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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구조주의
제 목 [re] 토론회의 달라이 라마
멋진 글입니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모두 새벽강님과 같은 성찰을 얻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구조주의 드림


새벽강님이 쓰신 글입니다
>그저께 밤 11시 경 티브이 채널을 무심히 돌리다가 우연히 케이블 [불교 TV]를 보게 됐다.
>마침 화면에는 사회자를 포함하여 열 사람 쯤 되는 사람들이 모여 앉은 토론회가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빙 둘러 앉은 말굽형의 탁자 한가운데에는 그 유명한 달라이 라마의 자태가 보였다. 마더 테레사와 함께 "금세기 살아 있는 성자"로 추앙받고 있는 그 사람. 매체에 많이 소개된 바 있는 주황색 장삼에 가사를 입고 있었다. 자석에 끌리듯 채널을 고정시켰다.

>대략 2년 전 쯤 한때 매서운 사회기자였다가 지금은 구도자가 된 어느 후배가 공성空性을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직접 이 성자의 설법을 몸으로 들었던 차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과연 공성을 깨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말을 덧붙였다. 치열한 구도자도 그러할진대 나야 오죽하겠는가. 성자의 존재도 솔직히 그때 반짝 했을 뿐 무덤덤했다. 그 대신 모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고난의 망명객에 관심이 더 쏠렸다. 어쨌든 달라이 라마에 대한 내 사전지식은 실상 백지상태나 다름없다. 마찬가지로 티베트 불교에도 무지하다. 찬찬히 화면 속을 응시했다. 채 10분이 경과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런~ 조금 난감해진다. 토론의 갈래를 좇고 겨우 화면에 익숙해질만 한데 사회자가 "이제 끝마칠 시간"이라고 한다.

>그 사이 오간 두 서너 개의 문답을 들었다. 헌데 그토록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내가 받은 인상은 무척 강렬한 것이었다. 4-5/60대로 보이는 토론자들은 첫눈에 봐도 서늘하게 파고드는 지성미를 풍겼다. 그도 그럴 것이 군데군데 나오는 경력을 보니 두뇌, 생리, 신경분야 등 의학계의 전문가들이자 모두 박사들이었다. 나중에 화면에 비친 이날의 주제를 보니 "명상과 뇌 과학"이었다. 흥미도 있으려니와 상당히 의욕적인 시도로 보였다. 과학의 첨단 분야들이 분절화를 거부하고 일종의 영성과 만난다고나 해야 할 런지. 그렇다면 마음과 뇌의 대화로 이름 붙여도 될 듯싶었다.

>토론자 중에는 무척 재미있는 경력의 여박사가 있었다. 의학박사이자 불교식의 명상 수행자. 그가 던진 질문을 보자. "저는 명상의 힘을 믿습니다. 하면서도 어떤 땐 과학자로서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아요. 명상이 마치 만병통치약 같이 들리거든요. 이럴 때 또 하나의 제 목소리가 가로막아요. 모든 현상을 끝없이 극소화하는 가운데 답을 찾는 게 과학자의 양식이기 때문이죠."

>통역이 옮긴 달라이 라마의 답변은 선선하다. "맞습니다. 모든 걸 다 해결한다고 선전하면 안 됩니다. 명상은 만병통치약이 아니지요. 깨달음을 얻은 이(아라한)도 병에 걸리고 아프고 그렇지 않습니까." 달라이 라마 곁에서 통역을 맡은 동양인은 누구인가? 초로를 지난 듯 그의 까까머리도 이미 하얗다. 더불어 그의 끝 모를 깊이에도 감탄했다. 달라이 라마는 가끔 직접 영어로 말했다. 결코 유창하달 수는 없었으나  구사하는 어휘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아 보였다. 그는 어렵고 한참 정교한 질문들을 용케도(?) 쉽고 단순하게 받아 넘기고 있었다.

>그의 자태는 어쩌면 익살스럽기까지 했다. 머리에 달랑 얹은 챙만 달린 주황색 모자는 실내에서 왜 필요한지. 그리고는 성자는 가끔 모자를 벗고 까까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당당했다. 그리고 지극히 겸손했다. 아니 천연덕스런 미소는 겸손이라기 보단 차라리 천진난만한 어린애의 그것이었다. 계속 낄낄거리는 모습에서 '지고하신 분' 특유의 서먹함이나 고단한 망명객이 내비침직한 결기 같은 건 볼 수 없었다. 성자의 미소에 전염됐음인지 토론자들과 방청객석에서도 웃음이 내내 그치질 않았다. 현대과학의 내로라하는 박사들은 그를 성하(유어 홀리네스)라고 불렀고. 아아, 저런 권위도 있구나.

>마지막은 모든 이들의 폭소로 장식했다. 달라이 라마의 말 때문이었다.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그는 영락없는 개구쟁이 소년. "저는 명상을 하겠다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명상보다는 잠을 잘 자는 게 더 좋다고요."

>곁가지 생각도 떠나질 않았다. 이를테면 우리의 종교 지도자들이 저런 자리에 섰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 새해 들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호된 신고식을 치뤘다"고 한다. 때맞춰 한국 엘리트들이 보여주는 세계관의 한계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 지적에 공감한다. 그러나 저러나 달라이 라마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를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로부터 벌써 세 번째인가 비자를 거부당했다고 한다. 중국이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외교란 건 이런 데 쓰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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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3 (11:15:44)    IP Address : 72.33.89.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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