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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말그미
제 목 [ 맑음이의 육아일기 99 : 생후 두 달, 루민이의 성장기록 ]


나민이 땐 하루가 멀다 하고 육아일기를 써올렸는데
아이 둘이 되고 보니 컴에 들어올 시간도 잘 안 나고
잠깐 짬이 나더라도 지친 몸을 쉬는데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태어난 지 두 달이 넘어가도록
루민이의 성장기록을 글로 남기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후다닥 써놓지 않으면 나중엔 기억도 못할까봐
얼른 써내려본다.

피부색이 유난히 까맣고 빨갛던 루민이는
이제 젖살이 오르며 조금씩 뽀얘지고 있다.
근데 피부색이 그야말로 전국구다.
손발은 하얗고, 몸통과 팔다리는 살구빛, 등은 빨간 식으로.
(나루빠는 루민이 등을 볼 때마다 치킨이 생각난단다. --;;)
얼굴도 이마랑 코, 턱, 볼따구 뽕뽕한 곳은 연한 밀크캬라멜 빛이고,
귀 옆은 하얀 반면 뺨은 여전히 까무잡잡하고, 귀는 빨갛다.
온갖 색으로 알록달록인 루민이 피부색이 언제쯤 다 하얘질는지.

젖 물리기가 쉽지 않아 유두가 곧잘 헐어서 아프고,
한 시간씩 안고 끙끙대며 젖 먹이느라 팔 다리 엉덩이가 남아나질 않더니만
이젠 배고프다고 앙앙대면 젖꼭지를 갖다대자마자 척하니 물고
쪽쪽 빨아서 몇 분 만에 제 양을 다 채우고 젖꼭지를 내놓는다.
젖을 먹인다는 게 처음 한 달이 힘들지 시간이 지날수록 참 편하다.
젖병 닦아서 삶을 일 없지, 뜨거운 물이랑 식힌 물 항시 대기해둘 필요 없지,
비싼 분유 사다 나를 일 없지, 어디 나갈 때도 기저귀만 몇 개 챙겨가면 되니
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 좋은 건 루민이한테 소젖이 아닌 엄마젖을 먹인다는 뿌듯함이다.
나민이 키울 때는 그렇게 젖을 먹이고 싶었어도
3주 빨리 태어난 나민이가 빠는 힘이 부족해 잘 빨지 못하고,
나 또한 요령이 없어 잘 물리지 못해 두 달 가량 혼합수유하다 결국
대전으로 이사 오면서 어느 순간 젖이 말라 그 뒤로 분유를 먹여야 했다.
그래서 나루빠가 맨날 불량찌찌라며 놀리곤 했는데 -_-+++++
이젠 루민이가 엄마 젖만 먹고도 잘 자라니 얼마나 고맙고 뿌듯한지~. ^^
루민이에게 좋은 맘마를 주기 위해 먹는 것도 훨씬 신경 써야 하고,
아무리 졸려도 나 대신 누가 루민이 맘마를 줄 수 없으니 잠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젖을 물려야 하고, 아파도 맘대로 약을 먹을 수 없으니 그냥 참아야 하는
고통이 뒤따르긴 하지만, 세상에서 하나뿐인 엄마젖을 내 자식에게 먹인다는
자부심으로 이겨내고 있다. 엄마가 아니면 이 힘든 짓을 누가 하랴?!

모유를 먹는 아기는 완두콩수프처럼 수분이 많은 똥을 싼다더니
루민인 젖을 먹으면서도 쫙쫙 싸대고, 오줌 싸면서도 똥을 살짝 지려놓고,
‘뿌지직 팍!’ 하고 똥을 쌀 땐 이불까지 버릴 만큼 대단한 양을 싸곤 했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오줌 쌀 때 지리지도 않고
이틀에 한 번 꼴로 몰아서 똥을 왕창 싸놓곤 한다.
이제야 장이 영글었나보다.

오줌 똥 쌀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용을 써대며 생난리를 치곤 해서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지레 걱정하기도 했는데,
두 달이 지나면서는 용 쓰는 것도 거의 줄어들었다.
루민이는 아무리 트림을 잘 시켜도 먹는 족족 다 토해내서 걱정이 컸는데
이것도 딱 두 달 되던 5월 23일 이후론 거의 토하지 않고 있다.
막 젖 먹고 기저귀를 갈아도 멀쩡하다.
전엔 조금만 흔들거려도 바로 토해서 옷을 싹 버리곤 했는데.

젖을 먹으니 정확한 양은 알 수 없지만서두
별로 많이 먹는 거 같지도 않은데
입으론 다 토하지, 밑으론 왕창왕창 쏟아내지 하니까
애가 과연 엄마 젖만 먹고도 잘 크고 있는지 걱정이 됐더랬는데,
지난 금요일 보건소 가서 몸무게를 쟀더니 6.5kg에 60cm 로
표준보다 성장발육이 좋았다.( 표준은 5.9kg에 59.2cm 다)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옹알이를 시작한 루민,
잠에서 깨어 혼자 놀면서 작은 소리로 옹알이를 하는 모습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내가 다가가면 나와 눈을 맞추고는
헤~ 하고 웃는데, 아~! 정말이지 천사의 미소가 따로 없다.
집안일 한다거나 나민이 봐주느라 칭얼댈 때 얼른 안 봐주면
앵앵 울어대는데, 그 때는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개져서
눈덩이가 팅팅 부어올라있다. 천사 같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주 딴판인 모습으로 변해버리는데 그것 참 재미난 변화다.
한 얼굴이 저렇게도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루민군.
정말 대단해요~~!^^

