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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또또미
제 목 조선일보의 친일이 어째서 문제가 되나요?


Q. 조선일보의 친일이 어째서 문제가 되나요? 일제시대에 일본을 섬겼다고 비판하는 것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지극히 주관적인 비판이 아닌가요? 그것이 현재의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A.

| 진중권은 "밤의 조선일보"에서 "강남 중상층"과 "영남 서민층"의 관계에 여러차례 날카로운 풍자의 메스를 들이댄 바 있다.

그에 의하면 "강남 중상층"이 자신의 기득권 수호를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예컨대 지역차별주의)를 "강남 중상층"은 믿지 않지만 "영남 서민층"들은 신봉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차별주의"가 너무 유치하게 나타나 우리 사회 수구 세력에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 강남 중상층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겠지만 영남서민층은 그러지 못하고 격렬하고 소신있게 저항한다.

이 경우 기득권 세력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의 저항을 받게 되고, 그 갈등관계는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기에 그것을 감추려고 애쓴다. |




| "통일논의"를 봐도 비슷한 상황이 있다.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은 통일을 "선"으로 생각한다. 물론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국가의 화해와 결합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통일 인식은 그러한 "평화 애호"의 사상이나 "경제적 가치"같은 척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 일반인들은 오히려 "경제적 척도"를 따질 경우 통일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착각"하고 있다. - 일천년간 한민족 한국가를 이루었던 단일민족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강박적인 민족주의"에서 나온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인식은 냉전시대에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를 취함으로써 자신의 체제를 유지해야 했던 남한 위정자들에게 대단히 도움이 되는 인식이었다. 합리적인 이성과 아름다운 도덕적 가치로 이것저것 따져보는 습관을 국민들이 기를 경우 그들이 원하는 "북한은 악, 남한은 선"이라는 시나리오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그들은 그 인식을 남한의 극우적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써 먹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 북한도 남한도 무력 흡수 통일보다는 화해 협력 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 경우, 그들이 키운 국민의 민족주의적인 의식은 "통일"의 가능성이 높은 화해 협력 정책에 기울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통일"보다는 그것을 강조해서 얻어낸 "대결정국"에 재미를 보고 살았던 수구냉전 세력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일반인의 인식에 저항을 받게 되고, 역시 그 갈등관계를 없애기 위해 여러가지 대응논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




| 이 경우, 충돌하는 양자가 모두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 (지역주의의 민중의식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통일논의에 대한 "민족주의적 강박"은 옳지 않다기보다는 그저 "성숙하지 못했다"정도로 표현하면 좋을 것이다. 전자는 자신이 충돌하는 상대와 나을게 없고, 후자는 상대보단 그래도 우월하다. "미숙"은 "계산착오"보다 덜 위험하고 구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 해서 이데올로기를 유포한 조선일보를 포함한 기득권 세력의 책임이 면제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런 충돌은 그들이 믿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잘못 되었다는 비판에 앞서 일차적으로 실제로 그들이 단지 스스로의 기득권을 위해 논리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스스로의 소신없음과 거짓말에 대해 더 통렬한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




| 조선일보의 친일 문제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 <아웃사이더>의 편집진에 새로 들어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박노자 교수는 연속적으로 한국의 친일파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텍스트를 <아웃사이더>에 제공하고 있다. <아웃사이더> 4호에서는 한국 민족주의의 허상과 위험성을 말하고, 5호에서는 일반인들의 친일파 의식에 대해서 꼬집고 있다. 특히 5호의 글은 우리가 친일파 논쟁을 벌이면서 흔히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지적한다. 친일은 한국 민족을 배반했기 때문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파시스트 국가에 적극적으로 부여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상식을 벗어나는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강박적 민족주의> (친일비판) vs <힘의 논리 긍정> (친일옹호) 의 소모적이고 단선적인 대결 논의를 벗어나 친일문제를 좀 더 합리적인 차원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한 논거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위시한 기득권 세력의 친일을 비판하는 이유가 그들의 과거가 잘못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잘못된 과거가 현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저 단선적인 대결 구도가 어디서 왔는 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위의 두 사례와 마찬가지로 다른 이가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이 자초한 것이며,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비난받아야 한다. |




