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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산하
제 목 탈북, 성매매, 그리고 디지베타 테이프
(2006. 3. 21)



어제 (3.20) SBS 뉴스를 혹여라도 보신 분들은 조금은 황당한 리포트 하나를 보셨을 겁니다. 일부 탈북 여성들의 성매매에 관한 뉴스였지요.  지난 1월부터 얼마 전까지 제 마음과 머리를 거의 결박 수준으로 묶어 놓고 스트레스와 체력의 임계치를 조롱하듯 넘나들게 했던 아이템입니다.  한동안 게시판 글쓰기나 블로그에도 호랑거미집을 칠 정도로 마음과 몸의 여유가 줄어들었고, 워낙 민감한 아이템이다 보니 난생 처음으로 저 높은 곳에 있는 관계기관의 정중한 전화를 여러 번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맡은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이 아이템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금바금 만들었던 60분 방송물은 재생 테잎으로 활용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때 보도국에서 뉴스 꼭지를 만들겠다고 했고 저는 팀장의 명을 받들어 모든 테잎을 넘겨 주었습니다.   오늘 뉴스 보니 참 백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각설하고, 우리에게 탈북 여성들이 탈북할 때 진 빚을 갚기 위해 성매매 일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온 것은 지난 12월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수 명의 연출진들이 몰래카메라를 들고 그곳을 잠입취재했고 그들에 대해서 충분하지는 않으나 움직일 수 없는 사실과 증거들을 잡아냈고 경찰과 함께 그 업소를 단속했습니다.  업소에 있던 여성들의 수가 단속 당시에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들에게는 어떻게든 방송의 힘을 빌든, 우리가 머리를 들이받든 살아갈 방편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고, 목숨을 걸고 탈북해서 베트남 갔다가 몽골 갔다가 수천 킬로미터를 돌고 아홉 개의 철조망을 넘었던 그녀들이 한국에 와서 성매매 일을 하는 건 종식을 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템을 진행하면서 가장 분노했던 것은 그 업소의 사장이 같은 탈북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장 부인이라는 여자가 하나원 나오자마자 아이들한테 전화를 해요. 돈벌이 되는 일이 있는데 하라고......”라는 주변 탈북자의 증언을 들으면서, 그리고 “돈 100만원 가지고 어찌 사느냐, 500을 번다.”고 자신을 꼬드겼다는 여성 탈북자의 말에 접하면서 저는 까닭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그 고생을 하면서 넘어온 동포 여자들을 데리고 어떻게 이런 장사를 할 수 있는가.  또 다른 증언에 따르면 전단지 작업까지 했다지요.  "북한 미녀 집결...."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제게 이렇게 항의했습니다.

“남한에도 이런 데가 얼마나 많은데  왜 우리 가지고 이러는가.  탈북자는 이것도 못하는가.”

저는 지금까지 성매매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개념을 세워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떨 때는 사회의 하수구론에 솔깃하기도 하고, 그래도 대한민국 성매매는 심하게 브레이크가 걸려야 마땅하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가끔 옐로우 페이퍼를 장식하는 즉석 불고기니 뭐니 하는 용어들을 들을 때면 대체 거기 가면 뭐하는 건지 궁금해서 좀이 쑤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 탈북자들이 하는 곳에 이렇게 관심을 두느냐?”라고 묻는 그들의 격렬한 항의 (저랑 같이 일한 PD의 코뼈가 휘었습니다 그들에게 맞아서)에 대답하려고 혀를 굴리고서야 저는 진지한 고민에 빠졌고 그 진지함에는 못미치는 엉성한 논리를 펼쳤습니다.

“우리들이 당신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당신들이 탈북자들이기 때문 맞다.  대한민국 국민이 됐지만 당신들은 당신들이 말하다시피 약자다.   이 일 밖에는 할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당신들이 죄인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당신들이 방죽의 개미 구멍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들같은 탈북자..... ”옷 입고 엄마 가랑이 사이에서 툭 떨어진 것 같은“ 천애고아같은 신세가 되었다는 탈북자들에게 당신들의 존재는 작은 것이 아니다.   남한에 이런 곳이 많다고 했는가 맞다.  무지하게 많다.  하지만 10년 뒤 그곳에 북한 여성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그 모습을 나는 상상하기 싫다.  나도 함경북도 학성이 원적인 사람이다.  지금 당신들을 여기서 끌어내고, 경종을 울리지 않는다면, 당신들의 수는 지금보다 백 배는 많아질 것이다. ”

탈북 업주는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자신은 좋은 일을 하는 거라고..... “식당에서 일하면 뼈가 빠지게 일해야 100만원 법니다. 근데 브로커 빚 갚고 북한 가족들한테 송금하고, 그 가족들 데려 오려면 그거 가지고는 택도 없어요.  나는 얘네들을 돕고 있는 거예요.”  이 종간나는 탈북 10년에 참 못된 것만 배운 놈이었습니다. 이미 업소 두 곳을 운영한 경력이 있고 브로커 빚을 대신 갚아 주었다고는 하지만 그 빚을 자신에게 갚도록 하면서 성매매를 시킨 꽤나 전형적인 남한 포주였지요.  

