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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선우
제 목 [re] [옮겨온 글]'괴물'을 만든 진짜 괴물
1. 인터넷 판 <한겨레> 2006.8.25일치에서 옮김. 글쓴이는 김선우 시인, 퍼온이는 새벽강.
2. 1천만 명 이상이 본 영화라면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봐도 좋을 겝니다. 마침 김정란님의 글이 올라왔기에 독자들의 도타운 시각을 위해 함께 올립니다.
3. 영화를 보고난 제 나름의 소감도 앞선 김교수님과 닮았더랬습니다(얼마 전 <웰컴 투 동막골>은 너무 비슷해서 오히려 놀랐던 적도 있었고요). 아래 글에선 빛나는 시인의 감수성이 느껴지는데 김정란님도 시인으로 불러주기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전 김선우님의 이 글도 좋아합니다.






영화 <괴물>에 얽힌 이야기들이 한창이다. 영화 내적인 얘기로부터 배급 권력 문제에 이르기까지 논의 폭도 다양한 편이다. 특히나 거대 자본의 배급 독점에 관련된 문제제기들은 관객의 영화 선택권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괴물>의 기록적인 관객 동원력을 배급의 문제로만 한정시킬 수는 없어 보인다. <괴물>을 통해 우리는 도처의 낯설고도 낯익은 우리들의 초상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현실적으로는 결코 맞설 수 없는 괴물을 너무도 많이 껴안고 사는 우리들의 내면이 상업영화의 각본상 결국 죽게 되어 있는 괴물의 최후를 기대하며 극장으로 모여들고 있는지도.

지루했다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괴물>을 무척 재밌게 봤다. 영화상영 내내 다음 장면이 궁금했으니까. 그런데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얼마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시쳇말로 2프로 부족한 섭섭함을 느낀 내 마음의 경로는 비교적 단순하다. ‘왜 괴물이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물음이 영화 도입부에 다소 ‘부드럽게’ 제시된 이후, 왜? 라는 질문이 자꾸 실종되기 때문이다. 여러 층위 거대권력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단순하게 희화되다가, 괴물에 대항하는 한국 군대와 경찰의 존재감이 전무하다시피 방치되면서 영화는 돌이킬수 없을 만큼 리얼리티를 상실한다. 상실된 리얼리티는 괴물의 존재가 영화적 허구에 불과하다는 심증을 부추기면서 한강을 들쑤셔놓는 괴물의 공포로부터 관객을 안심하게 만든다. 결국 ‘무엇이 정말 괴물인가’라는 질문이 둔화된 자리에, 희생이 컸지만 그런대로 힘 모아 승리한 가족의 이야기가 비교적 ‘따뜻하게’ 얹히는 기묘한 상투성의 헛헛함.

한강에 출현한 ‘괴물’은 슬퍼 보였다. 영화 초반에 전모를 드러낸 괴물을 보고 객석의 어디선가는 애걔~ 조그맣네, 라는 말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거대한 규모로 스크린을 압박하지 않고 절뚝거리는 걸음걸이에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이 ‘어중간한’ 크기의 괴물은 이 영화의 의도에 맞춤한 캐릭터였다. 우리 사회에 층층이 존재하는 ‘진짜 괴물’들이 만들어놓은 이 괴물은 제 ‘고향’인 한강을 벗어나지 않고 한강의 소외된 지역들을 자기 삶터로 ‘다만’ 살아간다. 그는 스스로 원해서 괴물이 되지 않았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창조한 박사의 이름인 것처럼, 괴물의 기원에는 거의 언제나 인간이 존재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감정선을 가장 많이 움직인 것이 바로 괴물의 슬픔이다.

무단 방류한 독극물로 인해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기형의 돌연변이가 되어버린 존재인 그는 홀로 외로웠을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겼어요? 라고 하소연할 단 한명의 동류조차 갖지 못한 채 고독했을 괴물의 유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괴물성’을 지니게 되어버린 괴물이 스스로에게 느꼈을 생경함과 외로움이 마음 아팠다. 나는 어쩌면 강두네가 소외되고 방치된 타자로서의 동류의식을 깨닫고 괴물과 공조해 ‘진짜 괴물’을 향해 맞서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괴물 역시 강두네 가족처럼 부당하고 오만한 권력의 힘 앞에 피해를 본 일종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절뚝거리는 ‘어중간한’ 괴물을 앞세워놓고 슬쩍 숨어버린 빅브라더 괴물의 진짜 ‘괴물성’이야말로 우리 현실에 잠복하여 시시때때로 섬뜩한 긴 꼬리를 감아오는 현재형의 괴물이지 않은가.

<괴물>의 모티브가 된 2000년 맥팔랜드 사건의 실제상황은 영화에서처럼 나긋나긋하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의 반환 미군기지의 극심한 환경오염은 맥팔랜드 사건의 전모로부터 한발짝도 나아지지 않은 미군의 현주소를 그대로 방증한다. 남의 나라 땅을 저희들 마음대로 휘젓고 더럽혀 놓은 후 떡고물 던지듯 던져놓는 저 오만의 배후에 인간과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정부의 대응양상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한쪽은 여전히 오만의 극치이고 한쪽은 여전히 낯뜨겁게 굴종적이다. 전국에 산재하는 미군기지의 상상을 초월하는 오염실태를 알면서도 미군의 요구에 맞춰 쉬쉬하며 눈치보는 우리 정부의 무능함도 그렇거니와, 그들의 군홧발 아래 들면 무엇이든 죽어나오는 미군의 ‘괴물성’은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이 없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미군이 주둔한 곳이면 어디든 가책없이 저질러놓는 끔찍한 재앙들 속엔 환경재앙도 크나큰 몫을 차지한다.

영화 <괴물>이 설정하고 있는 괴물의 탄생 원인은 현실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코드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어느날 수십마리의 괴물들이 튀어나와 영화보다 더 끔찍한 아수라장이 만들어지는 날이 온다면, 제1의 진원지는 극심하게 오염된 채 반환된 미군기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달라보이지만 근본적으로 한 통속인 오만의 역사가 만들어낸 새만금의 죽은 갯벌이 또다른 슬픈 괴물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풍요한 생명의 터전에서 불모의 땅으로 변해가며 생매장 당한 산것들의 시취 가득한 그곳에서 정말로 무시무시한 괴물이 이미 부화를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생명들이 가책없이 몰살당하고 있는 백주의 학살 현장이야말로 슬픈 인과를 지닌 괴물이 탄생하기 안성맞춤이지 않은가. 어떤 모습의 괴물이 우리를 덮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나 같은 사람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박강두가 잔뜩 쪼그라들어 중얼거릴 때, 기형의 몸으로 돌연변이되어 음습한 지역을 외롭게 떠돌며 자라야 한 괴물의 목소리가 함께 사무쳤다. 내 안의, 우리 안의, 태어나고 싶지 않은 슬픈 괴물들의 고통스러운 숨소리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 걸까.

김선우/시인










퍼 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이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forum_cultur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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