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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진중권
제 목 [옮겨온 글] 반증원리
[정동칼럼] 반증원리

진중권/문화비평가

“줄기세포가 있어야 바꿔치기라도 할 게 아니냐.” 검찰도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서울대 조사위의 말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이로써 “줄기세포는 존재하며 미즈메디 병원에서 바꿔치기 해 갔다”는 황우석 박사의 말은 또 다시 신빙성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황우석 지지자들의 마음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다.

황박사 측에서는 이제 1,500개의 세포 모두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설사 전수조사를 해서 다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없는 걸로 드러나도, 그들은 여전히 “미즈메디 측에서 줄기세포를 이미 폐기했다”거나,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미국으로 빼돌렸다”고 할 게다. ‘희망’에서 나온 믿음은 ‘사실’로 깨지는 게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진실 게임의 뒤집어진 논리. 원래 과학에서 입증의 책임은 ‘뭔가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진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완전히 그 반대다. “줄기세포가 있다”는 황박사는 증거를 내놓지 않고, 외려 비판자들에게 그게 없음을 증명하려면 1,500개 세포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하라고 요구하는 판이다.

한 마디로 ‘줄기세포가 없다는 증거를 대지 못하는 한 줄기세포가 있다고 계속 믿겠다’는 얘기다. 앞뒤 콱콱 막힌 이 맹신 앞에서 “도대체 당신들이 줄기세포가 있다고 믿는 근거가 뭐냐”고 묻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기독교인들이 어디 처녀생식이 가능하다는 증거가 있어서 예수의 무염수태를 믿는가?

‘믿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과학적 ‘신뢰’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적 ‘신봉’이다. 의심에서 출발하는 과학은 증거가 있어야 믿으나, 종교에서는 증거 없이 믿는 것을 더 귀하게 친다. 여기서 줄기세포에 대한 믿음이 과학이 아니라 종교의 그것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황박사는 ‘신뢰’를 잃고도 여전히 ‘신봉’의 대상이 되고 있잖은가.

-줄기세포 없다는 증거 대라?-

어떤 것이 있음을 확증적으로 밝힐 수 있어도, 어떤 것이 없음을 확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령 미즈메디 병원을 뒤지고, 섀튼의 연구실을 뒤지고, CIA 본부를 뒤져도, 다른 곳에 줄기세포가 존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그러니 미국을 다 까뒤집어 보여줘도 ‘줄기세포가 있다’는 믿음만은 깨질 수가 없는 것이다.

황박사의 지지자들이 칼 포퍼의 ‘반증원리’를 운운하는 걸 보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반증원리’를, ‘있음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없음을 반증하는 게 과학의 정상적 절차’라는 뜻으로 이해한 모양이다. 내 기억에 따르면, 포퍼의 반증원리는 그 반대의 것을 의미한다. 즉 ‘어떤 명제가 반증이 될 수 없다면, 그 명제는 과학적 명제로 간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과학적 신뢰·종교적 신봉 사이-

가령 ‘UFO가 존재한다’는 명제를 보자. 이 명제는 반증이 불가능하다. 왜? 우주를 다 뒤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UFO를 찍었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사진들이 조작으로 밝혀져도, UFO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깨지지 않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UFO가 정말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증원리에 따르면 이 명제는 과학적 명제의 자격이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도 줄기세포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깨질 수 없다. 사실 “UFO가 없다는 증거가 없는 한 믿겠다”는 생각이나, “줄기세포가 없다는 증거가 없는 한 믿겠다”는 주장이나, 뭐가 다른가?

전 세계에서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신뢰를 보내는 유일한 집단이 라엘리언이라는 것은 그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forum_cultur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81

2006/02/14 (06:38:10)    IP Address : 144.92.5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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