누군가 제게 물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몸 파는 거면 뭐라고 할 수 없는 거 아니야?”  뭐 저도 크게 부인은 하지 않았던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일을 겪으면서 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자발적의 의미가 무엇일까.   “엄마가 이런 일을 해서 중국의 아이에게 돈 보낸다는 게 말이 안되지마는..... ”이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어요. 이 업소 문 닫으면 난 또 다른 데 가요.”라고 단호히 말하는 그녀들의 성매매를 ‘자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심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니, 자발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그녀들의 등을 떠민 것이죠.   우리가 그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무심히 놓아 둔다면 그들의 자발성(?)은 더욱 더 확산되고 강력해지겠죠.  이거.... 이거는 이 개념없는 PD에게도 심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더란 말입니다.    "아냐 씨발. 자발적 아냐.  누가 자발적이래,"


또 누구는 그럽디다.  “그들보다 더 어려워도 그런 일 안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한국 사람도 100만원 받아 식당 일 하면.....  정신이 썩은 것들이지.”  그 말에 또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저는 완강하게 도리질을 쳐야 했습니다.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가족들의 동반 자살 기사를 보면서 “더 어려워도 사는 사람이 많은데... 정신상태가 글러먹은 놈들이지.”라고 침 뱉듯 이야기하는 동기에게 말조심하라고 소리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또.... 어떤 탈북자는 그랬습니다.  아직은 덮고 넘어갈 때라고...... 규모도 작고, 탈북자 전체의 명예가 더럽혀질 수 있다고.......  그 말에 넘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저는 또 제 안에서부터 앙앙대는 반론에 귀가 어지러워야 했습니다.  규모가 100명쯤 되면 그때 밝히실래요?  하나원 교육이 끝나자마자 포섭(?)이 이루어지는 상황인데.... 탈북자의 67%가 젊은 여자들이고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데 (통일부 관계자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그것을 사실이라는 전제 위에서는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이걸 두고 보자구요?  싫습니다.

그녀들의 등을 떠민 것은 무엇이고, 그녀들을 정신이 썩었다고 말할 만한 용사는 누구이며 과연 내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인가, 아니 누구에겐가 유익할 수 있는 일인가, 또 방송을 한다는 것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 것이며 사람들에게 나의 의도가 제대로 먹힐 수 있을 것인가......   정말이지 머리가 지끈거리게 아프고...... 미치도록 복잡하며 상상 이상으로 괴로웠던 2개월이었습니다.   그리고 허탈하기까지 하구요.  결국 방송은 나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고 싶었던 얘기는 제 책상 서랍 속에 먼지 낀 채로 남았다가 급하면 재생 테잎으로 활용되겠죠.


아직 혼란이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글이 두서가 없고, 왔다갔다 갈지자 걸음이군요.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생각, 그리고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던 말은 ‘업’이었습니다.  

“이건 업이다.   우리 조상들이 멍청해서 남북이 갈렸고 그들이 전쟁까지 치루고 갈라진 업을 우리가 지금 받고 있는 거다.  우리가 지금 이들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아들들이 손자들이 이 업을 잔인하게 받게 될 거다. ”

그리고 또 하나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  탈북자들이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는 북한 당국이 이 사실을 악선전에 이용할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조국을 배신한 자들의 말로를 보라...” 뭐 이러면서 말이죠.  기껏 북한으로 올려 보낸 장기수 영감님들을 스튜디오에 앉혀 놓고 별 희한한 소리를 하게 만들었던 북한 당국의 꼬락서니를 볼 때나 기타 행동들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한 걱정이겠지요.  그런데 취재 도중에 만났던 한 ‘진보적’인 정당원을 자처하는 한 녀석도 “제 나라 배신하고 온 사람들이 정신 상태가 그렇지 않겠어요.”라고 지껄이더라는 겁니다. 저는 그때..... 정말 그 자식의 잘난 주둥이를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 놓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빡에는 이렇게 문신을 새기고 싶었지요.  “진보가 남한에서 무지하게 고생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차분하게 하나 하나 정리해 보렵니다.  며칠 날밤을 새며 만든 60분 디지베타캄 테잎에 방송불가 딱지를 붙여야 했던 기억을 하나 하나 풀어서 제 머리 속에라도 넣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게 PD의 업이겠지요.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column_sanha&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83

2006/03/21 (15:47:18)    IP Address : 211.237.247.202

Notice  =축= 산하(김형민) 님의 <썸데이서울>이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시만 2003/12/21 1573
Notice  들러주시는 이들께 - 약간의 안내 시만 2003/07/24 1356
Notice  산하 님에 대한 하종강 님의 소개("하종강의 노동과 꿈" 싸이트에서) 시만 2003/07/24 1548
287  화장실의 비극 산하 2006/10/28 1147
286    [re] 화장실의 비극 호수저편 2007/06/26 814
285  성길이 보아라 산하 2006/10/25 1066
284  "콩나물 아저씨"가 죽었습니다. 산하 2006/10/25 1065
283  도박중독자에 관한 보고서 산하 2006/10/14 1146
282  서희의 편지 산하 2006/09/27 883
281  괴물 산하 2006/09/21 858
280  가화만사성? 가족만사성 산하 2006/09/12 854
279  플란더스의 개 산하 2006/09/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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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내가 감독이라면..... 산하 2006/08/16 828
275  핌과 구에라임 산하 2006/07/21 873
274  고향을 알려드립니다 산하 2006/07/05 866
273  찬차가 산하 2006/06/30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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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4년 전 포르투갈전 산하 2006/06/13 791
270  블루시걸과 여왕벌 산하 2006/06/10 890
269  사람은 희망이 아니다 산하 2006/06/10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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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아빠 힘내세요 정식이 나을게요 산하 2006/04/24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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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나는 보수이고 싶다 산하 2006/03/28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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