 오차가 크다 하더라도 참고자료가 되기에 충분하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인터넷 업계를 조사 해 본 인터넷 전문가들은 한국이 그들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유럽보다도 인력, 기술, 활용수준에서 앞선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터넷 사업 力量(역량)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라는 것이다. (박창기, 軍馬 대신 인터넷으로 무섭게 機動하는 野性의 한국인)

사실 이 주장부터 문제점이 있다. 단순한 접속 통신량을 기준으로 인터넷 활용도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하루에 한 시간씩 인터넷에 접속해서 각 도서관의 자료를 수집하고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과 음란물을 다운 받기 위해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 접속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인터넷을 잘 활용한다고 볼 수 있겠는가. 접속 통신량이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기준인 것이다.


그런데 박창기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왜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 되었는지를 곰곰히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우리가 기마민족의 후예이기 때문인 것이다.


인터넷 기업을 경영하는 필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한국인이 가진 騎馬(기마)민족적 특성에서 발견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선 말(馬)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부터 해보자. 문명의 시작이래 19세기까지 수 천년 간 말을 지배하는 민족이 세계를 지배했었다. 20세기는 자동차와 전화를 잘 활용한 민족이 세계사를 주도했다면 앞으로 1천년은 인터넷을 지배하는 민족이 세계사의 중심에 설 것이다. 과거 2천년 동안 세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민족은 로마 민족과 몽골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 민족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통합한 서양 문명을 만들어 내었다. 몽골 민족은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을 연결시켰다. 이 두 민족 모두 말을 최대로 활용한 민족이었다. (위의 글)

한국인이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주장은 역사적인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설사 기마민족의 후예라 할지라도 수천 년전의 생활양식이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이다. 게다가 박창기씨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구려 출신 장건이 서역을 정벌하고 돌아와 漢 武帝에게 서역에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汗血馬(한혈마)가 떼지어 다닌다고 보고한다. 무제는 흉노와의 싸움에서 패하는 원인이 기동성의 열세에 있음을 알고 이 한혈마가 흉노족의 작은 말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1년에 수만 마리씩을 들여온다.


한혈마 한 마리에 비단 40필을 주니, 말을 몰고 사막을 건너가면 팔자를 고친다는 소문이 나서 너도나도 이 길을 넘나들었고, 이때부터 사막에 실크 로드가 생겼다. (위의 글)

이것은 실크로드에 대한 새로운 학설이라고 보아야 할까? 모든 진술이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일단 장건이 고구려 출신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또한 장건이 서역을 정벌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한혈마를 1년에 수만 마리씩 들여온다는 것 역시 사실과다르며 한혈마 한 마리에 비단 40필을 준다는 소문에 길이 생겨 '실크로드(비단길)'이 생겼다는 것 역시 사실과 어긋난다.


장건은 고구려와 아무 관계없는 중국인이다. 한무제가 한혈마를 탐내 장건을 대월지국에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장건은 대월지국에 가는 도중에 흉노족에게 붙잡혀 포로가 된다. 장건은 십여 년간 흉노족에게 감금당했다가 기회를 보아 탈출해 한나라로 돌아가며 대월지국에는 끝내 들르지 못한다. 고구려 출신으로 서역을 정벌한 사람은 장건이 아니고 고선지이다. 실크로드는 장건이 발견했다기 보다는 이전부터 동서양의 교통로 역할을 했던 길이라 볼 수 있고 장건의 역할은 그 길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보아야한다.


박창기씨는 전문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역사를 모르고 글을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편집국에서는 사실을 지적했어야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기사가 개재되었다는 것은 월간조선 편집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증명하는 것이다. 만약 알고도 올렸다면 그것은 의도적인 왜곡이 될 수 있다.

그 후 기마민족 정신의 쇠퇴가 韓(한)민족의 왜소를 가져온다. 世宗(세종)의 북방정벌과 대마도 정벌로 정신을 이어오던 조선이 世祖(세조)와 韓明澮 (한명회)의 金宗西(김종서) 암살 이후 文弱(문약)의 시대를 여는 것이다. (위의 글)

'기마민족'이니 '문약한 선비'니 하는 말들은 조갑제 편집장이 즐겨 쓰는 것들이다. 그것을 박창기씨의 글에서 다시 보게 되는 것은 왠지 우연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 같다.

