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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주교님들이 태안을 찾아 '위로미사'를 지내다

                       주교님들이 태안을 찾아 '위로미사'를 지내다




대림 제4주일이고 예수성탄대축일 이틀 전이었던 지난 23일, 충남 태안군 태안성당에서는 두 가지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와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안드레아 주교가 오전과 오후 차례로 태안성당을 방문하고 유조선 기름유출 재난을 겪고 있는 태안지역과 태안성당 신자들을 위한 '위로미사'를 봉헌한 일이다.

태안성당 신자들을 위로할 목적으로 교구장 주교님이 태안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최초의 위로  방문은 22년 전인 1985년 가을에 있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로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행사들과 한국교회 200주년 경축 및 103위 순교성인 시성식 행사를 총 관장한 다음 제3대 대전교구장으로 부임하신 경갑룡 요셉 주교의 방문이었다.

당시 경갑룡 주교의 태안 방문은, 천수만 간척공사로 인해 어장(해태양식장)을 잃은 안면도 누동 공소 신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금은 태안군 고남면 누동리로 표기되지만 그 당시에는 서산시 안면면 누동리였다. 누동2리에 자리잡은 천주교 누동공소는 오랜 역사르 가진, 박해시대부터 유래한 공소였고, 누동2리 일대 주민들은 서너 집을 빼고는 모두가 천주교 신자들이었다.

2001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에 성당이 세워지고 안면 본당이 신설되면서 누동공소는 자연 안면성당 관할이 되었지만, 2001년 이전에는 안면도 전역이 태안성당 관할이었다.

1985년 10월말 주일을 택해 위로방문 목적으로 처음 태안을 찾으신 경갑룡 주교님은 본당에는 잠시 들르시기만 하고 곧바로 누동공소로 가셨다. 송두리째 어장을 잃은 누동공소 신자들의 어려운 생활 실태를 파악하신 다음 고해성사를 주시고 위로미사를 지내셨다.

그날이 주일이라서 당시의 유윤식 시몬 신부님은 본당을 비울 수가 없었고, 사목협의회 부회장이었던 내가 주교님을 수행해서 당시의 일을 좀더 소상히 기억할 수가 있는데, 교구장 주교님이 생활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큰 어려움을 겪는 먼 곳의 공소를 직접 찾고 신자들을 일일이 위로하신 일은 참으로 흔치 않은 일로 생각된다. 대전교구에서는 그게 유일하지 않나 싶다.      
  
▲ 위로미사 태안성당을 방문한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의 '위로미사' 장면  
ⓒ 지요하  기름전쟁

그때로부터 22년이 지난 오늘 태안성당에는 또 한번 교구장 주교님의 위로방문이 있었다. 22년 전에는 교구장 주교님이 공소에 가셔서 미사를 지내신 반면, 이번에는 본당에서 미사를 지내셨으니, 이번의 경우가 태안성당 최초 교구장 위로방문미사일 것도 같다.

제4대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은 2400여 명 신자들 중에서 무려 400여 명이나 직간접 기름피해주민인 태안성당 신자들을 위로하며 늦게 찾은 것을 미안해 했다. 이미 16일 주일에도 태안에 오시어 소원면 의향리 해변에서 작업복을 입고 직접 기름제거작업을 했음에도, 공식적인 위로방문이 늦은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한 것이었다.

그리고 유 주교님은 전 교구 차원에서 태안성당을 도와 '태안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여러 가지 실행 사항들과 계획들을 설명해 주시고, 한국의 온 교회가 태안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도 소개해 주셨다.

(유 주교님은 어젯밤 나와 개인적으로 통화를 하시면서, 오늘 26일 충남도청을 방문하고 이완구 지사에게 교구에서 모은 구호성금 1억 원을 전달하신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유 주교님은 미사 후에 구본국 베난시오 신부님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성당을 짓느라 고생을 해서 까매진 얼굴에 요즘 '기름때'가 묻어 더 까매진 것 같다"는 말을 해서 신자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 위로미사 위로미사 중 강론 시간에 태안성당 신자들을 위로하고, 전 교구 차원의, 그리고 한국 교회의 구호 지원 사항들을 설명하시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성당 2층 성가대석에서 성가봉사를 하며 찍은 사진이라 주교님의 모습이 뚜렷하지 않다.  
ⓒ 지요하  기름전쟁

이날(23일) 오후에는 서울대교구 총대리이신 염수정 안드레아 주교님의 방문이 있었다. 서울대교구 교구청에서 일하시는 신부님 세 분이 동행을 하셨고, 서울대교구 사회복지국 '까리따스봉사회' 회원 신자 16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네 대의 관광버스를 타고 왔다.