| 박노자 교수는 대다수 한국인들이 사석에서는 친일을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그들이 <강박적 민족주의>와 <힘의 논리를 긍정>하는 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성향이 아와 비아를 설정하는 민족주의 (집단주의)의 분노를 극복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성향도 박노자 교수가 <아웃사이더> 4호에서 지적했듯이, 올바르거나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뿌리깊은 반일감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것의 표출이 때로 대단히 비합리적이고 극단적으로 나타나, 일본인들의 "혐한증"을 돋구는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들이 일본의 국정교과서도 아닌 (국정교과서가 없다는 점에선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열린 나라일 것이고, 역사 교과서 왜곡의 심각성도 오히려 한국보다 덜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개 교과서에 대해 그토록 우려하고 규탄시위를 벌이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그것이 단지 이웃 일본에 대한 증오일 뿐이라면, 한국인이 이완용을 그토록 싫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그의 아들이 비난을 견디지 못해 아버지의 묘를 갈아엎어 채석장으로 만든 사실은 그저 술집에서의 우스개소리로 넘길 일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른들"이 심지어 한국 청소년들이 일본의 대중문화에 관심가지는 것조차도 걱정하고,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라는 수준높은 대중문화 분석서의 제목을 참을 수 없어 내용을 평가절하하고, 진중권의 아내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분개하고, 고종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한학자 이완용이 칼을 들이대며 고종을 협박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야사를 만들어 내는 미숙한 심리 안쪽에는 해결되지 못한 깊숙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비록 대한민국 국민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가치를 들이밀며 친일파를 단죄하지는 않을지라도, 대한민국 교과서에 친일파의 제대로 된 명단이 실리고 조선. 동아 등의 "민족지"가 사실은 "친일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에 대해 평가를 다시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미숙"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실제로 안티조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느낀 충격도 그런 것이었다. 길거리에서 선전활동을 하는 동안, 일반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조선일보의 친일 문제였다. 옥천구민들을 설득시킨 것은 천황폐하의 안위를 세심하게 염려한 조선일보의 기사였다. 유석춘은 서정주의 친일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떳떳하게 에서 말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지식인과 기득권층의 친일에 대해 전혀 알 권리를 가지지 못했다. |



| 조선일보의 친일을 죄되지 않는 것으로 만들려는 조선일보의 공작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민간의 친일에 대한 분노를 증명한다. 극우세력이 지배하기에 사그라들지 않았던 "강박적 민족주의"가 그들 스스로 친일세력임을 폭로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 갈등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겉과 속이 다른 두 가지 술수를 쓸 수밖에 없다.

첫째는 "조선일보가 민족지"라고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외보 "독자와의 대화"에서 치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논문을 인용하며 스스로를 변호했다.


둘째는 조선일보를 따르는 지식인들을 통해 "친일이 뭐가 나쁘냐" 식의 힘의 논리를 긍정하는 사고를 끊임없이 유포하는 것이다. 이문열의 최근 소설은 그러한 그들의 작업의 한 경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 "애국지사? 독립투사? 그들은 어디 있는가?(…)거덜난 되놈들에게 빌붙어 중경이다, 연안이다 흘러다니는 한 줌의 고집불통들? 북만(北滿) 어딘가를 말로만 휘황하게 떠돌다 소련으로 사라진 그 허깨비들?(…)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학병? 징용? 공출? 그걸 내가 왜 책임져야 하는가? 왜 말단 집행자에 불과한 내게 그 책임을 모두 떠 넘겨? ... ( <그여름의 자화상> )

물론 이 두가지는 서로 모순된다. 이문열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조선일보>를 먼저 설득하라고. 친일이 그렇게 죄가 아니라면 떳떳이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게 순리가 아니겠는가. 우매한 대중이 "강박적 민족주의"에 빠져 뭐라고 돌을 던지든 <조선일보>는 그들을 계도해야 할 언론의 사명감을 가지고 버텨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조선일보>를 옹호해줄 이문열같은 용감한 지식인도 있을 텐데 말이다. 아니면 <조선일보>는 이문열의 견해와 반대로 친일이 죄라고 생각해서 숨기려 들거나, 아니면 이문열과 견해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소신이 딸려 미적거리는 것일까? 어느쪽이든 이문열은 <조선일보>의 나약함을 좌시해선 안된다. 이문열이여, <조선일보>를 단죄하라. |



| <조선일보>가 무서워하는 건 학적으로 이미 "친일"로 판명난 <조선일보>가 "강박적 민족주의"에 심한 된서리를 맞는 상황이다. "친일"문제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친일" 행위 자체보다는 오랫동안 "민족지"라고 국민을 속여온 죄가 더 크다. "강박적 민족주의"는 바람직하지 않고, 미숙하며, 우리가 극복하기를 원하는 것이지만 그것으로 <조선일보>를 단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조선일보>의 죄가 사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조선일보>가 그 "차악 VS 최악"의 대결구도를 궁극적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 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앞서 예로 든 두개의 논쟁 구도와 <조선일보> 친일 논쟁의 공통점이다. |




|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선일보>가 언론의 정도를 지키며 "강박적 민족주의"를 완화시키는 훌륭한 일을 수행한다 해도, 친일 행위에 대한 비판의 논점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싶다. 친일은 한국 민족을 배반했기 때문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파시스트 국가에 적극적으로 부여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상식을 벗어나는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



(작성자: 이가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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