말(馬)을 잘 활용한다는 것과 인터넷을 잘 다룬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번째로 이동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이에 따른 의사결정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로 새로운 정보와 문명을 빠르게 습득하고 적응해간다는 것을 의미 한다. (위의 글)

서두에서 필자는 타이어와 인간 수명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박창기씨의 주장대로라면 과거 초원을 정복한 기마민족이었고 지금도 일곱살 꼬마들도 말을 모는 '몽골족(이것도 조갑제 편집장이 좋아하는 단어이다.)'은 오늘날 인터넷을 주도하고 있어야 한다. 아마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조만간 몽골족에게 넘어갈지 모르겠다.


박창기씨는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야한다고 의식했는듯 '기마민족의 전통'과 전혀 연관없는 사회현상들을 기마민족의 특성으로 돌린다.


필자가 8년간의 미국 생활 끝에 1999년 7월 귀국하여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휴대폰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에선 휴대폰은 아직 세일즈맨이나 상류 사회 사람들이 쓰는 물건으로 치부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全인구의 半(반)이, 대학생의 80% 이상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 이 또한 한국이 인터넷 强國(강국)이 될 수 있는 큰 자산 가운데 하나이다. 정보를 빠르게 얻고자 하는 특성과 이를 통한 빠른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매우 높다는 점이 인터넷 사업에선 매우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전국적으로 1만5천 개가 넘는 PC방이었다. 미국이건 일본이건 이런 전국적인 규모의 대중적인 컴퓨터, 통신 네트워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가 이미 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이 휴대폰과 PC방의 절반은 지난 1년간 보급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이로운 속도를 설명하는 한 가지 방법이 우리 민족이 기마민족의 혈통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위의 글)

미국에선 아직 세일즈맨이나 상류 사회 사람들이 쓰는 물건으로 치부되는 휴대폰을 전인구의 반, 대학생의 80% 이상이 가지고 있는 것은 기마민족의 전통 때문이 아니라 '휴대폰 없으면 원시인' 취급을 하는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PC방이 전국적 규모의 대중적 통신 네트워크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짧은 시간에 보급된 것은 기마민족의 혈통 때문도 아니고 인터넷 때문도 아니다. 그 공로는 스타크래프트에 돌려야 한다. (배틀넷도
인터넷이라 우기면 할 말은 없다.)

박창기씨의 글의 전체 요지는 사실 인터넷 벤쳐기업을 잘 육성해 21세기를 주도해 나가자는 것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거기에 기마민족 운운하며 역사와 사회현상에 대한 낮은 이해 수준을 보인 것은 어떻게 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이다. 전문 기자가 아닌 업체의 사장, 즉 기사문 작성에 있어서는 아마츄어가 쓴 글에서 프로의 엄격함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선별해서 '기획특집'이라는 제목으로 그것도 새
천년의 첫번째 호에 개재한 월간조선 편집국은 분명히 잘못된 내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전체 글에서 이상스럽게도 조갑제 편집장의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다. 대우가 '세계 경영'을 모토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때 조갑제는 월간조선 지면을 통해 김우중의 '세계 경영'을 징기스칸의 정복사업에 비교하며 추켜세웠다. 그러다보니 급기야는 우리가 기마민족의 후예이니 그 전통을 잘 살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전하더니, 한국의 지식인 대부분(특히 비판적 지식인들)을 문만 숭상하고 무는 업신여기던 조선시대의
폐해를 이어받은 유약한 지식인들이라 매도하기에 이르렀다. (누누히 말하지만 필자는 조갑제가 도달한 무(武)의 경지를 직접 확인해볼 용의가 있다.)


징기스칸처럼 내달리던 대우는 그야말로 원나라가 멸망하듯 부도가 나고 김우중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갑제 부끄러워서라도 한 마디 할만도 한데 여전히 '크라잉 넛'처럼 '말달리자'만 외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조갑제식 글쓰기가 박창기씨의 글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박창기씨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잘못된 기술이 단순한 실수나무지가 아닌 의도적인 왜곡이 아닐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이 왜 그렇게 기마민족에 집착하는지 필자는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기마민족의 영광보다는 가부장적 서열관계를 다시 확립하는 것이 조갑제의 목적일 것이라고만 추측하고 있다. 어느쪽이 되었든 전국민을 상대로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터무니없는 역사적 사실과 사회현상
분석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결국 그것은 쓰레기같은 조선일보사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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