아침 6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태안군 소원면 소근리 해변에서 기름제거작업을 하고, 사리 때의 밀물이 이른 탓에 오후 3시쯤 바다에서 철수하여 태안성당으로 와서 주일미사를 태안성당 신자들을 위한 위로미사로 지낸 것이었다.

태안성당을 서울대교구의 주교님이 방문하신 것도, 서울대교구 주교님과 세 분의 신부님이 태안성당에서 우리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지내신 것도, 그리고 태안성당 미사에 160여 명의 서울대교구 신자들이 함께 한 것도 모두 처음의 일이었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태안반도를 덮친 초유의 기름유출 재난이 가져온 것이지만….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님과 우리 신부님을 합해 네 분의 신부님이 함께 미사를 지내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기름유출 재난을 겪는 큰 슬픔 속에서도, 우리를 돌보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 위로미사 160여 명의 서울대교구 신자(까리따스봉사회원)들과 세 분의 서울대교구청 신부님들이 함께 한 염수정 안드레아 총대리 주교님의 '위로미사' 장면  
ⓒ 지요하  기름전쟁

이날은 또 태안성당 2개 꾸리아(19개 쁘레시디움)의 2007년도 합동 '연차총친목회'가 있은 날이었다. '사도의 모후' 꾸리아(10개 쁘레시디움)와 '천주의 성모' 꾸리아(9개 쁘레시디움)는 올해도 합동으로 연차친목회 행사를 가졌는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흥겨운 잔치로 가져가지 않고 그저 '연차총친목회'라는 이름만을 짓는 간략한 행사로 치렀다.

예년 같으면 풍물도 동원되고, 각 쁘레시디움 별로 장기자랑도 하고, 음식차림도 풍성할 터인데, 기름재난을 겪고 있는 올해는 도저히 잔치 마당을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쓸쓸하고 슬프게 행사를 치른 셈인데, 이렇게 태안성당 레지오 꾸리아가 연차총친목회라는 이름의 중요 행사를 잔치로 가져가지 못한 것도 초유의 일이었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재난, '기름과의 전쟁'은 이렇게 여러 가지 초유의 일들을 우리 태안성당에도 가져다주고 있다. 태안성당은 현재 전체 한국교회의 '전진기지'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전국 각지의 수많은 성당들로부터 구호성금과 구호물품이 답지하고 있고, 자원봉사 인력도 계속 줄을 잇고 있다.

성당의 교육관동에는 현관과 계단들에 해변으로 공급될 갖가지 물품들이 쌓여 있고, 마당 한쪽에 총괄 캠프를 설치해놓고 있을 정도다.
  
▲ 위로미사 미사 중 강론 시간에 기름재난을 겪고 있는 태안지역 주민들과 태안성당 신자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하시는 서울대교구 염수정 총대리 주교  
ⓒ 지요하  기름전쟁

현재 태안성당은 현 사목회장과 상임위원들의 봉사 임기가 올해로 끝나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새 임원진이 임무를 맡게 된다. 새로 사목회장을 맡게 될 나로서는 걱정이 태산 같다. '집필' 작업에서 몸을 유리시키며 밖으로 많이 움직여야 할 책무도 부담스럽고, 성전 건립으로 안게 된 10억 여 원의 부채 문제도 버거운 판에, 신자들 중 무려 400여 명이나 기름재난 피해를 입어 부채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된 상황이다.

