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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새벽강
제 목 성서 강해와 '도올 현상'
요새 도올 김용옥이 EBS의 인터넷 방송에서 요한복음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강의를 묶은 "요한복음 강해"란 그의 책도 이미 시중에 나왔다고 한다. 이 책은 학생들을 위한 영어교재로서 만들었다는 말이 따른다. 관심이 안 갈 수 없었다. 그리하여 며칠 사이 인터넽을 대충 훑어봤다. 그 중 도올에 호감을 가진 한 누리꾼은 걱정이 많다. 마치 저 언덕 너머 그의 강의가 몰고 올 논쟁의 먹구름을 보고 있는 듯이. 금방 짐작이 간다. 이를테면 <한기총>이라든가 특정 종교집단을 염두에 둔 걱정인가 보다. 아닌게 아니라 말들이 무성하긴 하다.

그러나 둘러 본 결과는 조금 싱거웠다. 정당끼리 오가는 성명전을 연상시키는 비난과 반비난의 댓글들은 제쳐놓자. 곱씹어볼 만한 좋은 댓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도올의 주장이든 그에 대한 대응논리이든 별로 새로운 게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실상 논쟁의 한가운데에는 무슨 신학박사나 목사의 이름이 들어 있음에도 그랬다. 제 논에 물대기 식의 논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진정코 어린 양들을 위함인가? 엉뚱하게도 "음모론"은 또 뭔가. 이러할 때 아쉬운 건 성서학자와 같은 권위자들의 침묵이다. 엄하게도 '군자'와는 거리가 먼 볼쌍 사나운 언설에 빠져들거나 도올은 이미 식상한 존재이어서인가.

성서를 환하게 꿰뚫어 본 다음 이것이다 하고 제시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위험이 따른다고 봐야 한다. 우선 세속과 신앙의 세계를 칼 가르듯 경계짓는 신앙인들이 적지 아니할 것이다. 그들에게 이성을 토대로 한 학문이란 다름아닌 세속의 전위적 도구 이외 아무 것도 아닌 셈이다. 여기에다 성령이라든가 믿음의 잣대를 댄다면 소통은 아예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점을 떠나서라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 속에 켜켜이 쌓인 의식의 더께를 자각할 수 있을 런지. 사회적 그물망에서 자유로운 해석을 하기란 그토록 지난하다.

도올은 요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려진 유명인. 그는 내게도 낯설지 않다. 80년대 중반부터 그가 쓴 책은 거의 빼놓지 않고 본 편이다. 그가 등장한 티브이 방송도 한때 꽤나 청취했다. 뭉뚱그려 말하라면 나는 도올에 우호적이다. 그런 취지에서 예전에 몇 번 사이버 공간에 글을 올렸던 적도 있다. 허나 그렇다고 비판의 지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요즘의 그는 대중을 위한 계몽의 전령사 역할에 만족한 듯이 비친다. 물론 여기에는 긍적적인 면이 분명히 있을 게다. 하면서도 오직 그만의 학문의 본령에선 자꾸 멀어지는 듯해 아쉬움이 크다. 이를테면 "기철학"을 향한 구도자적인 치열성이라든가. 따라서 '도올 현상'을 거꾸로 뒤집으면 뜨겁게 달아오르는 우리사회의 지적 천박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도올의 성서 해석은 오류가 많고 위험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단히 상식적이기까지 하다고 본다. 그런데 성서는 여전히 내겐 버거운 텍스트이다. 모른다고 하는 게 정직하다. 하여 원론적인 질문에 충실하고 싶다. 곧 생산적 논쟁을 향한 '믿음'과도 같은 성질이랄까. 이건 도올 주장의 정합성을 떠나서라도 가능한 질문이다. 어짜피 사람의 인식은 유한하다. 그 유한하기만 한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면 반석 같은 믿음에는 해가 되는가. 믿음도 알아야(!) 믿을 것 아닌가. 앎은 믿음의 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누가 뭐래도 믿음이 더 높은가? 그렇다면 믿음보다 더 높은 게 있다. 그건 삶이다.

비판이란 '삶'을 알기 위한 질문이며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이다. 비판은, 제 눈의 '들보'를 모른 채 상대의 '티'를 파헤치려는 꾀죄죄한 칼날이 아니다. 때문에 소금 같은 비판은 생산적이며 긍정을 낳는다. 소금은 오히려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가. 나날이 새로와지려는 노력도 자기성찰(비판)의 다른 말이 아닐까. 과연 어느 한 집단이 텍스트 해석에 대한 권위를 독점할 수 있을까. 논쟁을 통하여 성서의 '신비'를 고스란히 담지한 채 풍요로워질 수는 없는가. 말하자면 봄날 온갖 꽃이 활짝 피듯이.

주위를 둘러보면, 하다 못해 핏대를 돋구는 그의 성정을 들이대며 욕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많다. 일종의 '광대기질'이랄까 지식권력을 지적할 수도 있다. 물론 사람들마다 그럴 자유가 있고 일면 맞는 것도 같다. 그런데 도올은 적어도 다면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학자다. 이번 도올의 발언 가운데 대부분의 논객들도 주목하지 않은 점이 있는 듯싶다. 요한복음 강의와 관련하여 도올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류가 보존해온 위대한 3대 지혜서가 있다. 성경, 노자의 도덕경, 불교의 금강경이다."

이 경우, 성경이 하느님 말씀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지존의 위치에 올리지 않아 불만족스런 기독인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성경에는 인류의 여러 문명이 오롯이 교감하고 있다. 칼 야스퍼스란 독일 철학자는 일찍이 멋드러진 통찰을 남겼다. "기원전 5세기는 바로 우리 인류 운명의 세기"라고. 고오타마 싯탈타, 공자, 노자가 이 무렵에, 5백년 후에는 예수가 이 땅에 나셨다. 모든 사안을 꼭 우열로 가르려는 마음의 기제 - 이것은 해석의 통로에 장해물을 쌓으며 편견을 강화한다.

결론 삼아 말한다면 나는 '도올 현상'을 이렇게 읽고 싶다.
주체적으로 해석하여 보편을 획득하기.
잘 믿기 위해 제대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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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3 (22:37:58)    IP Address : 211.209.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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