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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장형석
제 목 [대자보] 조선일보의 저질스런 양비론의 실체를 파헤친다.
조선일보가 사는 법

장형석 편집부국장 (edit2@jabo.co.kr)

조선일보의 저질스런 양비론의 실체를 파헤친다.



조선일보는 역사의 시계바퀴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집단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독자들 중에는 그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강준만 교수의 지적처럼 조선일보에 기사를 개재하고 싶어 '안달하는' 진보적 지식인들도 또한 많이 있다. 이 상호모순은 도대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일까.

조금 때가 지났긴 하지만 『월간조선』 1999년 10월호에는 이 모순된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짧은 콩트 만화가 개재되었다. 그 내용을 분석하며 조선일보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살펴보자. 분석 대상은 '윤필의 시사만화 - 일흔 일곱 개의 뜨거운 감자 - 산방한담(山房閑談)'이다.

이 만평은 예술에 대해 고민하는 속인과 산에 은거하는 수도승의 대화를 통해 박정희 기념관 건립, 옷 로비 청문회, YS의 민산 재건 움직임 등을 풍자하고 있다. 조금 길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인용해본다.

속인 : 예컨데 대통령은 어찌하여 박통 기념 사업을 벌이며, 또한 나랏돈 1백억 원씩이나 퍽퍽 집어줄까요? 수재민들이 아직 지붕에 기와도 얹지 못한 이 시점에서 말입니다.

수도승 : 멀때야! 너를 멀때라 부르겠다. 쩨쩨한 네가 어찌 바다와 같은 지도자의 도량을 읽겠으며, 똥구멍이 찢어져라 살아온 네가 칼자루 쥔 손의 여유를 어찌 알겠느냐. 알 필요 없다. 생긴대로 살아라!

속인 : 저도 좀 예술을 이해하며 살고 싶습니다.

수도승 : 이놈아. 일타삼매! 쌍피에 똥광이야. 너라면 JP 얻고, 천 배는 많은 표밭까지 갈아 후사를 보전하겠느냐. 아니면

속인 : 밑빠진 독에 물은 안 붓죠. 표티도 안 나는 일에.

수도승 : 그렇지! 통치경제. 무식한 반면 이해는 빠르구나.

속인 : 덕분에 원수도 사랑하고 보너스로 평생 라이벌과 차별화도 실현하고… 아 과연 예술의 세계는…

수도승 : 얕고도 깊니라.

이 대화를 살펴보면 이 만화가 김대중 대통령의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대한 풍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풍자의 내용, 이를테면 JP의 환심을 사고 영남지역 민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념관 건립을 한다는 내용은 상당히 현실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지난 수년간 꾸준히 박정희 살리기를 해온 집단은 다름 아닌 조선일보이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의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해도 모자랄텐데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이 비꼬고 있을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하겠다고 발표하며 수구 세력에 손을 내미는 DJ에게 이 것은 우리의 영역이니 침범하지 말라고 선을 긋는, 쉽게 말해서 '벼락부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상류층'의 선언일 수도 있다. 아무리 화해의 제스쳐를 보내도 DJ는 조선일보와 같은 극우세력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해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이러한 이중성이야말로 조선일보가 터득한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실은 이 두 가지가 모두 결합된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조갑제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연재를 비롯해 복제하고 싶은 역사적 인물 1위에 박정희를 올려놓기도 하고(투표 수는 고작 8표였다고 한다.), 인터넷 사용자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박정희라는 여론조사를 하기도 하는 등(조선일보를 보지 않는 네티즌은 애초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것은 통계 조사로서의 가치가 없다.) 집요하게 박정희 살리기를 추진해왔다.

물론 조선일보에서는 박정희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드러내놓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해서 '그때가 좋았어' 하는 푸념을 늘어놓게 만들어 기념관 건립의 토대를 조성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결국 득표수의 논리에 따르기 마련이고 조선일보가 조장한 박정희 추모 열기가 힘을 얻는 것처럼 보이자 DJ는 발맞추어 박정희 예찬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급기야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던 재야세력의 격렬한 항의를 들으면서도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 모든 상황은 조선일보가 의도한 상황으로 보면 거의
틀림없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교활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DJ에게 여러 차례 자신을 죽이려 한 박정희 추모관을 건립하도록 추동해 냈으면서 이번엔 오히려 그 행동을 비꼰다. 예문의 속인이 처음에 한 질문은 실은 국민들이 하고 싶은 질문이다. 또한 수도승의 분석 역시 사실이다. 자신들이 추동해 놓고는 이제는 국민의 입을 빌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일보를 읽는 독자들은 두 가지 생각이 들게된다. 하나는 박정희는 매우 존경스러운 사람이라는 것. 또 하나는 그렇다 하더라도 박정희 기념관을 세금으로 짓는다는 것은 DJ의 정치쇼라는 것. 조선일보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과 DJ 비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조선일보의 교활함이 끝날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 만화를 웹에서 직접 보여줄 수 없어 설명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지만 '서민'을 대변하는 속인 캐릭터와 정치 분석가를 대변하는 수도승 캐릭터를 분석해보면 조선일보가 국민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수 있다.

두 캐릭터가 정치에 접근하는 방식을 나누어 보겠다. 속인은 정치에 대해 알지 못하고 다만 그것을 예술로 이해한다. 수도승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지만 말을 아끼고 부조리한 현실을 고치려는 노력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속인에게 '한 우물을 파서 경지에 이른' 예술가들의 심오한 행위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정말 조선일보가 국민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은 이것이다. 현실 정치가 복잡하더라도 쇼 정도로 생각하고 받아들여라. 그 쇼들은 도사 같은 우리가 비꼬고 있으니 입 닥치고 조선일보나 열심히 읽어라.

여기에 국민의 저항이 개입할 여지는 하나도 없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양비론을 펼칠 수 있는 한계에서만 정치권을 비판한다. 절대로 그 이상 파고들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모든 기사를 보면 국민의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들을 영웅문의 구양봉과 홍칠공의 격투 수준으로 전락시켜 그 본질보다는 어떻게 싸우느냐에만 초점을 맞추게 한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극우성향의 주장을 국민의 머리에 집어넣으면서 교묘한 줄타기와 같은 양비론으로 자신들이 마치 '비판지'인양 이미지를 확립한다. 그들의 양비론 속에서 국민은 오로지 조선일보만을 읽기 위해 태어난 존재로 전락한다. 이것이 이제껏 조선일보가 살아온 방식이다. 물론 국민이 살아가야 할 방식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들이다.

드디어 말만 많던 21세기가 Y2K의 소란도 없이 조용히 찾아왔다. 조선일보는 당연히 20세기의 방식으로 21세기를 살아가려 할 것이다. 이 저질스러운 양비론을 21세기의 마지막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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