우리 성당은 사목협의회의 기존 상임분과들 외로 '기름제거봉사단 총괄본부'라는 한시적 별도 기구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 현 김용순 안드레아 사목회장이 처음부터 기름제거봉사단 활동을 총지휘했기 때문에, 사목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계속 그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케 하려는 의도다. 그것은 새 사목회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기도 할 터여서 내가 제안을 한 것인데, 이런 내 의견을 본당 신부님께서 잘 수용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태안반도를 덮친 기름재난으로부터 태안을 살리는 일에 우리 교회도(대전교구는 물론이고, 전체 한국교회 차원에서) 적극 나서고 있는 이 모든 노력들을 하느님께서 잘 돌보아주실 것을 믿으며, 지난 23일 태안성당 레지오 꾸리아 연차 총친목회 행사 때 내가 레지오 군대의 사령관이신 성모 마리아님께 바친 기도문을 소개한다.



성모님께 드리는 태안반도를 위한 기도


이 세상에서도, 또 하늘나라에서도 저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님께서 세우시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저희 신앙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의 영원한 모친이신 성모 마리아님.

당신을 사령관으로 모시고 성교회의 복음 전파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저희 '레지오 마리에' 단원들이 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연차총친목회'라는 이름의 행사를 치르며 당신께 기도합니다.

올 한해도 저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고, 부지런히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달인 12월을 살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저희 태안반도를 덮친 '기름과의 전쟁'이 지난 7일부터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저희 태안 성당도 전체 한국교회의 전진기지가 되어 여러 갈래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언제 종료될지 모를 이 기름과의 전쟁으로 말미암아 저희 태안 성당 '레지오 꾸리아'는 올해의 연차 총 친목회를 흥겨운 잔치로 가져가지 못하고 이렇게 이름만을 짓는 간략한 행사로 치르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하느님의 품인 대자연, 창조주 하느님의 창조의지와 창조질서가 살아 숨쉬는 대자연의 한 자락인 태안반도가 자연재해 아닌 문명재해, 환경재앙으로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불행과 시련 속에서 더욱 힘차게 피어나는 시민정신의 꽃을 봅니다. 해변 구석구석에서 입체적으로 기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무수한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저는 거기에서 어머니의 손길을 느낍니다. 전국 각지 각처에서 달려와 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서, 또 군인들과 공직자들의 모습에서도 어머니의 모습을 봅니다. 자기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손길이 태안반도의 모습을 조금씩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가고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손상된 생태계가 원 상태를 회복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일찍이 한국인 첫 사제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저 서해의 풍랑 속에서 성모 마리아님께 봉헌하신 우리 대한민국―의 바다를 하루빨리 다시 살려내는 일에 어머님께서 함께 해주실 것을 또한 믿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우리 대한민국을 성모님께 봉헌하신 순간, 어머님께서 김대건 신부님을 그 격심한 풍랑 속에서 지켜주셨음 같이, 오늘의 문명 재해 속에서도 태안반도의 바다를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되돌려 주시리라는 것을 저희는 굳게 믿습니다.

하느님의 품속인 대자연의 하늘에 종종 모습을 나타내시는 성모 마리아님, 천혜의 청정해역이며 뭇 생명들의 산실이었던 저희 태안반도에도 어머니의 자애로운 손길을 펼치시어 저희가 다시금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체감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저희로 하여금 오늘의 불행과 시련 속에서 하느님의 창조의지와 창조질서를 깊이 헤아리며 자연에 대한 외경심도 가지게 하소서.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며 능멸하는 인간들의 오만과 방자함을 저희가 명확하게 인식하며 경계하게 하소서.

일찍이 현세적 탐욕과 이기심을 결부시켜 새만금 간척공사를 강행함으로써 바다를 크게 훼손한 인간들이 앞으로는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벌리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명박씨의 대선 승리로, 남한의 동서를 가르는 대운하 공사가 시행될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이명박 정권이 최대 규모의 환경파괴를 자행하는 그런 일만은 절대 벌리지 않도록, 저희 한반도를 육지 문명재해로부터 지켜주십시오.                

문명재해의 무서운 실체를 전 세계에 보여준 저희 태안반도에서, 오늘의 환경 재난을 뜨겁고 올곧게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온 겨레가 대자연에 대한 외경심,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함께 회복해 갈 수 있도록 성모 마리아님, 저희 모두를 지혜의 손길로 감싸주소서.

이 모든 기도를 성모 마리아님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드리옵니다. ― 아멘!

  2007.12.26 14:3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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