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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콜롬보
제 목 [한겨레 펌]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
과학기술자도 사회적 책임을 심각히 생각해야 /오세정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을 때 언론들은 앞다퉈 미·영 연합군 쪽이 사용할 첨단 무기의 위력을 보도하며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텔레비전 보도는 현란한 그래픽 기술까지 동원해 다양한 첨단 무기들의 성능과 ‘족집게’ 폭격 가능성 등을 실감나게 보여줘, 마치 만화영화 예고편이나 비디오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갖게 했다. 물론 전쟁이 진행되면서 지상전의 실상이 ‘가상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그래도 전자장비를 이용한 첨단 무기들이 현대 전쟁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첨단 정밀 무기를 개발한 과학기술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막강한 위력의 무기를 만들어 대량 살상이 가능해진 것에 대해 후회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혹은 폭격의 정밀도가 증가해 양민의 피해가 과거보다 줄었다고 위로를 느끼고 있을까. 실제로 2차 대전 때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 가운데에는 오펜하이머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핵확산에 반대한 사람도 있고, 텔러처럼 계속 막강한 군사력이 필요하다며 수소폭탄 개발에 적극 참여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핵무기를 사용하고 안하고는 정치가들이 결정할 일이며, 자신들은 단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전쟁이 끝난 뒤에는 커다란 고뇌 없이 각자의 생업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이번 전쟁에 사용된 첨단 무기를 개발한 기술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렇게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 도구’일 뿐이고, 그 기술이 좋은 방향으로 쓰일지 나쁜 목적에 쓰일지는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커지고 연구실의 성과와 실제 제품과의 간격이 좁아짐에 따라, 이러한 ‘소극적 책임회피’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운 경우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생화학무기를 개발한 과학자가 이 비인도적 무기의 사용 여부는 정치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한다고 그의 책임이 면제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환경이나 생태계에 커다란 위협이 되는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단순한 지식 추구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과학기술자들이 사회가 자신들을 도구로만 취급한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구임을 자처하는 의식부터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오세정/서울대 교수·물리학 sjoh@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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