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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말그미
제 목 [ 맑음이의 육아일기 98 : 시련이 내게 준 의미 ]

권진원의 ‘살다 보면’이란 노래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살다보면 하루하루 힘든 일이 너무도 많아
가끔 어디 혼자서 훌쩍 떠났으면 좋겠네

수 많은 근심 걱정 멀리 던져 버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아름답게 그렇게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꿈으로 살지만
오늘도 맘껏 행복했으면 그랬으면 좋겠네'


5월 한 달을 딱 이런 심정으로 살았다.

서울 시댁에서 한 달간의 산후조리를 끝내고
5월 1일, 대전 우리집으로 내려와서부터
줄곧 나를 고민하게 만든 일이 있다.

작년 이맘때,
나중에 동생이 결혼하면 들어가 살 요량으로
집값 더 오르기 전에 사두어야겠다 싶어서
동생 명의로 전세를 끼고 산 아파트가 있다.
그런데 세입자의 전세기간이 만료되어
새로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아파트 구입 당시엔 이 문제가 이토록 사람을 애먹일 줄 몰랐다.
내 성정이 원체 별 문제 아닌 일도 별나게 만들어 고민을 증폭시키는 성향이라
세입자 새로 구하는 일이 별 거 아닌데도 힘들게 느끼는지 모르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집주인 노릇을 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원래 살던 세입자가 겉으론 주인입장을 생각하는 척 하면서
정작은 자신의 입장만 유리하게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해올 때는.

생각 같아선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들을 정확하게 해석해서 말해주고
일방적인 억지 요구들을 당당하게 할 수 없는 처지임을 알려주고 싶은데,
산후조리 막 끝낸 내가 어린 애 둘 데리고 밖에 나갈 일이 여의치 않고
세입자도 워낙에 바쁜 사람이라 만나서 차분히 이야기할 틈도 없어
그동안 전화통화로만 일을 진행하다보니 오해의 골이 더 커진 듯 하다.

세입자는 아이 셋을 키우며 그 집에서 8년이나 살다가
이번에 큰 평수의 아파트를 사서 나가게 됐다고 한다.
난 맘에서 우러나는 진정으로 정말 축하한다고 했다.
“그 집이 터가 좋다더니 정말 그런가 봐요“ 하면서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도 그렇게 오래 살다가 좋은 일 생겨
나가게 되면 좋겠다고, 얼른 그런 사람 구해졌음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래 살다 좋은 일로 나가는 사람이니, 마무리도 깔끔하게
잘 했으면 하는 마음에 좋게좋게 해서 나가게 하려고 맘먹고 있는데,
세입자가 과연 내 마음을 알아줘서 잘 처신해 줄런지 걱정이다.

이런 걱정을 하는 동안에도 나민이와 루민이는 잘 크고 있다.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지!
하루 종일 잠깐 짬만 나면 이 걱정으로 속을 태우면서
나민이와 놀아주는 것에도 100% 집중하지 못하고,
젖 먹는 루민이한테 엄마의 걱정스런 마음을 들킬까봐 미안했다.
젖먹이 아가는 젖을 통해 엄마의 상태를 고스란히 느낀다는데.
이 걱정만 없다면, 두 아이 키우는 것에 100% 전념하면서
육아의 재미에 푹~ 빠져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 것을
왜 내가 그랬을까? 하면서 아파트 산 일을 엄청 후회했다.

내가 당장 들어가 살 집을 사는 거라면 모를까,
남 내주고 살 거면서 집 사는 거 아니라고,
들고 나는 사람들 관리해야 하고, 점점 낡아가는 집 수리해서
살만하게 만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신경이 많이 쓰이고 속시끄런 일인데
그런 짓을 하냐며 친정아빠께서 펄쩍 뛰며 반대하셨던 일을
내 고집대로 밀고 나간 게 결국 이런 상황에 나를 밀어넣은 꼴이니
나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또 탓할 밖에.

이래서 어른 말씀을 귀담아 듣고 따라야 하는데
내 생각이 옳다며 고집을 부린 통에 호되게 값을 치르는 거다.
남편이 벌어다 준 돈, 이렇게 저렇게 아껴서 저금하고 생활하고
애 키우며 알콩달콩 사는 게 행복인데,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려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느끼지 못 하게 되버렸다.

이 걱정 없이 살 땐, 또 그 나름대로 다른 걱정을 하며 살았겠지만
이 걱정에 비하면야 아무 것도 아님을, 그런 건 걱정 축에도 들지
못하는 일임을 생각하면서 ‘아, 옛날이여~~~!’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어쩌랴, 기왕지사 일이 이렇게 된 것을.
이제 와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도 없는데.
(아, 그렇게 된다면야 오죽이나 좋을까?
머릿속에선 타임머신 타고 수십 번씩 과거로 날아가곤 했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부동산에 전세 내놓으면서 아파트 시세를 물어보니,
지금 당장 내놓아도 작년에 산 가격보다는 웬만큼 더 받을 수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괜찮다고 한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때문에 특별난 곳 아니면
(강남이나 재개발 구역, 계획도시 예정지 등)
집값이 떨어지거나 그만그만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추세인데다
행정수도 위헌결정으로 대전 집값이 많이 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다행이다.
아무튼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빨리 구해지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 아이 둘 키우며
소소한 삶의 재미들을 느끼는 행복한 주부가 될 수 있을 테니.

이번 일을 겪으며 얻어낸 두 가지 다짐이 있다.
하나는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지 말 것!
둘은 현재의 내 삶을 최대한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 것!
아마도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난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의 기쁨보다는
육아의 고통 속에 허우적대며 힘들어했을 것이다.
(하나였을 때도 힘들 때가 많은데, 둘이 되면
그 힘듦은 두 배가 아니라 딱 열 배는 되는 거 같다.)
하지만 이런 걱정 없이 아이만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내 생활을 다시금 돌이켜보는 기회를 가지게 됨으로써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두 아이 키우는 일을 너무 겁먹고 힘들어 할까봐,
그래서 이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힘들다 힘들다’만 연발하며
엉터리로 지내게 될까봐 하늘이 내려주신 시련이 아닐까 생각하니
지금의 걱정도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고철덩어리가 쓰임새 있는 물건이 되기 위해선 뜨거운 용광로에 들어가
시뻘겋게 몸을 녹이고, 곧바로 차가운 물에 들어가 식히는 담금질을 거쳐,
단단한 쇠망치로 땅땅 얻어맞으며 굳고 곧은 모양새를 얻어가듯이
시련을 통해 나 역시 이렇게 담금질되고 연마되어 보다 쓰임새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리라.
힘들게 시작했지만 좋은 깨달음으로 마무리하게 된 오월.
장미의 계절 오월이 이렇게 막을 내린다.



2005. 5. 31. 파아랗게 동 터오는 오월 마지막 날 새벽에.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olumn_malgmi&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963

2005/05/31 (05:52:57)    IP Address : 220.82.7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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