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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시간을 달리는 소녀] '어떻게든 해볼께'(동호회/영화동아리 '끼노 in 그랑까페')
원래부터 인간이 그렇게 생겨 먹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럭저럭 나이 처먹으며 주워들은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다면 영화를 보건 드라마마를 보건 책을 보건 뭐든 대충대충 건성이 된다. 그래도 내용이나 주제를 크게 비껴 가지도 않는다.

이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았을 때도 그랬다. 도입부가 지나고 '타임 립'이란 단어가 등장했을 때부터 대강의 내용은 이미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개의 평범한 싸이파이들이 그렇듯이 이 애니도 주어진 '선'을 넘어서지 않는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은 이 애니 역시 '미래에서 온 존재는 결코 과거의 사건에 변화를 초래해선 안 된다'라는 선을 지키고자 한다. 물론 완벽하게 지킨다면 그 순간 이야기는 매우 평범해지거나 아니면 매우 전복적이고 새로운 이야기가 될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두번째의 경우는 사실 도전하기 녹록치 않은 내용이라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애니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그 선을 살짝 건드려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원인과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단지 대상이 달라질 뿐이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싸이파이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이른바 '질량보존의 법칙'인 셈이다. 물론 요즘은 그와 조금 다른 형태로 시간여행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영화 '천군'처럼 이미 기록 전승된 역사가 과거라는 시간속에서 뒤집어 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거나,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중의 어느 한편에 등장하는 것처럼 그러한 노력 역시 이미 과거에 존재했었던 일이라는 식 말이다. 더러 새롭게 보이긴 하지만 이것들 역시 '선'을 크게 넘어서진 않는다.

아무튼 이 애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싸이파이적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주목할만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있는가? '캐릭터'가 있고, 내가 편애하는 '주목할만한 대사'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중성화된 인물들이거나 성적인 변별력을 탈각시킨 인물들이란 점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실에서 이런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은 아직도 그와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드라마속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탈각의 농도가 사람들에게 인정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말일 수도 있다. 물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보여주기 위해 '창조'되는 '거짓 현실'인 드라마는 인물의 모든 일상을 따라다니지 않는다. 그저 보여주기로 작정한 면만 보여줄 뿐이다. 드라마속에선 참아줄 만한 캐릭터일지 몰라도 실제 상황에선 끔찍할 정도로 짜증스러울 수도 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그렇다.

그렇다고 드라마 속 인물들이 현실을 호도하는 그릇된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에선 충분히 짜증스러운 캐릭터들에 대해서 연민의 감정을 심어줄 수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면서 '어떤 선입견에서 출발하는가'하는 문제는 그간의 윤리교육에서 누누이 강조한 그것과는 달리 결정적일 때가 많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어리고 어리석은 백성들이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 사는 차원의 이야기고, 가치판단의 차원으로 넘어가면 백골이 진토가 되도록 반성하고 고쳐 나가야 할 일이 된다.

그럼 '주목할 만한 대사'로 넘어가 보자. 뭐가 있을까? 제목에 써있는 바 그대로다.

<어떻게든 해볼께...>

이 애니의 주인공인 여고딩이 자주 입에 담는 대사기도 하다. 무척 무책임한 뉘앙스인데 반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책임감이 엿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대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편 대개의 경우 우리가 사랑하는 혹은 아끼는 타인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진실한 대사일 수도 있다. 남들에 비해 압도적인 능력을 갖춘 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도리가 없지 않은가.

문제는 일의 선후를 가늠할 줄 모르는 인간들에겐 그저 '무책임'외엔 아무 것도 아닌 대사라는 점이다. 물론 그런 인간들은 상종하지 않고 사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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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5 (03:26:43)    IP Address : 211.219.26.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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