“이 녀석은 눈이 커서 맘에 든단 말이야.” 하고
나루빠는 루민이를 안아줄 때마다 말한다.
친정아빠도 나민이랑 루민이 눈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기왕이면 여자애 눈이 크고 이뻐야 좋겠지만
처음부터 타고 나길 그렇게 태어났으니 어쩔 수 있나.
내 친구들 가운데 첫째 딸 낳고, 둘째 아들 낳은 집 보면
희한하게도 딸은 눈이 작은데 아들은 눈이 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우리 아이들도 그 룰을 따른 모양이다.
눈매가 깊은 루민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오만 걱정들이 저만치 물러나버린다.
말갛고 커다란 루민이 눈을 보고 있자면 그 속에 풍덩 빠져
세상사 시름일랑 다 잊어버리고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우리 루민이가 세상에서 젤 예쁜 아가처럼 느껴진다.
슬슬 도치엄마 기질이 나오고 있다.^^;;

루민인 사내애라 그런지 주사도 잘 맞는다.
(나민인 주사 맞기도 전부터 죽어라 엉엉 울어대며 힘을 주니
어떤 날은 주사를 맞힐 수가 없어 그냥 와야 할 때도 있었다.)
생후 처음 맞는 B형 간염 1차는 태어나던 날 병원에서
바로 맞아서 내가 못 봤지만, 그 뒤로 보건소 가서 맞게 된
BCG, B형 간염 2차, DTP, 폴리오 모두 아주 씩씩하게 맞았다.

난생 처음 나들이로 생후 3주 때 서초구 보건소 가서 BCG 맞을 때,
어찌나 루민이 힘이 좋은지 간호사 둘이 달라붙어 주사를 놓으면서도
진땀을 빼다가 겨우 맞혔더랬다.
그 아픈 주사 맞고도 한 번 애~앵 울고 뚝.
3주 된 애 맞냐고 하면서 간호사들이 놀라워했었다.

생후 2개월차 되던 주의 금요일 오후,
DTP랑 폴리오를 맞히러 유성구 보건소에
간 날은 반응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
거기 온 대부분의 아기들은 주사 맞고서
얼굴이 빨개져 죽어라 우는 게 보통인데
루민인 그 아픈 주사를 두 대나 맞고도 멀쩡했다.
처음 왼쪽 허벅지에 주사를 맞을 땐,
'어, 이게 뭐냐?' 하는 표정으로 가만 있더니만
주사 다 맞고나서 하품 찍- 하고 잠잠.
두 번째로 오른쪽 허벅지에 주사 맞을 땐,
'뭐야, 또 찌르잖아. 흠, 예의상 울어줘야겠군.' 하는 듯이
주사 다 맞고 잠깐 우는 척 하더니 뚝.
간호사가 애가 아주 잘 참는다며 칭찬했다.
그 날 보건소에서 주사 맞은 아가 중에 젤 씩씩했다.^^
다음 예방접종은 7월 26일.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키워서 예방접종하러 갈 때만
병원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태어난 날부터 세워서 가슴에 안으면 목을 가누려고 용을 쓰던 루민이는
이제 목을 자유자재로 이쪽저쪽으로 돌려가며 세상구경을 하려고 한다.
생후 한 달이 지나면서 시력이 완성된다더니,
서울에 있는 한 달 동안은 모빌을 걸어놔도 보는 시늉도 안 하더니만
이젠 천정에 걸어둔 모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저게 뭐지?’하는 생각을
골똘히 하는 거 같다. 아주 눈도 안 깜박이고 한참을 집중해서 본다.
지금은 하양까망만 인지할 때라 흑백모빌을 걸어뒀는데
시각이 인지하는 색깔에 맞춰 하나하나 바꿔서 달아줄 계획이다.

적다보니 다 적으려면 끝이 없겠다.
이쯤해서 마무리하고 앞으론 조금씩 꾸준히 적어가도록 해야지.
사흘 전에 기저귀 발진이 갑자기 생겨서 천기저귀를 하고 있는데
어제까지도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다가 오늘부턴 빨간 기운이 가라앉고
발진 난 부분이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다.
천기저귀가 확실히 좋긴 좋다. 흡수력이 떨어져 아무래도 자주 들여다보고
갈아주니까 그만큼 통풍이 잘 되서 발진이 빨리 치유되기도 할 테지만.
나루빠가 언제부터 천기저귀 쓸 거냐고 닦달해대길래
백일은 지나야 밑이 다 여무니까 그 때부터 쓸 거라 했는데
이번에 천기저귀 써보니 지금부터 써도 될 거 같다.
발진 다 나으면 우선 쌓아둔 일자형 기저귀 다 써버리고
그러구나서부터 천기저귀 쓰도록 해야겠다.

루민아, 기저귀 발진 어서 낫고
앞으론 그딴 거 절대 나지 말거라.
부디 건강하고 또 건강하게만 커다오.
사랑한다, 아들~! 쪽쪽쪽 ^^



2005. 6. 2. 갰다 비오다 또 갠 변덕쟁이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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